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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9월 20일 09시 05분 등록


긍정적 착각은 동기 부여에 매우 효과적이며 장기적으로 성공의 길로 인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셀리 테일러(Shelley E. Taylor), UCLA(University of California, LA) 심리학과 교수

 Before Crowd.jpg

출처: https://guestlistlasvegas.com/cartist/tao-venetian/



드레스 리허설*을 마치고 대기실로 돌아왔습니다. 메이크업에 의상까지 갖춰 입고, 거기에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능숙하게 춤을 추는 댄서들. 정말 꿈꾸던 장면이었지만 저는 해당되지 않았습니다. 도움을 받아 화장을 하긴 했지만 다른 사람들에 비해 너무 엉성했고, 싸게 구입한 의상도 초라해 보였습니다. 무엇보다 얼어붙은 얼굴과 겨우 순서만 맞는 춤. 멋진 춤을 추는 다른 사람들에게 민폐도 이런 민폐가 없다 싶었지요.

연습이 모두 끝나고 실제 공연만 남았는데 너무 떨렸습니다. 배가 나올까봐 점심도 못 먹고 초콜릿으로 버티고 있었는데배는 고픈 줄도 몰랐지만 다리도 후들거리고 현기증도 나는 것 같았습니다. 초콜릿을 좀 더 먹어봤지만 떨림은 진정되지 않았네요. 순서가 다가올수록 떨림도 심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이러다 무대에 오르기도 전에 쓰러질 것만 같았지요. 안 되겠습니다. 떨리는 가슴을 진정하기 위해 정신력이 필요한 순간이었습니다. 중요한 프리젠테이션이나 강의 등을 앞두고 떨릴 때마다 사용하던 착각 요법을 실행하기로 했습니다.

‘오늘 여기서 춤추는 사람 중에 내가 제일 잘 춰. 내가 제일 멋지고 예뻐. 지금 여기 있는 관객들은 모두 나를 보기 위해서 온 사람들이야. 이제 나의 춤으로 그들을 쓰러트리자. 나는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줘야 해. 나는 춤을 위해 태어났고 무대 위에서 춤을 추다 죽을 거야.

혹시라도 누가 제 마음의 소리를 들었다면 너무 떨어서 정신이 나갔다고 혀를 찼을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그렇게라도 생각하지 않고서는 정말 시작도 하기 전에 주저 앉아버릴 것 같았습니다. 착각이 효과를 발휘했는지 떨림은 좀 진정되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 순서가 되고 무대에 올라갔습니다.

엄마 파이팅!” 옆에서 떨고 있는 언니의 고등학생 딸인가 봅니다. 덕분에 객석에서 웃음소리가 들렸습니다. 같이 웃고 긴장을 풀었……다면 좋았겠지만 착각도 응원도 그 정도의 힘까지는 못 주더군요. 조명이 켜지고 음악도 시작되었습니다. 우리의 춤은 샤비(Shaabi)라고 부르는 이집트 스타일의 춤이었습니다. 20세기 후반에 도시의 서민들이 길거리에서 추던 춤에서 유래된 장르로, 다른 전통 이집션 벨리 댄스와는 달리 신나는 음악에 맞게 빠르고 유쾌한 느낌으로 춤을 춰야 합니다. 원칙이 그렇다는 거지 그날 우리가 굳은 얼굴로 췄던 춤은 별로 유쾌하지 않았을 텐데요. 그래도 마음만은 카이로(Cairo) 거리에서 군중에 둘러싸여 춤을 추는 스트리트 댄서와 같았습니다.

음악이 빨라지자 박자에 맞춰 박수 소리도 들리고 간간히 환호소리도 들렸습니다. 착한 관객들이었나 봅니다. 긴장도 점점 풀렸습니다. 얼굴도 풀리고 조금씩 웃음도 지었습니다. 아마도 제 평생 가장 길었던 3분이었을 겁니다. 착각의 힘이었을까요, 아니면 착한 관객들의 응원의 힘이었을까요? 다행히도 안무를 잊어 버리지도, 중간에 주저 앉지도 않고, 끝까지 춤을 춘 뒤 내려올 수 있었습니다. 대기실로 돌아오자 배가 고프기 시작하더군요. ^^ 휴대폰도 울려댔습니다. 친구들이 올리는 사진과 영상이었습니다. 아마도 착한 관객들은 제 친구들과 파트너 언니의 가족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궁금한 맘에 사진을 몇 장 열어봤습니다. 어찌나 얼굴이 굳어 있던지뒤에는 좀 웃었다고 생각했는데, 웃는 모습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뻣뻣한 몸은 또 어떻고요. 긴장 가득한 동작이 사진으로도 느껴졌습니다. ‘안 본 눈 산다는 말이 이럴 때 쓰는 말이었나 봅니다. 차마 영상은 못 보겠더군요.

초콜릿을 좀 더 먹고 객석으로 친구들을 찾아갔습니다. 마침 마지막 순서로 댄서가 무대 아래로 내려와서 관객들과 함께 춤을 즐기는 순서였습니다. 친구들은 모두 즐겁게 어울려 춤을 추고 있었습니다. 저도 살짝 끼어서 같이 춤을 췄는데요. 무대 아래라서 그랬던 거겠지요. 아마 끝났다는 즐거움이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친구들과 함께 활짝 웃으며 막춤을 추었습니다. ^^


공연이 모두 끝나고 조명이 켜졌습니다. 분장한 얼굴을 가까이서 본 친구들은 처음에는 놀라는 눈치였습니다. 하지만 착한 친구들은 곧 너무 멋있었다며 쌍엄지를 들어줬습니다.

너와 저 외국 댄서가 다른 거라곤 얼굴 표정 밖에 없던데 뭘. 다음에는 꼭 웃으면서 해.”

친구가 말하는 외국 댄서는 국제 대회에서 늘 1, 2등을 하는 프로 댄서로 우리나라에 워크샵과 공연을 하기 위해 온 이집트 댄서였습니다. 정말 착한 친구들이지요. 덕분에 민망함과 민폐를 끼칠까 걱정, 두려움은 모두 사라졌고, 진심으로 활짝 웃을 수 있었습니다. 여전히 영상을 확인할 생각은 안 들었지만요.

그렇게 저의 첫 공연은 무사히 해피 엔딩으로 끝이 났습니다. 처음이자 마지막일 거라 생각했는데착각의 힘이 너무 컸던 걸까요. 그후로도 공연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요즘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가을 날씨입니다. 이럴 때는 소풍이나 나들이를 가야 하는데 아쉽네요. 당연하게 생각했던 일상이 너무도 그리워지는 날들입니다. 이번주도 건강한 한 주 보내세요. ^^

 

 

* 드레스 리허설: 의상을 입고 조명, 분장, 무대 장치 등을 사용하여 실제와 동일하게 행해지는 마지막 무대연습

 


 

--- 변경연에서 알립니다 ---

1. [출간소식『박노진의 식당공부』 박노진 저
음식보다 마음을 파는 외식 경영 전문가 박노진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지 않는 외식업 데이터 경영 노하우의 모든 것을 공개한다위기시대의 식당 사장님들의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덜어 주고 싶은 마음으로 썼다성공하는 식당들을 만들었던 박노진의 데이터 경영 강의 자료들을 정리해서 책으로 엮었다.

http://www.bhgoo.com/2011/862280#2

 

2. [출간소식] "언어의 유혹도명수 저

유혹하는 언어는 누구에게나 있고산다는 것은 자기만의 언어를 갖는 것자기만의 언어를 갖기 위해서는 자신을 유혹하는 언어를 찾아야 한다마음을 설레게 하고 가슴을 떨리게 하며 영혼을 끌리게 하는 언어가 바로 유혹하는 언어다이처럼 ‘유혹하는 언어’라는 개념을 상정하고저자 자신이 직접 사전을 뒤져가며 찾아낸 말들을 엮어 내놓았다

http://www.bhgoo.com/2011/862209#3

 

 

 


IP *.226.157.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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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20 14:00:46 *.133.149.97

알로하님의 공연을 보고 싶군요 ~!  ^^  다음에 하시면 알려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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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21 14:30:46 *.226.157.137

아쉽게도 올해 공연은 취소되었네요.

내년에 날짜 정해지면 마음 편지로 알려 드릴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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