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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4월 26일 17시 36분 등록
쇼펜하우어는 "인생은 충족되지 않는 욕망과 권태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시계추와 같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또한 아무도 없는 호수가 통나무집에 살명서 <윌든>을 쓴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말하기를 자신이 가지고 있는 최고의 기술이 하나 있는데, 그 기술의 이름은 '아무 것도 원하지 않기'라고 했습니다. 이것은 붓다의 최고 기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소로나 붓다같은 사람들이야 아무 것도 원하지 않으면서 완벽한 만족에 머무를 수 있겠지만, 보통 사람들은 그렇게 살기 어렵습니다. 완벽한 만족이라는 것 자체가 거의 가능하지 않겠지만, 설령 있다 한들 완벽한 만족은 권태로 이어집니다. 거꾸로 완벽하지 않으면 결핍을 느낍니다. 권태도 결핍과 같습니다. 어떤 경우든 그 상태를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이 생기게 됩니다. 불가에서 말하는 깨달음은 인간세상의 고통의 원인이 되는 욕망과 번뇌를 초탈하는 열반의 경지에 이르는 것인데, 인간인 이상, 그리고 무엇보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사는 이상 욕망이라는 것에 초연해지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그럼 욕망이 나쁘기만 한 것일까요? 욕망을 초탈해야만 평화가 찾아오는 것일까요?
욕망이라는 것에 대해 좀 더 들여다봐야겠네요. 욕구나 의지와 탐욕은 같은 욕망이지만 차이가 있습니다. 처음에 작게 시작했지만 점점 커져간다면 탐욕일 수 있습니다. 그럴수도 있다는 거지 다 그렇다는 건 아니니 오해는 마시구요. 물론 급한 볼 일을 처리하지 못해 이리 저리 화장실을 찾아 헤메다가 절실함에 간절해지는 것을 탐욕이라고는 볼 수 없습니다^^

불가에서 까마(kāma)는  쾌락, 애욕과 같은 욕망을 나타내고, 찬다(chanda)는 어떠한 행위를 하기 위한 의욕 내지 욕구를 말합니다. 돌을 던져서 무엇인가를 맞추고자 하는 욕구가 찬다입니다. 돌을 던지는 목적에 따라 남들이 보기에 좋은 의도일수도 있고, 나쁜 의도일수도 있겠죠. 어린 아이를 공격하려는 들개를 쫓기 위해 돌을 던진 것이라면 선한 의도가 있는 것입니다. 그런 의도와 욕구를 욕망이라고 표현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 의도가 아이를 구하기 위함이 아니라 옆에 있는 여자친구에게 잘 보이기 위한 것일뿐이라면 그안에 도사리고 있는 것은 기실 욕망이라고 볼 수 있겠죠.  물론 그 자체를 선하다거나 악하다거나 정확하게 나눠서 재단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욕구가 지나치면 욕망이 되고, 탐욕이 됩니다. 주체하지 못하고 높아져만 가는 욕망의 기준선들은 대부분 타인의 것입니다. 그래서 라캉은 인간은 타자의 욕망을 욕망한다고 말한 거겠지요. 하지만 타자로부터 오는 욕망만 있지는 않습니다. 욕망 그 자체는  추하고 부정해야만 할 대상이 아닙니다. 그 자체는 어떠한 선악의 가치가 없습니다. 욕망을 부정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대신 그 욕망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 알아봐야 합니다. 욕망의 이유는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이 정녕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인지 말입니다. 타인의 가치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는 욕망에 대해 숙고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욕망 자체를 부정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그럼 타자의 욕망은 어떨까요? 이것 역시 덮어놓고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독일의 철학자 헤겔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는 것에 대한 욕구가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욕구라고 말합니다.  헤겔은 이 '인정욕구'가 사회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요소이며, 역사라는 과정 전체를 움직이는 힘으로 보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인정받기 위해 자신의 목숨도 걸 수 있습니다. 인간들이 상대가 자신을 인정하게 만들기 위해 벌이는 치열한 싸움을 헤겔은 '인정투쟁'이라고 불렀습니다. 역사의 모든 순간순간이 이 '인정투쟁'이라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죠.

사마천의 <사기열전>을 보면 이 '인정욕구'가 드라마틱하게 드러나는 이야기가 적지 않습니다. 쉽게 말해, 자신을 알아준 사람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치는 건데요. 꼭 죽을 필요가 없는데도, 죽음으로써 자신의 고고한 뜻을 나타내고자 하는 이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춘추전국시대 사공자 중 으뜸으로 평가되는 위나라 신릉군(위무기)에게는 후영이라는 걸출한 상객이 있었다. 위무기는 후영을 극진히 대접했으며, 후영 또한 좋은 계책들로써 위무기를 섬겼다. 위나라 안희왕 20년에 진나라 소왕이 조나라 군대를 장평에서 깨뜨리고, 군사를 휘몰아 조나라 수도 한단을 포위했다. 절대절명의 순간, 조나라는 위나라에 도움을 청했으나, 위나라 왕은 진나라의 후환이 두려운 나머지 군사를 진격시키지 못했다. 이에 의리를 중히 여기는 위무기는 홀로 조나라를 구원하러 갈것을 결심하고, 후영은 위나라 장군 진비가 지휘하는 위나라의 10만 대군을 위무기의 손에 쥐어줄 수 있는 계책을 마련한다. 위무기가 10만 대군을 인수하기 위해 출발하는 날, 후영은 이렇게 말한다.
"저도 마땅히 따라가야 하지만 늙어서 갈 수 없습니다. 그렇더라도 공자의 일정을 헤아려, 공자께서 진비의 군대에 이르는 날에 북쪽을 항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으로 대신하겠습니다."
위무기가 진비의 군대에 이르렀을 무렵에 후영은 정말로 북쪽을 향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물론 이 짧은 이야기만으로 그 당시 있었던 모든 정황과 개개인의 심리를 알 수는 없겠지만, 이야기 내용으로만 본다면 후영은 정말 '인정욕구'의 끝판왕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마천은 후영을 정말 의로운 사람이라고 추켜세웁니다. 그 시대의 기준, 또한 사람들마다 가지고 있는 기준들이 다 다를수 있어서 옳다 그르다라고 판단할 수 있는 사항은 아닙니다. 욕망 자체는 선함도 악함도 없을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문제가 되는 상황들은 대부분 극단으로 치우칠 때 만들어집니다. 술도 적당히 마시면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지만, 그 적당히를 하지 못 하는 사람들이 많죠(제 얘기입니다 ^^;;;)

그래서 욕망과 함께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필요한 것은 욕망을 초월하는 깨어남이 아니라 극단으로 치우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중용의 깨달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제 정말 햇살이 따듯하네요. 이 완연한 봄날을 온전히 즐기시기를 바라며, 이만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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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02 18:49:49 *.169.227.25

서양 사람들은 옳은 수단이나 방법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우리 동양에서는 옳은 수단이나 방법이 있는 것이 아니라 옳은 사람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정의로운 검이나 승리할 수 있는 검법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바른 생각과 성실한 훈련 태도를 가진 선수, 곧 이길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선수가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칫 모호함으로 흐르기 쉬운 중용의  실천기준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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