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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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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4일 09시 21분 등록


서울한달살이.png


아니, 서울에 이미 살고 있는데, 서울 한달살이를 한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글쎄 어찌된 영문인지, 이야기나 한번 들어보시죠. 

 

책 <모든 요일의 여행> (김민철 지음)에 이런 말이 나옵니다.
"여행은 여기서 행복할 것'의 줄임말이다."


지금 여기에서 행복하라니, 멋진 말이군… 하다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내가 살고 있는 여기, 서울에서 한달살이 하면 어떨까?"


어차피 외국도 못나가는데, 지금 이곳을 여행하면 어떨까 생각이 든거죠. 예전에 한국을 외국처럼 여행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종종 생각해본적이 있었습니다. 너무 익숙한 곳을 여행한다니, 잘 상상이 안되더군요. 그리고 그땐 약간의 돈과 시간만 있으면 저가 항공을 타고 어디든 갈 수 있었기에 굳이 그 생각을 실행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그 이유가 생겼습니다. 충분한 돈과 충분한 시간이 있어도, 외국을 갈 수 없으니까요!!ㅠㅠ


만약 내가 서울로 한달살이를 떠나면 어떻게 될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습니다.

'오늘 인천공항에 막 도착한거야. 공항철도를 타고 서울로 들어오는 거지. 가장 먼저 갈 곳은 어디? 예약해둔 숙소지! 이곳에 짐을 맡겨두어야 한다.' 


한달살이를 제대로 하려면 호텔이나 호스텔 같은 '여행자 숙소'가 아니라 에어비앤비같은 현지인의 집을 빌려야 합니다. 다행히 중심지와도 가깝고 서울의 향취가 남아있는 '종로 부암동'에 있는 에어비앤비를 예약했습니다. 김귀자라는 사람이 주인입니다. 깨끗한 가정집에 밥이 무료라는 게 가장 끌렸습니다. 그의 가족이 사는 집의 방 한칸을 빌리는데 한달 60만원! 위치가 좋아 비싼건 아니지만, 저의 특기를 살려 좀 깎아보기로 합니다. 주인장에게, '지금은 비수기인데다 코로나가 아니냐, 게다가 방에 침대도 없고 장기투숙이니 반값에 하자'고 흥정을 붙였습니다. 다행히 코로나라 여행이 자유롭지 않다는 점이 크게 작용해 방값을 30만원으로 합의봤습니다. 주인장의 마음이 바뀌기 전에 얼른 돈을 입금합니다. 실상 제 계좌에서 또 다른 제 계좌로 이동한 것 뿐이지만, ㅎㅎㅎ 돈이 빠져나가자 실감이 확, 납니다. 그래, 이게 여행할 때의 느낌이었지! 여행이란게 어디로 갈지, 뭐할지 알아보고 플랜 짤 때는 전혀 실감이 안납니다. 그러다 비행기표를 끊고 숙박비를 결제하면 그 순간 실감이 확, 나죠. 생각만 해오던 걸 이젠 반드시 현실로 옮겨야 한다는 실감.


에어비앤비 숙박비_20201202 2.jpg


생각으로만 진행하던 여행에 '30만원'이라는 돈이 개입되자, 현타가 옵니다. 뭐야,이거? 재미삼아 시작한 상상이었는데, 갑자기  현실화가 돼버렸습니다. '그래 어차피 갈 데도 없는데, 이거라도 한번 해보자.' 그렇게 서울 한달살이가 얼결에 시작됐습니다.  돈을 입금한 12월 2일부터 말이죠.     


첫날은 일하느라 바빴습니다. 온라인 강의를 비롯해 몇 가지 처리할 일이 있었습니다. 요샌 대부분 강의를 온라인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제가 어디에 있건 상관없습니다. 노트북만 있으면 됩니다. 저는 강의할 때 윗도리는 깔끔하게 정장으로 차려입고, 화면에 보이지 않는 아랫도리는 일부러  추리닝을 입습니다. 그게 이상하게 짜릿하더라고요 ㅎㅎㅎ 둘째날도 역시 온라인 강의가 있어서 오전 내내 일하다 오후 느지막히 숙소를 나섰습니다. (그래요, 이젠 '집'이 아니라 '숙소'입니다) 


이틀간 집에 있었더니 더 몸이 근질근질 합니다. 서울 어딜 가볼까 생각하다, '트립어드바이저' 어플을 켜고 근처 갈만한 곳을 검색합니다. 덕수궁, 경복궁, 청계천 등등이 뜨네요. 잠시 고민하다, 수 백번도 더 가본 '청계천'을 가보기로 합니다. 저는 여행 첫날은 별다른 계획을 세워두지 않고 발길 닿는대로 도시 곳곳을 걷습니다. 그러면서 그곳의 공기를 맘껏 들이마시며 질감도 느끼고, 사람들이 어떻게 사나 관찰도 하고, 또 그곳만의 거리 풍경을 익혀둡니다. 그렇게 다니다 보면 이곳이 어떤 곳인지 조금씩 감이 옵니다. 서울은 크고 바쁘고, 쉽게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해보입니다. 아무래도 더 많이 돌아다녀봐얄 것 같습니다.
저의 한달살이는 킵고잉입니다. 그 과정을 중간 중간 마음편지를 통해 공유하겠습니다. 
 
모든 여행 가운데 가장 도전적인 여행은 '일상'입니다. 작가 란바이퉈는 자신의 책 <돌아온 여행자에게>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일상이야말로 진짜 장거리 여행이며 가장 큰 도전이다.” 저 역시 여지껏 많은 도전을 해보고 많은 여행을 해봤지만, 일상이야말로 가장 큰 도전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습니다. 지금 이곳을 여행처럼 살 수 있다면, 떠나지 않고도 지금 있는 곳에서 자신만의 행복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그는 어디에 있든 자유로울 겁니다. 그래서 저는 '자유의 기술'이라고 부릅니다.


서울 한달살이를 통해서 제가 터득하고 싶은 것도 바로 그겁니다. 일상을 여행으로 만드는 기술. 내가 있는 장소를 바꿀 수 없다면 장소를 바꾸는 마음가짐을 바꿔야 합니다. 덕분에 '여행을 할 수 없다면 일상을 여행처럼 만들면 어떨까?' 요새 이 생각에 골몰해 있습니다. 저의 서울한달살이의 화두가 되겠군요.


그나저나 오늘은 당장 어디에서 뭘 할지 고민이군요. 흠.. 이런, 여행지에서만 하게 되는 즐거운 고민을 하고 있네요. ㅎㅎ
저를 포함해 모든 벗들이, 지금 여기에서 행복하시길 바라며, 오늘 편지는 마무리합니다.
피스 앤 러브!

IP *.181.106.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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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04 11:11:27 *.133.149.97

그렇죠 ?  저도 그러네요, 끊임없이 반복되는 훈련, 그 일상의 반복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서 많은 사유의 논리를 세웠네요 

일상은 반복되지만 단 한 번도 같은 반복은 없다. 특별한 날의 비범함은 일상적인 보통의 날 곧 평범함의 다른 얼굴이다.  등 등  

 옛 사람이 그래서 그랬던 것 같아요 ! 변하지 않지만 변하는 것,  같지만 같지 않은 것.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 산은 그 산이 아니요 물은 그 물이 아니다. 그래도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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