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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4월 26일 08시 13분 등록


화요편지

2022.4.26

종종의 종종덕질

당신을 위한 친절한 노년세계 가이드, 코민스키 메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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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은 미지의 영역입니다.


모든 사람이 나이가 들고 늙게 마련이지만, 나이듦을 굳이 상기하고 싶지 않기 때문일까요. 영화와 드라마, 만화 같은 대중매체가 선호하는 컨텐츠 중에 노인이 주변인물이 아닌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죠. 특히 시청률이 모든 것을 좌우하는 TV드라마에서 나이든 인물들이란 젊은 주인공들의 주변환경을 설명하기 위한 도구적 등장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코민스키 메소드’를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어이없게 스펙타클한 노년의 세계가 적나라하게 펼쳐지는 이 작품은, 두 주인공의 연령대가 각각 70대와 80대예요. 마이클 더글라스가 연기하는 주인공 샌디 코민스키는 1945년생, 한 때 잘 나갔던 배우 출신의 연기 코치죠. 그의 절친이자 전설적인 에이전트로 등장하는 노먼은 실제로 팔순을 훌쩍 넘긴 명배우 앨런 아킨이 연기합니다. 그러니까 이 드라마는 일흔이 넘었지만 현역으로 활동 중인 연기코치이자 여전히 철없는 바람둥이 샌디, 그리고 애처가에 성공한 사업가지만 괴팍하기 짝이 없는 절친 노먼의 좌충우돌 노년 라이프를 그려낸, 아주 현실적이고 세련된 코미디입니다. 


첫 시리즈가 방영된 해에 골든글러브 작품상과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어마어마한 작품입니다만, 아마 들어보신 적 없을거예요. 그런데, 미국사람들에게도 ‘코민스키 메소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았나 봅니다. 이 드라마가 작품상과 남우주연상 수상으로 골든글러브 2관왕을 거머쥔 뒤에 나온 잡지 기사의 제목이 ‘당신은 왜 코민스키 메소드를 못 들어봤나’였다니 말 다했죠.  


그만큼 노년을 주제로 한 드라마는 제작되기도 힘들고, 주목받기도 힘들죠.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칠순과 팔순의 노인네들이 다 해먹는 이 ‘귀한’ 작품을 꼭! 3부까지 완방하시라고 권하고 싶어요. 감동과 재미를 다 잡은 그야말로 꿀잼 드라마이고, 끝으로 갈수록 힘이 떨어지는 시리즈물의 징크스를 비웃기라도 하듯 벅찬 감동으로 아름답게 막을 내리는 엔딩도 너무 좋거든요. 


여기에 두 명배우를 비롯, 주인공 코민스키의 전부인으로 등장하는 캐서린 터너, 노먼의 옛 여친으로 등장하는 제인 세이무어 등 한때 헐리우드의 대표 미녀배우들이 제 나이에 걸맞는 역할로 돌아와 활약하는 모습도 놓칠 수 없는 재미입니다. 일단 연기 앙상블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죠. 바다 건너 헐리우드에 사는 철없는 노친네들이 내 이웃처럼 친근하게, 사랑스럽게 느껴지니 말이예요. 여기에 이 대책없는 노인 샌디를 지탱해주는 사업파트너이자 속 깊은 외동딸 민디, 민디보다 곱절은 나이를 먹은 그녀의 몹시 특이한 남친, 반 세기쯤의 세대 차를 뛰어넘어 사제지간으로 연을 맺는 다양하고 엉뚱한 제자들이 등장해서 배우로서는 잊혀졌지만 존경받는 연기코치 샌디의 일상을 심심할 틈 없는 소동극으로 채워줍니다. 그리고 철없는 노친네지만 연기 코치로서는 전설급인 샌디의 수업 또한 놓쳐선 안 될 백미입니다. 이게 연기 수업인지 인생 수업인지 모를 통찰력이 빛나는 대사와 강의 내용이 잔잔한 감동을 주거든요.  


여기서 대스포 하나. 이 드라마는 주요 인물 대부분이 죽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지요. 등장인물들이 죄다 언제 가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잖아요. 그런데 참 묘하게도, 슬프지만 비통하지 않아요. 드라마의 시작에서 주인공 샌디는 손녀 뻘의 여자와 데이트를 하고, 절친 노먼의 아내가 죽기 전 자신을 보고 싶어한다는 메시지를 전해와도 피해 다니기만 합니다. 나이듦과 함께 코 앞으로 다가온 죽음이라는 현실을 인정하지 못하는 거죠. 하지만 본인의 절친이기도 했던 그녀의 장례식을 시작으로, 생각지도 못한 주변인들을 차례차례 떠나보내고 끝내는 절친 노먼의 장례식에서 황망한 모습으로 추도사를 하는 샌디를 만나게 되죠. 


황당하게도 3부는 이렇게 두 주인공 중 한 명의 죽음으로 시작되는데, 시리즈를 어떻게 끌고 가려나 싶을 정도로 노먼의 비중이 크거든요. 하지만 샌디는 절친이자 후원자이자 매니저이기도 했던 노먼을 잃고도 애도할 여유가 없습니다. 억만장자였던 노먼이 그를 재산집행인으로 지정하는 바람에 약물중독으로 말썽만 피우던 노먼의 딸과 사이비 종교 사이언톨로지에 심취한 손자의 뒷감당도 벅찬데, 친구 뻘인 예비사위와 옥신각신 줄다리기를 하는 와중에 외동딸 민디의 엄마이자 이혼했지만 미운정 고운정이 다 들어버린 전처의 투병생활까지 돌보느라 정신이 없지요. 


결국 화해와 용서를 넘어 최고의 친구가 된 전처마저 떠나보내고, 막막함 속에 홀로 남은 샌디에게 배우로서 그를 끝까지 믿어준 노먼의 마지막 선물이 도착하지요. 그리고 샌디는 ‘존경받는 연기코치지만 잊혀진 배우’로서 상상도 하지 못했던 생애 최고의 순간을 맞게 됩니다.


아직 알려지지 않은 세계, 우리 모두에게는 노년을 탐험할 자격과 의무가 있습니다. 가능성과 불안이 공존하던 청년기를 지나, 혼란과 포용이 함께 춤추는 중년의 계곡을 거쳐 마침내 다다를 그곳, 노년의 세계로 안내해줄 가이드가 존재할 수 있다면, 저는 샌디와 노먼, 이 소란스러운 노친네들을 제 가이드로 삼고 싶어요. 그리고 뼈를 때리는 통찰과 유머, 상실과 슬픔과 애정이 가득한 코민스키의 인생 수업에 여러분을 초대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샌디와 노먼, 이 두 사람의 우정에 한 곡 바치면서 오늘의 화요편지를 마무리하겠습니다. 


Bonnie Raitt의 You got it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1HnZyEWPt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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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만 총총~ 다음 주에 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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