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오늘의

마음을

마음을

  • 아난다
  • 조회 수 1556
  • 댓글 수 7
  • 추천 수 0
2020년 11월 17일 09시 35분 등록

그런데 요가를 가르칠 마음은 없으세요?”

 

?”

 

수련도 꾸준히 하시고 지도자 과정을 마친지도 꽤 되시잖아요.”

 

언젠가는 요가를 가르치는 사람으로 살고 싶기는 한데...”

 

그러니까 마음은 있다는 거네요. 그런데 뭐가 문제예요?”

 

선생님들 안내를 따라 수련하는 건 너무 좋은데 막상 제가 안내를 해야한다고 생각하면 머리가 하얘지고 온 몸이 얼어붙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제가 방향치에 길눈이 많이 어두운 편이라 다른 사람에게 길을 설명하는 것이 힘들거든요. 그래서인지 몸이 움직이는 길을 안내하는 것도 유난히 어렵게 느끼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그건 아닐 거예요. 움직임을 안내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훈련이 필요한 영역이예요. 일반수련자와는 달리 지도자에게 주어지는 특별수련같은 거죠. 그런데 이게 현장이 없이는 훈련하기가 쉽지가 않아요. 완벽해진 다음에 현장에 나가겠다는 건 헛된 욕심인거죠. 그러니까 새로운 아사나를 연습한다고 생각하고 작은 수업이라도 일단 시작해보면 어때요?”

 

정말로 제가 할 수 있을까요?”

 

당연하죠. 지금이 제일 두려울 때예요. 하지만 막상 몇 번만 해보면 언제 두려워했냐는 듯 잘 하실 수 있을 거예요.”

 

그녀는 지도자 과정을 포함해 3년을 함께한 요가 스승이었다. 그녀와 함께 수련하며 요가강사가 단지 동작을 지도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몸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매트 위에서 아사나를 안내하는 도중 그녀가 툭 던진 한마디에 휘청거리던 몸과 마음의 중심을 찾은 날이 셀 수 없이 많았기 때문이다.

 

동네마다 요가원들이 몇 개씩은 되는 요즘 먼 길 마다않고 곳곳에서 찾아오는 회원들이 많은 것을 보면 이건 비단 나에게만 일어나는 일이 아닌 것도 분명했다. 그렇게 그녀와 함께 하는 시간들이 쌓여가며 자연스럽게 그녀처럼 살 수 있으면 참 좋겠다하는 소망을 품게 되었지만 차마 입 밖에 낼 엄두가 나지 않았다.

 

바깥일에 욕심내지 않고 아이들에게 집중하기로 스스로 약속한 10년을 마치고 새로운 일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한번도 요가강사를 언급하지 않은 것도 어쩌면 내가 되고 싶은 것이 그냥 요가강사가 아니라 그녀처럼 훌륭한 요가선생님이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괜히 말을 꺼냈다가 그녀가 너는 나랑 너무나 다르다고 하면 그 좌절감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고나 할까. 그런 그녀가 내게 요가를 가르쳐보면 어떠냐고 물으셨던 거다. 그러니까 내게 가능성이 아주 없지는 않는다는 얘기?

 

그날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오랜 망설임 끝에 드디어 머리서기를 완성하던 그 순간이 떠올랐다. 하고 싶은 열망에 이끌려 계속 시도하면서도 막상 결정적 순간이 되면 괜한 욕심내서 허리를 무리하게 제끼다가 넘어져버리면 어쩌나, 자세를 만드는 과정도 이렇게 힘든데 머리로 완전히 서서 어떻게 견디나 하는 두려움에 압도되어 마지막 한 스푼의 용기를 내지 못하고 주저하고 있을 때였다.


머리서기.jpg

 

바로 이 단계가 제일 힘들 때에요. 자세가 완성되면 오히려 훨씬 편안하고 평화로워져요. 그러니까 지금은 이런저런 생각을 딱 멈추고 에라 모르겠다과감하게 허리를 펴내는 시도를 하는 게 중요해요. 저 옆에 있는 거 보이죠? 넘어지면 꽉 잡아줄테니까 저만 믿고 용기를 내보세요!”

 

진짜였다. 마지막 한 스푼의 용기와 함께 갑자기 온 몸이 세로로 누운 듯 편안해졌다. 그 순간 바로 이 순간을 위해 매트 위에서 씨름하던 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눈앞에 펼쳐졌다. ! 이거구나!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 그런데 이 놀라운 용기 한 스푼의 기적이 매트 위에서만 일어나라는 법이 있을까? 어쩌면 매트 밖에서도 같은 원리가 적용되는 거 아닐까? 그래! 한번 해보는 거야. 스승이 곁에 계실 때 여러 생각 말고 과감하게 허리를 쭉 펴내는 시도



이전글 : '엄마를 위한 자기돌봄 요가' 이야기를 시작하며

블로그 : 내 삶에 변화가 찾아올 때

이미지 : 마지막 한 스푼의 용기로 생애 첫 머리서기를 완성한 순간!



--- 변경연에서 알립니다 ---

 


[출간소식『돈의 흐름을 읽는 습관』 양재우 저

20가지 경제 공부법경제는 살아있는 생물과 같다경제 공부야말로 습관적으로 들여다보고 매일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이런 방법으로 알곡을 모은 20가지 경제 공부법을 저자는 제안한다자신만의 경제 공부법을 터득한 저자의 통찰이 빛난다

http://www.bhgoo.com/2011/863587


[출간소식] "CEO를 위한 Tax Talk" 박중환 저 

세금만 잘 알아도당신은 성공한 CEO가 될 수 있다세금 이야기는 언제나 화두이다그 중에서도 특히 한 기업을 이끌어가는 CEO라면세금에 대한 고민을 피해갈 수 없다피할 수 없는 세금이라면 조금이라도 합리적으로 절세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지는 않을까저자의 해법을 따라가면 길이 보인다

http://www.bhgoo.com/2011/863572


 



IP *.130.115.78

프로필 이미지
2020.11.17 09:55:32 *.79.151.193

혹시 어디 요가원인지 궁금합니다. 

헤드 스탠딩 저의 오랜 숙원이라 .. :)

프로필 이미지
2020.11.17 18:17:23 *.130.115.78
청담 사트바요가원입니다~^^

http://naver.me/5X3QoxZl
프로필 이미지
2020.11.18 06:55:55 *.79.151.193

감사합니다 :)

프로필 이미지
2020.11.17 14:39:22 *.226.157.137

우와~ 정말 멋지세요.

아난다님께 요가 배울 날을 기대해 봅니다. ^^

프로필 이미지
2020.11.17 18:23:39 *.130.115.78
쑥스러버서~^^
수업 잡힘 젤 먼저 공지하겠습니다~ㅎㅎ
프로필 이미지
2020.11.18 18:55:24 *.133.149.97

멋있습니다  !  바라던 것을 현실로 이룬다는 것...   

프로필 이미지
2020.11.21 16:23:49 *.130.115.78
'몸'이라는 선명한 현실이 이리 달달할 줄이야. 이제라도 눈치챌 수 있어 참 좋습니다~^^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 [화요편지] 마지막 한 스푼의 용기가 필요한 순간 file [7] 아난다 2020.11.17 1556
3655 [변화경영연구소] [월요편지 34] 나의 이름은 두 개입니다 [1] 습관의 완성 2020.11.15 1426
3654 [알로하의 두번째 편지] 새로운 도전 file 알로하 2020.11.15 1147
3653 [용기충전소] 추임새의 마법 [1] 김글리 2020.11.13 923
3652 지선씨 이야기 운제 2020.11.12 941
3651 산에 가기 위해 사직서를 썼다 [3] 장재용 2020.11.10 1602
3650 [화요편지] '엄마를 위한 자기돌봄 요가' 이야기를 시작하며 file 아난다 2020.11.10 1047
3649 [변화경영연구소] [월요편지 33] 회사와 웃으며 헤어지는 날을 상상하며 습관의 완성 2020.11.08 1036
3648 [알로하의 두번째 편지] 그 엄마의 그 딸 2 file 알로하 2020.11.08 1030
3647 [용기충전소] 너에게 나온 것이 너에게 돌아간다 file 김글리 2020.11.06 1524
3646 난 마치 웃는 듯 거칠게 호흡하고 있다 장재용 2020.11.03 5673
3645 [화요편지] 그까짓 종소리가 뭐라고? file 아난다 2020.11.03 1126
3644 [변화경영연구소] [월요편지 32] 인생 첫 사표를 쓴 이유 습관의 완성 2020.11.01 868
3643 <알로하의 두번째 편지> 그 엄마에 그 딸 1 file [2] 알로하 2020.11.01 1209
3642 [용기충전소] 시간은 내는 놈이 임자 김글리 2020.10.30 874
3641 [화요편지]수퍼 길치의 깨달음, 길 위에서 쫄지 않는 법 file 아난다 2020.10.27 1066
3640 [변화경영연구소] [월요편지 31] 안대를 벗어 주세요 습관의 완성 2020.10.25 1192
3639 <알로하의 두번째 편지> 그 엄마에 그 딸들 file [2] 알로하 2020.10.25 1282
3638 절망의 메커니즘 장재용 2020.10.23 1031
3637 [용기충전소] 커밍아웃; 나는 000입니다 [4] 김글리 2020.10.23 13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