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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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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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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3월 24일 07시 51분 등록

어린이들은 호기심이 참 많습니다. 조금씩 자라면서 세상이 넓어질수록 자신이 관찰한 것의 이유를 묻고, 자신이 모르는 이야기를 어른들이 하면 무슨 이야기인지 알려 달라 합니다. 이런 것을 생각해 보면 호기심이란 것은 인간이라면 모두 갖고 있는 특징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의 경우를 돌이켜보면,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어가면서왜 그럴까하는 질문을 예전만큼 많이 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어쩌다 궁금증이 들었을 때 답을 알고 있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은데, 즉각적으로 떠오른 짐작으로 더 이상 생각하기를 멈추거나, 아니면 신기한 상황을 마주해도 그 이유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대신 묻는 것을 멈추고 상황을 받아들이는 데에 만족했던 것 같습니다.


생활 환경이 안정적이고 새로운 자극이 적다면 주변에서 호기심을 발휘할 일을 찾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한 일은 아닙니다. 나와 크게 연관 없는 사건에 휘말릴 수도 있고, ‘왜 그럴까의 답을 찾지 못한 채 찜찜하게 마무리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새로운 상황에 놓여 자신의 지식이나 세계를 확장해 나가야 한다면 호기심이 큰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새로운 것의 전체 그림을 보고, 그 세부적인 것을 채워 나가는 것은 호기심이라는 사냥개를 앞세워서 가는 것이 가장 재미있고, 지치지 않고 파고들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저도 작년에 처음 새로운 회사에 와서 새로운 제품의 시장들을 보는 것이 (지금도 그렇지만) 괴로웠는데, 조금씩 지식이 늘면서 호기심을 사용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경쟁사는 왜 이런 전략을 냈을까라든가이 시장에서 새로운 트렌드는 무엇인가혹은지금 일어나고 있는 국제적 사건이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까같은 질문들로 조사를 하다가 새로 알아낸 것도 많았고, 보고서를 작성할 때 제 호기심에 도움을 받기도 했습니다.


얼마 전에공부란 머릿속에 지식을 쑤셔 넣는 게 아니라 세상의 해상도를 올리는 것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기업들의 시가 총액이나 주가가 가지는 의미, 외국인 관광객의 대화를 알아들을 수 있게 되는 것, 가로수가개화 시기의 배롱나무였다는 것을 알게 되는 등 지식을 얻기 전보다 세상이 선명하게 보인다는 뜻이지요.


저는 이런 해상도의 업그레이드는 모두 우리 본성에 잠들어있는 호기심을 깨우는 것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Full HD 해상도로 세상을 보다가 주변의 해상도가 낮아진다면 큰 불편을 초래하니, 끊임없이 공부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사실 지속적으로 무언가를 하는 데는 불편함보다 더 근본적인 동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오랫동안 목줄을 채워 가둬놓았던 궁금해하는 마음을 잠시 풀어주어, 주변을 탐색하고 냄새 맡게 해준다면 어떤 지식을 알고 싶은지에 대한 신선한 아이디어가 많이 떠오를 것입니다. 그리고 새로 얻은 지식으로 더욱 선명한 세상을 즐길 수 있게 되겠지요.


예전에 박완서, 황석영 등 여러 한국 작가들의 소설을 읽을 때 소설가들이 다양한 꽃 이름을 알고 있다는 것에 놀랐던 일이 있습니다. 이름만 들어서는 어떤 꽃인지 몰라 사진을 찾아보았는데, 그제서야이 꽃에도 이름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던 일이 있었습니다. 그 뒤로는 그 꽃을 볼 때마다 반갑고, 모르는 식물에도 알고 싶다는 호기심이 생기곤 했습니다. 세상은 이토록 선명하고 아름다우니, 저도 그 아름다움을 제대로 즐길 수 있도록 제 호기심을 마음껏 활용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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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25 23:45:48 *.169.227.25

저한테  호기심은 "왜"였습니다.   

그네들은 되는 데 나는, 우리 선수는 왜 안되지 ?  

무엇이 어떻게 다른 것일까?  내가 모르는 것이나 잘못 알고 있는 것, 그리고 잘못 보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렇다면 "이렇게 해 보면 어떨까?"  궁금해 결과가, ...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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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26 12:37:26 *.225.171.202

나이가 들수록 호기심이 쪼그라듭니다. 세상일 익숙한 것들이 늘어나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합니다만 아무래도 짜여진 루틴 속에서 반복된 삶을 살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사실 어떤 인생, 어떤 사람이든 미지의 영역은 무궁무진하기 마련이니까요. 익숙한 것 속으로 숨어드는 게 안전하다고 느끼고 자기 자신의 한계를 규정짓기 때문이 아닐까도 생각해 봅니다. 흥미도가 낮아지니 세상사 재미가 없어지는 것이기도 합니다. 악순환이랄까요. 이제 쉰다섯 이렇게 살아서 시간도 빨리 가는 것 같습니다. 절대적인 시간은 같은데, 나이들수록 삶이 빨리 지나쳐가는 것 같은 이유는 지난 시간들이 ‘거기서 거기’여서 기억에 남는 게 별로 없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래서 잘못하는 것도 배워보고 낯선 사람을 만나는 불편한 일을 기꺼이 해봐야겠습니다. 호기심을 끌어올려야 남은 삶도 길어질 것 같습니다.  구하은님 고맙습니다. 항상 후생가외라는 생각을 하게 하고, 좋은 아빠가 되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일깨워주는군요.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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