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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8월 23일 17시 47분 등록

제가 담배를 처음 피우게 된 계기는 대학교 1학년 때 몰래 좋아하던 동아리 여자 선배가 동아리를 그만 둔다는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들었을 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려고 그 당시 유행하던 88이란 담배 한 가치에 성냥 불을 붙이면서 담대 인생이 시작되었지요. 그리고 26년 이란 세월 동안 담배와 사랑에 빠져 살았습니다


그러다가 2016 7 19일에 금연에 성공했고 지금까지 4년이 넘도록 비 흡연자로 건강하게 잘 살아오고 있습니다. 가끔 가뭄에 콩 나듯 꿈 속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흠칫 놀라서 깨면 꿈인 것을 알고 안도한 적은 몇 번 있지만 그 이외 특별한 금단 현상은 없는 편입니다




금연의 가장 큰 장점은 건강이겠지만 그에 못지않게 좋은 점은 제 몸과 옷에서 담배로 인한 고약한 냄새가 사라졌다는 사실입니다. 또한 요즘같이 기침 한번 하면 주변 사람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코로나 대유행 시기에 금연에 성공함으로써 잦은 기침도 사라지고 계단을 오를 때 숨이 가빠 헐떡이는 증상도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저도 하루아침에 금연에 성공한 것은 절대 아닙니다. 저는 26년 동안 하루에 10~12개비 정도 피웠는데 점차 5, 3, 1개비까지 줄여 나갔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1개비를 못 끊고 3개월 동안 계속 피우고 있었습니다. 마지막 1개비를 못 끊은 이유는 하루 종일 직장에서 스트레스 받으며 애쓴 저에게 담배는 마지막 위로였기에 포기할 용기가 나질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 보상마저 외면한다면 제가 너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이대로 계속 담배를 피울 수는 없었습니다. 직장 동료들이 회의 때마다 제가 옆에 있으면 담배 냄새 때문에 역겨운지 검지 손가락을 쭉 펴서 코를 막는 모습을 계속 지켜볼 수 없었습니다. 집에 와서는 사랑스러운 딸들이 아빠한테 이상한 냄새 난다고 멀리 도망가는 모습을 더 보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그래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로 결심했습니다. 바로 다음 날, 세계적인 습관 전문가이며 <습관의 힘>을 쓴 찰스 두히그에게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에게서 답변이 왔습니다


그의 이메일에 따르면 담배를 안 피우고 4일 지나면 우리 몸에서 니코틴이 빠져나간다고 합니다. 다만 흡연을 갈망하는 중독성은 남아 있기 때문에 왜 담배를 피우는지 원인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더군요. 그 원인에 대한 보상이 담배이기에 담배 대신 다른 보상으로 대체해 주면 된다는 것이 핵심 메시지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왜 담배를 피우고 싶은지 원인을 찾기 위해 담배를 피우고 싶은 욕구가 생길 때마다 지금 시간은 몇 시인지, 기분이 어떤지, 그전에 무슨 일을 하고 있었는지 등을 노트에 기록했습니다. 일주일 정도 기록했더니 제가 담배 피우고 싶은 결정적 이유는 업무 시간에 졸릴 때마다 자리를 벗어나고 싶은 욕구 때문임을 알게 되었죠


저는 업무 시간에 졸릴 때마다 담배를 피우기 위해 건물 밖으로 나갔습니다. 업무 중에도 담배 피우러 나간다고 하면 직장 상사가 용인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업무 시간에 졸려서 담배 피우고 싶을 때마다 다른 보상 방법으로 저는 양치질을 하거나 세수를 선택했습니다. 이 방법마저도 안 통할 때는 건물 밖으로 나가서 산책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담배를 안 피워도 졸려서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는 원인을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런 노력 끝에 금연을 결심하고 5개월 만에 금연에 성공했고, 회사에서 금연 홍보 대사로 선정되어 사내 방송에도 출연했으며 이달의 칭찬 사원으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제가 금연에 성공한 방법인 담배를 피우고 싶을 때마다 지금 몇 시인지, 나의 감정은 어떤지, 그전에 어떤 일을 하고 있었는지 기록하는 습관은 다른 나쁜 습관을 없애는 데도 효과가 있습니다. 실제로 저는 업무 중에 스마트폰을 수시로 확인하는 나쁜 습관을 없애기 위해 이와 같은 방법을 사용했고 효과를 보았습니다


다만 주의할 점은, 나쁜 습관을 없애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기본은 좋은 습관을 실천하는 시간을 점점 늘려 가는 것입니다. 저는 습관 초기엔 습관에 자주 실패했습니다. 하루 10분이면 습관에 성공할 수 있는데, 야근한다고, 회식한다고 핑계대면서 시간이 없다고 불평만 쏟아 냈었지요. 하지만 지금은 하루 3시간 이상 좋은 습관을 실천하는 루틴을 만들었습니다. 자투리 시간만 생기면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좋은 습관을 실천하느라 나쁜 습관에 허비하던 행동들을 점차 줄여 나갈 수 있었습니다


예전엔 시간이 생길 때마다 핸드폰 게임을 하거나, 프로야구를 본다거나, 낮잠을 자는데 허비했지만 지금은 좋은 습관을 실천하기도 바빠서 나쁜 습관에 관심조차 없게 된 것이죠. 그래서 좋은 습관을 실천하고자 한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자신의 하루를 재정비하는 것입니다


시간 가계부를 1달 정도 쓰다 보면, 나의 시간이 어디에 낭비되는지 찾아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낭비되는 시간을 조금씩 좋은 습관을 실천하는 시간으로 바꿔 나가는 것이 우리가 시작해야 할 첫 단추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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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24 19:45:09 *.133.149.24

늘 공감할 수 있는 글이라 좋습니다.  실용적인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저도 담배 끊은지 한 3년 된 것 같습니다.  저는 끊었다고 생각 안 하고 아주 오래동안 쉰다고 ^^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 40년 피웠나 싶습니다.  운동하는 사람이라 마시지 않는 뻐금담배 피웠는데, 코치가 되면서 많이 피웠습니다.  

천당과 지옥사이에서,   그 짧고도 긴 순간에,,,  뻐금 담배그리고 줄담배... 상상을 초월했죠, 

많았습니다. 세 갑씩도 피웠는데 어느 날 무우 자르듯이 뚝 끊으니 사람들은 '어떻게 그게 가능하냐고 ' 의아해하지만 

전 무슨 비장한 각오한게 아니고, 그냥 단순하게 그만하고 싶었습니다. 문제 해결이 아닌 순간의 망각이라고 생각하니

아니다 싶고, 저 자신이 담배를 피우면서도 냄새를 싫어 했거든요, 이젠  끊으니 더 하네요,    ^^    

거기다 냄새나는 것도 싫고 장소 제한 받아 닭장 같은 곳에서 피우는 것도 싫고 해서 끊기로 했었네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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