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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 10일 08시 43분 등록

날이 점점 어두워지자 호랑 애벌레는 덜컥 겁이 났습니다.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애벌레마다 내부에 나비가 한 마리씩 들어있다구? 그런 이야기를 곧이듣다니, 너도 참 웃기는 애구나. 우리의 삶은 기어 다니다가 기어오르는 거야. 우리 모습을 봐! 어느 구석에 나비가 들어 있겠어. 이런 몸뚱이나마 최대한 이용해서, 애벌레의 삶이나 열심히 즐기라고!”

“그 애가 옳을지도 몰라. 나한테 무슨 증거가 있는 것도 아니잖아. 나비가 되고 싶은 마음이 너무 간절한 나머지 그런 환상을 꾸며 낸 것일까?”

커져가는 것이 두려움뿐이었다면 포기해버리고 말면 그만이었을 거다. 그러나.

“일단 나비가 되면, 너는 ‘진정한 사랑’을 할 수 있어. 새로운 생명을 만드는 사랑 말이야. 그런 사랑은, 서로 껴안는 게 고작인 애벌레들의 사랑보다 훨씬 좋은 것이란다.”

트리나 폴리스의 <꽃들에게 희망을> 중에서

새로운 생명을 만드는 ‘진정한 사랑’이란 도대체 어떤 느낌인 걸까? 너무나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다. 지금 내가 짐작할 수 있는 것은 직접 체험해보지 않고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느낌이라는 것뿐. 어떻게든 그 사랑을 소화하고 싶다. 서로 껴안아주는 애벌레의 사랑이 시시하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러나 애벌레의 사랑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그 무엇이 분명히 있다.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나비의 사랑’을 전하고 싶다. 애벌레로서 사랑하는 시간도 충분히 좋았지만 이제는 새로운 사랑법이 필요할 때가 왔으니까.

<아이를 기다리는 시간> 5주차 셀프워크샵 ‘내 생의 마지막 날’(2017.5) 중에서


직장을 나온 지 1년이 넘어갈 무렵이었다. 도무지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만큼 지쳤던 몸이 어느 정도 회복되자 ‘이제는 뭔가 시작해야하지 않을까?’하는 마음이 올라왔다. 퇴직 직후에는 감히 기대도 할 수 없었던 변화였다. 물론 반가운 변화였다. 문제는 '대체 어디서부터 뭘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가?'였다.

꼭 이런 마음일 때 스승을 만났다. 스승의 안내를 따라 한 발짝씩 걸으며 막막하기만 하던 내 마음의 밀림에서 길을 만들 수 있었다. 그리고 한참을 그 길 위에서 평화로웠다. 할 수 만 있다면 '죽음의 레이스'라 불릴 정도로 혹독한 연구원 과정이라도 다시 하고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모든 것은 그 때와 달라져 있었다. 먼저 연구원에 지원하던 당시와는 달리 나에게는 이미 지켜야할 현장이 분명히 있었다. 바로 '가정'이었다. 그리고 그동안의 시행착오를 통해 나를 움직이게 했던 그 일, 그러니까 '삶을 바꾸는 일'이 단기성과를 기대하고 의욕만으로 덤빌 종류의 프로젝트가 아님을 절감하고 있었다. 물론 가장 결정적인 차이는 아무런 의심없이 믿고 따르던 스승이 계시지 않는다는 것이었겠지만.

그렇게 한참을 불안해하다 꼭 지금의 나와 같은 엄마들을 향해 4년전의 내가 띄웠던 초대장을 발견하게 되었다. 스승의 안내로 체험한 '재생의 원리'를 엄마로서의 일상속에서 구현할 수 있도록 재구성한 워크샵형 프로그램의 공지문이었다.



아이를 기다리는 시간.JPG


그래. 이거다. 어쩌면 <아이를 기다리는 시간>은 이렇게 새로운 시작을 앞둔 나를 위해 만들어 두었던 프로그램이었는지도 모른다. 조직을 떠나 자유인으로서의 새 출발을 앞두기도 한데다 마냥 어리던 다섯 살 훈이가 사춘기에 접어들었고, 아기띠에 넣고 다니던 영이가 벌써 초등학교 2학년이 되었으니 이쯤에서 엄마로서의 답안지도 한번쯤 업데이트 할 때가 된 거니까.’

그렇게 오로지 나만을 위한 셀프워크샵이 시작되었다. '뭐가 그렇게 널 힘들게 하는 거니? 진짜로 살고 싶은 삶은 어떤 거니? 그 삶을 만나는 걸 망설이게 하는 건 뭐니? 그래도 포기할 수 없다면 그 삶을 위해 지금 여기서 뭘 할 수 있겠니?' 등등 아무도 물어주지 않기에 대답할 기회조차 갖지 못했던 질문들에 온 가슴을 다해 답하는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그 기록이 모여 익어 한 권의 책이 되었다. 세상에 오직 한 사람, 나를 위한 책이었다.


왠지 모를 끌림으로 내 안에 다 있는 이야기를 굳이 인쇄해 묶어 밑줄 긋고 메모해가며 읽었다. 마치 남의 이야기를 읽듯. 그리고 나니 내 이야기라고 생각할 때는 보이지 않던 책 속의 그녀를 위한 길이 조금씩 열리는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자기 자신과의 연결을 잃은 사람들이 그 연결을 회복하는 것을 돕는 사람으로 살고 싶어한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감히 후배연구원들의 안내자 역할을 자처할 용기를 내고, 또 이를 감당해낼 수 있었던 것도 그 책에서 얻은 확신 덕분이었다. 한 발을 내딛으니 또 다음 걸음을 위한 길이 열려왔다.

그렇게 그 책을 쓰면서 발견한 길 위에서 3년을 더 살았다. 그리고 이제는 분명히 말할 수 있다. 결과에 대한 아무런 보장도 없이, '새로운 생명을 만드는 진정한 사랑'이라는 너무나 막연해 보이는 열망을 어쩌지 못하는 스스로를 묵묵히 믿고 기다려주었던 그 힘이야말로 내 안에 잠들어 있던 생명력을 다시 깨워내는 '진정한 사랑'의 본질이었다는 것을.


다시 말해 나비가 되기 위한 '고치의 시간'이란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자기 스스로를 수용하고, 위로하고, 격려하는 힘을 기르는 수행의 시간이며, '나비'란 수행을 통해 비로소 스스로를 돌볼 수 있게 된 존재를 이르는 말임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나 자신에 대한 책쓰기'는 그 수행을 위한 효과적인 도구가 되어주었다.


자기 자신에 관한 책을 쓰는 것은 고통의 뿌리를 깊이 들여다보고 그것을 변화시키기 위한 길이 된다. 그 책은 우리를 자유롭고 행복한 사람이 되게 해줄 것이고, 우리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행복을 줄 것이다.

틱낫한 스님의 <화> 中에서



제주 여행기를 마치고 다음 이야기를 시작하기 위해 이런 저런 구상을 하다가 지난 3월 블로그에 정리해 놓았던 이 글을 발견했습니다. 유난히 뜨거웠던 여름의 진통 덕분이었을까요? 여전히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과 지금이라면 다르게 썼을 부분이 보이더라구요. 더 정확히 말하자면 머리로는 이리도 잘 알고 있는 것이 삶이 되지 못하는 이유가 좀 더 선명히 눈에 들어왔달까요. 그래서 다음주부터는 바로 그 이야기를 써보려고 합니다.  


'새로운 생명을 만드는 진정한 사랑'을 꿈꾸면서도 막상 지금 여기서 무엇을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지 막막해하던 10년 전의 저, 4년 전의 저를 다시 만난다면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조금 더 솔직하자면 바로 지금의 저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이야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제목은 <아이를 기다리는 시간 Yin Yoga>, 주제는 일상에 지친 엄마를 위한 자기돌봄 요가입니다. 아직 배워가는 과정이라 부족하고 미숙하지만 그래도 정성을 다해 풀어나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


모과.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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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경연에서 알립니다 ---

 

[출간소식『돈의 흐름을 읽는 습관』 양재우 저
20
가지 경제 공부법경제는 살아있는 생물과 같다경제 공부야말로 습관적으로 들여다보고 매일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이런 방법으로 알곡을 모은 20가지 경제 공부법을 저자는 제안한다자신만의 경제 공부법을 터득한 저자의 통찰이 빛난다

http://www.bhgoo.com/2011/863587


[출간소식] "CEO를 위한 Tax Talk" 박중환 저 

세금만 잘 알아도당신은 성공한 CEO가 될 수 있다세금 이야기는 언제나 화두이다그 중에서도 특히 한 기업을 이끌어가는 CEO라면세금에 대한 고민을 피해갈 수 없다피할 수 없는 세금이라면 조금이라도 합리적으로 절세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지는 않을까저자의 해법을 따라가면 길이 보인다

http://www.bhgoo.com/2011/8635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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