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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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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8월 29일 13시 04분 등록


그림 출처: https://www.aceshowbiz.com/news/view/00095346.html

 

몇 년 전에 애니메이션 <어린 왕자>가 개봉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책의 이야기가 아니라 조종사가 어린 왕자와 헤어진 후 30~40년쯤 흐른 뒤의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당연히 70대 정도의 노인이 된 조종사가 등장합니다. 왕자 대신에 새로운 주인공도 나오는데요. 조종사의 옆집에 이사오는 이제 막 아홉 살이 되는 소녀입니다. 소녀는 엄마가 짜 놓은 인생계획표에 맞춰 살아갑니다. 엄마가 정해 놓은 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밥 먹는 시간, 화장실 가는 시간까지 1분 단위로 맞춰가며 공부만 해야 했지요. 친구가 있을 리가 없습니다.

이웃에 혼자 사는 할아버지는 집에서 비행기를 날리겠다며 새로 고친 프로펠러를 실험합니다. 제대로 못 고쳤는지 아이의 집으로 날아와 큰 피해를 주기도 하지요. 할아버지는 아이에게 <어린 왕자> 이야기의 첫 페이지를 날려보냅니다. 세상에는 공부 말고 다른 중요한 것들도 있다는 걸 알려주기 위해서겠지요. 소녀는 처음에는 이상한 사람이라 여기며 피하려 했는데요. 할아버지의 집을 방문해 왕자와 만났던 이야기를 듣고, 뒷마당에 놓여진 비행기를 보자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믿게 됩니다. 왕자가 결국 독뱀의 도움을 받아 육신을 버리고 자신의 별로 돌아갔다고 말해주지만 소녀는 믿지 않았습니다. 아니 믿고 싶지 않았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할아버지가 왕자의 육신을 찾지 못했다는 걸 근거로 소녀는 왕자가 어딘가에서 살고 있을 거라 추정합니다. 할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한 날 밤 소녀는 할아버지의 비행기를 타고 나가서 어린 왕자 이제는 어른이 되었을 를 찾는 여행을 시작합니다.

 

어렸을 때 <어린 왕자>를 읽었지만 어떻게 끝나는지 마지막 장면이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동화책이라 마무리를 너무 직접적이지 않게 얼버무렸던 것 같습니다. 원서를 그대로 번역한 책을 읽은 친구도 생각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너무 놀라운 결말이라 믿고 싶지 않았고, 기억하고 싶지 않을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아이들과 책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자신들이 해석하는 게 정말 맞냐며 몇 번이나 물어볼 정도로 반전 결말에 아이들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정말 어린 왕자는 죽은 걸까요? 작중 화자인 조종사는 왕자가 지구를 떠나기로 한 다음날 그의 몸을 못 봤다는 말을 했는데요. 이것 때문에 왕자가 죽은 것이 아니라고 해석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애니메이션 <어린 왕자>도 이 말을 바탕으로 제작되었고, 소녀는 마침내 어른이 된 어린 왕자, 미스터 프린스를 만나게 되니까요.

아이들에게도 왕자가 지구를 떠나지 않았다고 생각하며 뒷이야기를 써보라고 했습니다. 혜성이는70년 쯤이 지난 지금, 왕자는 80대 할아버지가 되어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사하라 사막을 벗어나 프랑스의 어느 마을에 정착한 왕자, 아니 할아버지를 10대인 자신이 우연히 만난 이야기를 매우 현실적으로 썼습니다. 지훈이는 왕자가 아직도 어린아이일 거라고 말했습니다. 외계 행성에서 온 사람이기 때문에 지구에서 늙지 않을 거라는 거죠. 아직도 꼬마인 어린 왕자는 여전히 사하라 사막에서 여우의 자손들과 우정을 나누고 사막을 여행 온 사람들과 함께 놀고 있을 거라는 판타지 소설을 썼습니다. 역시 이번 글에서도 아이들의 특성이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

 

저는 어렸을 때 책을 많이, 열심히 읽었지만 책의 결말에 대해서 의문을 가졌던 적은 거의 없었습니다. 결말이 행복했든, 슬펐든, 아니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충격적이어서 그대로 잊었든 간에 그냥 작가의 고유 권한이라 생각하고 그대로 받아들였던 것 같네요. 대부분의 책의 결말이 닫힌 결말이었고 거기에 익숙했기 때문이겠지요. 성장하면서 열린 결말의 책을 읽을 경우에는 오히려 마무리가 덜 된 것 같다 느끼며 답답해 했던 것 같습니다. 콘텐츠를 소비하는 데는 익숙했지만 만드는 걸 연습한 적은 별로 없었기 때문에 그랬겠지요. 하지만 애니메이션 <어린 왕자>에도 볼 수 있듯이 기존 작품의 결말의 뒤를 상상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창작품은 현대에는 아주 흔합니다. 아이들이 쓴 글도 나중에 좀 더 발전시켜서 새로운 소설이나 영화로 만들어내는 일, 불가능한 꿈만은 아닐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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