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오늘의

마음을

마음을

  • 어니언
  • 조회 수 620
  • 댓글 수 1
  • 추천 수 0
2022년 4월 21일 08시 17분 등록


  어제는 아빠의 아홉 번째 기일이었습니다. 가족들이 모두 모여 추모미사를 드렸습니다. 몇 달 만에 만난 조카들은 훌쩍 컸고, 코로나를 앓으셨던 친척 어른들은 조금 수척해지셨습니다. 그래도 오랜만에 서로 만나 함께 식사를 하고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추모미사를 드리면서 아빠가 생전에 좋아하셨던 당나라의 여류시인 설도의 춘망사를 함께 읽고 아빠의 책에서 평범함을 탁월함으로 바꾸는 노력의 힘에 관한 한 구절을 뽑아 읽었습니다. 아빠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춘망사와 앞으로 남은 가족들이 어떻게 살았으면 좋겠는지에 대한 바람이 담긴 구절을 함께 나누면서 그분을 추억하는 것은 정말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코로나 시국으로 오랫동안 다 같이 모이기 힘들었던 가족들과의 시간은 즐거웠습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함께 나눴던 대화와 얼굴 표정들을 하나하나 떠올려보다가 문득 오늘 아빠가 계셨더라면 탁월함의 추구 외에 한 가지를 더 이야기하셨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오래전, 아빠가 마음 편지로 보내셨던 독서 시를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소로우의 『월든』을 읽고 나서 쓰신
    독서 시였습니다
.


내가 기쁨으로 매일 하고 있는 두 가지 일들을 찾아 적어 두었습니다.

  나는 매일 쓴다.

내 정신은 날마다 크기를 원한다.

  나는 매일 산과 들과 거리를 걷는다.

내 두 다리는 걷고 싶어 하고 내 두 팔은 흔들고 싶어 하고,

내 심장과 허파는 신선한 공기를 원한다.

 

 그리고 앞으로 해야 할 한 가지의 중요한 일을 찾아내었습니다.

  나는 매일 한 사람을 웃게 한다.

영혼은 늘 다른 사람의 기쁨을 원한다.

 이 세 가지 일만 하면 내 낮과 밤은 매일 기쁨으로 가득할 것입니다.

그 밖의 것들은 내게 매일 할 만큼 중요한 일들이 아닙니다.

 

 소로우는 간소한 삶을 살았던 작가입니다. 삶에서 추구하는 것이 적어질수록 삶이 더 명료하게 되며, 그때에는 고독이 고독이 아니고 가난이 가난이 아니게 된다는 말을 했지요. 아버지는 그의 책을 읽으면서 삶을 간소화한다면 무엇을 남기면 좋을지 생각해 보신 듯합니다. 곧 글쓰기와 걷기를 고르셨지요. 두 가지는 자신의 정신과 육체를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마지막으로 덧붙인 중요한 일은 다른 한 사람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자신을 위해 살고, 자신의 마음에 솔직해야 합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혼자서 살아갈 수 있는 존재는 아닙니다. 칭찬, 격려, 믿음, 다정함에 마음이 녹아내렸던 기억은 참으로 오래갑니다. 어떤 시련을 겪든 소중한 감정을 느끼게 해준 누군가와의 기억은 사람을 지탱해 주지요. 누군가의 얼굴에 미소를 가져다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아주 괜찮은 하루였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 받은 상냥함과 응원은 기억하지만,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같은 것을 주었던 경험에 대해서는 기억하지 못합니다. 상대의 말을 경청하고, 공감해 주고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는 것을 사소하다고 생각하고 말지만, 사실 함께 웃으며 보냈던 시간을 소중하게 간직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인 것입니다.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다른 사람에게 어떤 감정을 줄 수 있는 사람인지를 알게 된다면 우리는 자신을 훨씬 더 괜찮은 사람으로 생각하게 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숨 쉬듯 자연스럽게 말을 건네고 이야기를 듣는 것도 세심하게 관찰하며 자신의 하루를 만들어 가도록 합시다. 그것이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살고, 그런 나를 더욱 좋아하게 만드는 비결이 아닐까 합니다.

IP *.143.230.48

프로필 이미지
2022.04.23 13:17:08 *.169.227.25

  시간과 총알이 없었던 예전에는 " 세월이 쏜 살같이 간다 " 고 했었죠. 

저 또한 그렇게 평생을 갈구하던 스승을 만났는데,  너무 쉽게 이별을 해서 늘 ... 

하지만 그래도 행복한 것은  무시로 느껴지는 사부님 과의 시간이  주는 비범함입니다.

때때로 제가 살았던 극한 상황 속에서 느껴지던 천 년 같은 찰나의 순간들 보다 도 더  길게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더 확실하게 기억되고  그리워합니다.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056 화요편지 - 함께라면 어디라도, '다음 달에는' [1] 종종 2022.05.10 682
4055 [월요편지 107] 직장인이 확실하게 노후를 대비하는 방법 습관의 완성 2022.05.08 690
4054 [라이프충전소] 함께 사는 사람들 [1] 김글리 2022.05.06 579
4053 #따로또같이 프로젝트 수요편지 - 진짜로 보는 것 [1] 불씨 2022.05.03 550
4052 따로또같이 프로젝트 - 화요편지, 가족의 정의 [1] 종종 2022.05.03 677
4051 [변화경영연구소]#따로또같이 월요편지 106_우리집 가훈 [1] 습관의 완성 2022.05.01 728
4050 [라이프충전소] 원하는 삶을 살 자격 [2] 김글리 2022.04.29 737
4049 경계 너머 [1] 어니언 2022.04.28 540
4048 [수요편지] 욕망에 대한 단상 - 인정욕구라고 들어보셨나요? [1] 불씨 2022.04.26 652
4047 화요편지 - 당신을 위한 친절한 노년세계 가이드, 코민스키 메소드 종종 2022.04.26 795
4046 [월요편지 105] 평범하다고요? 그럼 성공하시겠네요 [1] 습관의 완성 2022.04.24 636
4045 [라이프충전소] 나는 어떤 방식으로 해내는 사람인가 [7] 김글리 2022.04.21 681
4044 삶의 실험 [2] 어니언 2022.04.21 617
» 함께한 기억(4/14 마음편지) [1] 어니언 2022.04.21 620
4042 [수요편지] 가장 나다운 것 [1] 불씨 2022.04.19 636
4041 화요편지 - 집필불가? 포기불가! [1] 종종 2022.04.19 711
4040 [월요편지 104] 처음에 싸게 팔아야 하는 이유 [1] 습관의 완성 2022.04.17 666
4039 [라이프충전소] 나답게 산다는 게 뭔지 보여준 한 사람 [2] 김글리 2022.04.14 701
4038 [수요편지] 씨앗 속의 사과 [2] 불씨 2022.04.12 734
4037 화요편지 - 잘 봐, 언니들 인생이다! [4] 종종 2022.04.12 7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