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오늘의

마음을

마음을

  • 알로하
  • 조회 수 1261
  • 댓글 수 1
  • 추천 수 0
2021년 7월 11일 11시 02분 등록


그림 출처: https://www.istockphoto.com/kr/search/2/image?phrase=kid+throwing+paper

 

대학에서 영어로 영화를 가르치는 지인이 있습니다. 영어로 하는 수업이니 당연히 과제도 시험도 모두 영어로 써야 합니다. 어느 날 지인이 수업의 어려움에 대해서 토로하는 걸 들었는데요. 가장 힘든 점은 모두가 예상했던 것처럼 수업 준비가 아니었습니다. 그 보다는 학생들의 과제와 시험을 리뷰하고 점수를 매기는 것이 훨씬 힘들다고 하네요. 무엇보다도 시간이 오래 걸려서이고요. 또한 내용이 아니라 잘못 쓴 문법과 표현을 고치다 보면 영화를 가르치는 건지, 빨간펜 선생님이 된 건지 헷갈리면서 자괴감이 든다고 합니다. 영어로 진행하는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니 기본적인 영어 실력이야 당연히 좋겠지요. 읽기는 물론 알아듣기도 잘 하고 말도 웬만큼 한다고 하는데요. 유독 글쓰기를 어려워하고 기본적인 문법을 많이 틀린다네요.

학생들이 가장 많이 틀리는 기본 문법은 관사, a(an), the’라고 합니다. 그 밖에도 명사의 단수, 복수와 이에 따른 동사의 일치를 틀리게 쓴다고 하네요. 문법 시험으로 봤다면 아마도 당연히 모두 맞는 답을 고를 실력의 학생들인데도 실제로는 많이 틀리는데요. 이렇게 쉬운 걸 틀리는 건 우리 말에는 없는 문법이라 그렇습니다. 우리 말에는 관사가 없고, 명사의 단수, 복수도 없습니다. 그렇다 보니 영어로 글을 쓸 때도 생각하기 힘들고 틀리게 되지요.

아이들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이제 문장은 곧잘 만들고 전체적인 흐름도 괜찮았지만 계속해서 틀리는 부분이 있었는데요. 관사와 명사의 단, 복수도 그 중에 하나였습니다. 2차 시험은 제가 같이 가서 리뷰를 해줄 수 없기 때문에 아이들 스스로 잘못된 부분을 고칠 수 있도록 준비했습니다. 처음부터 이런 부분을 신경쓰다 보면 글이 안 써질 수 있지요. 때문에 일단은 생각나는 대로 글을 쓰고 다 쓴 후에 아래 내용을 떠올리며 검토를 하도록 지도 했습니다.

 

* Writing 이 끝난 후 점검할 사항

1. 관사를 정확하게 썼는지 확인

2. 명사의 단수, 복수를 정확하게 썼는지 확인

3. 동사의 시제(현재, 과거, 현재완료, 미래 등) 확인

4. 동사의 시제가 현재일 경우 수와 인칭이 일치하는지 확인

5. 동사의 태(수동태, 능동태)가 제대로 되었는지 확인

6. 대문자/ 소문자 구분

7. 문장부호(마침표, 물음표, 느낌표) 확인

 

3변과 7번을 제외하면 모두 우리말에는 없는 문법들입니다. 대학생들도 자주 틀린다는데 초등학생들이 익숙하지 않은 건 당연한지도 모르겠습니다. 참가에 의의를 둔다고 했지만 그래도 기왕이면 좋은 성적을 거두면 좋겠지요. ^^ 아이들이 체크 포인트를 외우고 꼭 실천할 수 있도록 반복해서 지도했습니다.

드디어 대회 당일. 마침 저는 꼭 참가해야 하는 워크샵이 있어서 함께 가지 못했습니다.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었지만 저도 내내 긴장이 되었네요. ‘끝날 시간이 된 것 같은데…’ 생각이 들 때쯤 시험을 마친 지훈이가 상기된 목소리로 전화를 했습니다. 수고했다는 격려와 더불어 점검 사항을 제대로 시행했는지 물어봤는데요. 다행히도 모두 기억해서 고쳤다고 하더군요. 스스로 리뷰를 하고 틀린 부분을 잡아 내서 고쳤다는 것 만으로도 대회에 참가한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른의 도움 없이 혼자서 글을 완성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성취감을 느끼고 있었으니까요.

얼마 뒤에 둘 다 동상을 수상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소식을 듣자 아이들은 뛸 듯이 기뻐했습니다. 비록 가장 작은 상이긴 했지만 처음 참가한 대회에서 상을 받았으니 얼마나 기뻤을까요. 더 큰 기쁨은 며칠 후에 있었습니다. 상이 학교로 도착했고, 친구들 앞에서 상을 받았다고 합니다. 불과 1년 전에 친구들보다 영어를 못해서 창피하다며 울었던 아이가 친구들 앞에서 상을 받은 것이지요. 지훈이는 기분이 좋고 날아갈 것만 같았다고 그날의 기쁨을 표현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자신이 매우 자랑스러웠다고 했지요. 첫번째 대회 참가는 목표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큰 것을 이뤘습니다.

 

이번주도 건강하고 즐거운 한 주 보내세요. ^^

 


IP *.226.157.137

프로필 이미지
2021.07.12 16:58:32 *.52.45.248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데,  상은 확실한 칭찬이니까...  

학생의 능력과 노력도 중요하지만 선생님의 지도법(Teaching method)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또 다시 배우게 됩니다.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 <알로하의 영어로 쓰는 나의 이야기> 시합은 나의 힘! 2 [1] 알로하 2021.07.11 1261
494 [월요편지 67] 50살 내가 5년 동안 새벽 기상에 성공한 방법 [2] 습관의 완성 2021.07.11 1414
493 그 여름, 설악가 [1] 장재용 2021.07.13 971
492 전입신고 어니언 2021.07.15 1133
491 [월요편지 68] 돈 많이 벌고 싶다면 이 글을 끝까지 읽어 보세요(feat. 돈 버는 순서) [1] 습관의 완성 2021.07.18 1442
490 [화요편지]당신이라는 빛나는 '산책' [2] 아난다 2021.07.20 1564
489 아니 간 듯 돌아오라 [2] 장재용 2021.07.20 1199
488 친구가 되어줄래요? 어니언 2021.07.22 907
487 [용기충전소] 죽음은 특별한 게 아니었네 [1] 김글리 2021.07.23 1184
486 <알로하의 영어로 쓰는 나의 이야기> 어떤 영어책을 읽어야 할까요? 알로하 2021.07.25 63008
485 [월요편지 69] 중소기업 다니던 내가 삼성에 입사할 수 있었던 3가지 이유 [4] 습관의 완성 2021.07.25 1576
484 [화요편지] 근원으로 이끄는 에너지 [2] 아난다 2021.07.27 1030
483 황령에서 금련까지 [1] 장재용 2021.07.27 1150
482 [용기충전소] 상실을 견디는 법 [1] 김글리 2021.07.30 1036
481 [월요편지 70] 슬픔은 나에게 시간을 달라고 했다 [2] 습관의 완성 2021.08.02 1002
480 [화요편지]나는 왜 그리 빠르고 싶어하는가? [2] 아난다 2021.08.03 1404
479 산에 가면 돈이 나오나, 떡이 나오나 장재용 2021.08.03 1071
478 [용기충전소] 보고도 보이지 않는 배 [1] 김글리 2021.08.06 1090
477 <알로하의 영어로 쓰는 나의 이야기>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1] 알로하 2021.08.08 1300
476 [월요편지 71] 인생, 안 바껴요. 그렇게 하면... [2] 습관의 완성 2021.08.08 1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