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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9월 12일 09시 46분 등록



인쇄를 맡기고 며칠 후 드디어 따끈따끈한 새책들이 도착했습니다. ISBN을 받아 정식으로 출판되어 유통, 판매되는 책에 비할 바는 아니겠지요. 하지만 아이들은 자신의 이름이 쓰여진 책을 받아보고 진심으로 기뻐했습니다. 책도 나왔겠다, 작은 출간기념회를 갖기로 했습니다. 비록 가족들만 참가하는 진짜로 작은출간기념회지만 말입니다. 작아도 기념회는 기념회. 갖출 건 갖춰야겠지요. 책 만들기로 다 끝난 줄 알았는데 이제 기념회까지 준비해야 하는 아이들. 하기 싫다고, 이제 그만 하자고 할 줄 알았는데요. 웬 걸요. 아이들은 정말 작가라도 된 듯 사뭇 진지한 태도로 출간기념회를 준비했습니다. 그렇게 중학생 초보 작가님들은 책을 만들었던 과정과 책 내용, 출간 소회 등을 담아 발표자료를 만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이 모든게 그저 숙제와 같은 일이었을 겁니다. 시키니까 하긴 하지만 귀찮은 일이었겠지요. 그냥 읽고 쓰기나 연습하면 될텐데, 왜 이런 힘든 일까지 하는지 모르겠다, 안 하면 안 되냐며 소심한 반항도 했으니까요.

 

책을 만드는 동안 지난 2년을 뒤돌아봤습니다. 나의 영어 실력이 많이 늘었다는 것을 느끼지만 아직도 더 많이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책을 만들며 느낀 점을 들어보니 다행이다, 하길 잘 했구나 싶었습니다. 하기 싫다고 반항할 때는 사실 저도 괜히 시작했다 생각했거든요. ‘그냥 읽고 쓰기만 잘 가르쳐도 되는데돈을 더 받는 것도 아닌데’, 수업 외의 시간까지 들여가며 이럴 필요가 있을까 생각했는데요. 그럴 필요가 있었던 겁니다. 아이들은 정확하게 제가 의도했던 목적대로 배웠습니다. 아니 그 보다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있었습니다.

 

책을 만들면서 여러 감정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나 자신이 자랑스러웠습니다. <중략> 처음에는 영어가 두렵고 싫었지만 지금은 싫지 않습니다. 두려움을 이겨낸 자신이 자랑스럽습니다.”

 

영어 학습을 꾸준히 지속할 때 가장 큰 동기부여 중 하나는 시험일 겁니다. 적어도 저에게는 시험이 가장 큰 동기부여였습니다. 영어가 재미있다거나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필요해서가 아니라 시험을 잘 보고 싶었기에 재미없고 하기 싫지만 꾹 참고 했던 거지요.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시험만이 아니라 다른 동기부여를 주고 싶었습니다. 재미가 있어서 한다면 그야말로 제일 좋겠지만 그렇게 되기까지는 좀 시간이 많이 걸릴 듯 했습니다. 그보다는 좀 더 현실적인 동기부여가 좋을 것 같았습니다. 나중에 학교를 졸업한 후 더 이상 시험이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저에게 가장 큰 동기부여가 되었던 커뮤니케이션 도구가 적당할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이것도 그렇게 큰 동기부여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유튜브를 통해 해외 영상을 본다거나 외국 여행을 갈 때 외국어가 필요하긴 하지만, 그렇게 자주 있는 경우가 아니기 때문이었지요. 아직까지는 국내에서 외국인을 만나 영어로 대화할 일도 많지 않은 아이들이었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 도구도 그다지 현실적이진 않았습니다. 차차선으로 선택한 것이 성취감이었습니다. 영어를 배우며 스스로 성장하는 모습을 깨닫고 성취하는 기쁨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지요. 그래서 글쓰기 대회 등에 참가해서 작은 상이라도 받도록 했던 건데요. 다행히도 아이들은 저의 의도대로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그동안 자신들은 잘 몰랐을 겁니다. 그런데 이번 책 만들기와 출간기념회를 통해 스스로도 깨닫게 된 것이지요.

아이들의 소회를 듣고 엄마들도 감동한 듯 했습니다. 기존의 학원들과는 다른 수업 방식에 반신반의했을 법도 한데요. 흔들리지 않고 믿어준 엄마들에게도 큰 선물이 되었겠지요. 하지만 누구보다도 제가 가장 크게 감동했습니다. 누구라도 이런 에필로그를 읽으면 그럴 수 밖에 없을 겁니다.

 

같이 공부한 친구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무엇보다도 영어를 재밌다고 느끼게 만들어준 선생님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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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13 03:24:27 *.169.176.7

'"오늘은 미래의 원인이고 미래는 오늘의 결과이지만 

오늘은 아무 것도 결정되어 있지 않다.  바라보는 자의 마음에 있다.' 

"심판은 신 앞에서 받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삶속에서 받는 것이다." 

"신은 우리에게 운명을 주었지만 그 운명을 선택할 권리도 함께 주었다" 

는 문장들이 생각남니다. 

좋은 스승이 제자의 현재와 미래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아주 명확하게 

보여주시는 것 같아서 참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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