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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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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9월 6일 10시 52분 등록


함께 모여서 춤을 추는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계속 춤을 추는 것은 진행이다. 서로를 도와 부족함을 보완할 때 함께 성공할 수 있다.

- 작자 미상

 

Dancingn Together.jpg

출처: https://www.londondancephoto.com/blog/2018/1/15/dance-photoshoot-with-montanah-and-celeste

 


공연이 한 달도 남지 않았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휴가 갔다 온다며 2주일 동안 안 나왔던 사람, 바쁘다며 1주일을 빠졌던 사람, 그냥 한 번씩 빠지는 사람 등이 모처럼 모두 출석한 날이었지요. 처음으로 다 같이 모여서 안무를 맞춰봤습니다. 가관이더군요. 대열을 맞추기는 커녕 안무를 끝까지 외운 사람도 없었습니다. 대놓고 옆 사람을 보며 따라하는 사람은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잊어버려서 그냥 서 있거나 아예 다른 동작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음악이 끝나자 다행인 듯 안도의 한숨을 쉬는 사람, 고개를 못 드는 사람, 민망해서였는지 웃는 사람 등 반응도 다양했습니다. 선생님도 한심했는지 그냥 웃고 말더군요.

그래도 공연인데 이렇게 해서 될까요? 한 달도 안 남았는데…”

짜증을 참으며 문제를 제기한 사람은 저 밖에 없었네요. 처음에는 미안해 하던 사람들이 시간이 갈수록 뻔뻔해졌습니다.

그래서 안 한다고 했잖아.”

이게 최선이야. 몰라.”

그냥 나 빼고 해.”


성인 취미반 학생들에게 공연에 올릴 정도의 노력을 바랐던 게 무리였을까요. 연습을 거듭해도 나아질 것 같지 않았고, 다들 짜증이 올라오는 것 같았습니다. 지친 학생들을 다독이며 같이 연습하던 선생님도 더 이상은 안 되겠다 판단되었나 봅니다. ‘진짜로 못 할 것 같은 사람을 물어보았습니다. 저와 한 사람을 빼고 모두 손을 들더군요. 못 하겠다는 사람들을 계속 데리고 해봤자 서로 힘들 것만 같았습니다. 그나마 하려고 했던 두 사람도 기운이 빠지고 점점 힘들어졌으니까요. 처음부터 별로 하고 싶지 않던 사람들을 억지로 데리고 하려던 게 문제였겠지요. 그들은 그냥 시간이 날 때 운동삼아 취미로 하려던 거였고, 그 이상은 할 생각도, 필요도 없었던 겁니다.

그렇게 네 명이 빠지기로 하고 고등학생 엄마와 저, 두 사람만 참가하기로 했습니다. 대대적인 안무 수정이 필요했습니다. 수정된 안무에 따라 컨셉도 바꾸고 여기에 맞게 의상과 메이컵도 다시 구상해야 했지요. 거의 다 선생님의 일이라 제가 할 일이 크게 달라진 거나 많아진 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여섯 명이 하는 군무와 두 명이 하는 듀오 댄스는 부담감의 무게부터 달랐습니다. 여섯 명이 할 때는 앞줄에 있다가 뒷줄에도 갔습니다. 뒷줄에 있을 때는 좀 틀려도 눈에 띄지 않고, 안무를 잊어버리면 앞사람을 보면서 할 수 도 있었는데요. 둘이서만 하게 되자 뒷줄이 없어졌습니다. 동작이 생각 안 난다고 해서 옆을 볼 수도 없고, 또 본다고 해도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나도 그냥 안 한다고 할 걸…’


후회가 밀려왔지만 너무 늦었습니다. 남은 두 사람만이라도 끝까지 하자고 약속했던 터라 혼자 빠질 수도 없었고, 그러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이미 주위 사람들에게 공연에 대해 말했고 초대도 했거든요. 처음이자 마지막 공연이 될 거라 생각했습니다. 앞으로 다시는 없을 일이라 여겨 당시에 매주 만나 같이 공부하던 친구들 모두를 초대했습니다. 꼭 제일 앞에서 볼 거라며 기대하는 친구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습니다. 아니 꼭 한번 무대에 서 보고 싶었습니다. 벨리 댄스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꿈꾸던 모습이었으니까요. 힘들다고, 부끄럽다고 이제 와서 포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냥 그랬습니다. 그 때 유일하게 성취감을 느끼는 일이었는데, 살아있다고 느끼는 일이었는데 부담스럽다고 그만 둘 수는 없었지요. 오히려 나머지 한 사람, 고등학생 엄마가 그만둘까 봐 걱정이었습니다. 아무리 성취감을 느끼는 일이라 해도 혼자서 한다는 건 상상조차 하기 싫었습니다. 그만두지 말자고 볼 때마다 둘이서 다짐했습니다. 그분마저 그만 두면 제가 아니라 선생님이 포기할 것 같았습니다. 첫 무대에 독무를 추게 할 수는 없었을테니까요.

주문한 의상이 도착하고 소품을 준비하고 메이컵도 연습해 봤습니다. 그제서야 정말 실감이 나면서 떨리기 시작했습니다. 아직도 일주일이나 남았는데 벌써 떨리면 안 되는데 마음을 다잡고 마지막으로 확정된 안무를 연습했습니다. 다행히도 둘 다 안무는 모두 외웠습니다. 선생님은 이제 거울을 안 보고 해보자고 하네요. 당연히 실제 공연에서는 거울이 아닌 관객을 보고 해야 하니 실제처럼 해보자는 거죠. 그동안 연습했던 것과는 반대로 거울이 없는 뒤쪽을 보고 하는 겁니다. 뭐가 다를까 했는데, 처음 맞춰 본 것처럼 엉망이었습니다. 거울 없이 춤을 추는 건 완전히 다른 일이었습니다. 실제로는 오른쪽과 왼쪽이 바뀐 것이 없고, 그대로 하면 되는데요. , , 왼쪽, 오른쪽이 모두 바뀐 것처럼 마구 헤맸습니다. 우리 둘은 절망했지만 선생님은 예상했다는 듯 별거 아닌 것처럼 반응했습니다. 원래 그렇다고요. 몇 번 해보면 괜찮아질 거라면서 말이지요.

정말 괜찮아질까? 이제라도 그만 두는 게 낫지 않을까? 친구들에게는 취소됐다고 오지말라고 하는 게 무대에서 못해서 망신당하는 것보다 낫지 않을까?”


또 한번 흔들렸습니다. 고등학생 엄마가 제 마음을 읽었나 봅니다. 가족을 모두 초대했다고 합니다. 어머니가 너무 기대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은 그만둘 수 없다며 꼭 끝까지 함께 하자고 손을 잡았습니다. 그렇지요. 이제 와서 포기할 수는 없지요. 흔들렸던 마음을 다 잡고 함께 무대에 오르기로 약속했습니다. 일주일 밖에 안 남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건 연습 밖에 없었습니다. 학원에서 뿐 아니라 집에서도 연습했습니다. 독무가 아니기에 매일 학원에 나와서 맞춰봤고요. 선생님 말이 맞았습니다. 계속 연습하다 보니 뒤를 보고 하는 것도 좋아졌습니다. 메이컵도 한 번 더 해봤더니 괜찮더군요. 공연을 하루 앞둔 날. 모든 게 익숙해졌는데, 단 하나 익숙해지지 않는 게 있었습니다. 음악이 시작되고 첫 안무를 시작할 때까지 떨리는 건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다음날은 우황청심환이라도 먹어야 할 것 같네요.

공연이야기는 다음주에 이어가겠습니다.

 

태풍이 또 온다고 했는데 아직은 조용합니다. 이렇게 조용히 지나갔으면 좋겠네요. 이번 주도 건강한 한 주 보내세요. ^^

 

 

 

--- 변경연에서 알립니다 ---

1. [출간소식『박노진의 식당공부』 박노진 저
음식보다 마음을 파는 외식 경영 전문가 박노진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지 않는 외식업 데이터 경영 노하우의 모든 것을 공개한다위기시대의 식당 사장님들의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덜어 주고 싶은 마음으로 썼다성공하는 식당들을 만들었던 박노진의 데이터 경영 강의 자료들을 정리해서 책으로 엮었다.

http://www.bhgoo.com/2011/862280#2

 

2. [출간소식] "언어의 유혹도명수 저

유혹하는 언어는 누구에게나 있고산다는 것은 자기만의 언어를 갖는 것자기만의 언어를 갖기 위해서는 자신을 유혹하는 언어를 찾아야 한다마음을 설레게 하고 가슴을 떨리게 하며 영혼을 끌리게 하는 언어가 바로 유혹하는 언어다이처럼 ‘유혹하는 언어’라는 개념을 상정하고저자 자신이 직접 사전을 뒤져가며 찾아낸 말들을 엮어 내놓았다

http://www.bhgoo.com/2011/862209#3

 




IP *.226.157.137

프로필 이미지
2020.09.06 12:19:19 *.133.149.97

다음 편지가 기대됩니다. ^^ 


프로필 이미지
2020.09.13 09:07:01 *.226.157.137

댓글 감사합니다.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지 않으셨기를...  ^^

공연 이야기는 다음주에 마무리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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