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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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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9월 3일 22시 03분 등록


글리's 용기충전소

태풍이 휩쓸고 간 자리에 남은 것

여느 때처럼 근처 공원으로 아침 산책을 나갔습니다. 비는 오지 않았지만, 바람이 제법 불었습니다. 사실 제법 정도가 아니라, 초등학생은 몸 가누기 어렵겠다, 싶을 정도로 바람이 세찼습니다. 우위이잉~~ 하는 소리를 내며 바람이 불자, 산책로에 줄지어 선 나무들도 자지러지듯 가지를 떨며 힘차게 몸을 흔들어댔습니다. 바람 방향으로 드러누운 나무들이 금방이라도 뽑힐 것만 같았습니다. 그 가운데 홀로 서 있자니, 공포가 몰려오더군요. 안 그래도 며칠 전에 3미터 되는 큰 나무가 뿌리째 뽑힌 걸 봤거든요. 다행히도 바람은 곧 잠잠해졌고, 그 자리엔 나뭇잎과 부러진 잔가지들만 어지러이 나뒹굴었습니다.

자연에서는 태풍을 청소부라고 한답니다. 나무는 가지치기를 해줘야 잘 자라는데, 태풍이 한번 지나가면 잔가지가 다 꺾여나가는 통에 자연적으로 가지치기가 되는 거죠. 덕분에 남은 가지들은 더 튼튼하게 자랄 수 있습니다. 살다보면 내면에도 이렇게 태풍이 휘몰아칠 때가 있습니다. 극심한 슬럼프에 빠질 때면, 제 마음은 마치 태풍이 몰아치는 것처럼 세차게 흔들립니다. 이유도 모른 채 마음이 온통 뒤죽박죽  되고, 온 몸은 힘이 쭉 빠지면서 무기력해지고, 이유없이 눈물도 납니다.  그렇게 한바탕 내면의 태풍이 휩쓸고 가면, 제 안의 뭔가가 함께 휩쓸려 사라지곤 했습니다. 그게 뭔지는 모르지만, 희한하게도 이전과는 세상이 조금 달라져 보였습니다.  

예전에는 이렇게 흔들리는 걸 무척 싫어했습니다. 마음이 자꾸만 흔들리면 불안해지니까요. 그런데 구본형 선생님이 제게 이런 말을 해주시더군요.  

“흔들림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그건 자기 원칙을 가지기 위한 강화 과정이니까요. 흔들림 없이 철학이 만들어지지 않아요. 갈등을 겪고, 다시 생각하고, 깨달음을 얻고 매진하고, 또 시달리고, 그리고 다시 정신 차리고 하여 자신의 철학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흔들리면서 강해진다..... 오늘 아침, 세찬 바람에 기둥까지 흔들거리던 나무를 보면서 이 말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평온할 때는 모릅니다. 안전할 때는 모릅니다. 가끔 모질게 흔들려봐야 뭐가 진짜인지, 뭐가 내 것인지 알게 됩니다. 오래된 것을 떠나 보내는 데는 슬픔이 따르고, 새로운 것을 맞는데엔 불안이 일기 마련입니다. 어쩌면 내면의 태풍은 그 사이 어딘가에서 불어오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잔가지를 툭툭 떨궈내고 무슨 일 있었냐는 듯, 말끔한 얼굴로 서 있는 나무를 보며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태풍이 휩쓸고 간 자리, 남은 것이 진짜다.
그걸 가지고 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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