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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5월 17일 15시 57분 등록


화요편지 

2022.5.17


땡땡이치기 참 좋은 날입니다.

주말 내내 묘하게 쌀쌀하던 날씨가 누그러지고, 햇살은 따사롭고 바람은 살랑살랑한게 콧바람이 솔솔, 지금 있는 곳 그 어디든 박차고 일어서 일단 문 열고 나가고 싶은 날이거든요. 물론 현실은 우리 모두 대개는 어딘가에 메어있는 사람들이지요. 학생은 교실에, 월급쟁이는 사무실에, 장사치는 매장에, 농사꾼은 밭뙈기에 다들 그렇게 무언가에 붙들린 듯 정작 본인이 붙들고 놓지 못하는 하루 하루를 보냅니다. 


저는 일주일에 한 번 기차를 탑니다. 일 때문인데, 기껏해야 1시간 밖에 안 되는 탑승 시간이니 이제는 평소 출퇴근과 다를 바 없이 무덤덤해졌지만, 처음 몇 개월 간 출장을 위해 기차를 탈 때는 그 한 시간 남짓이 나들이라도 가는 양 설레어서, 차창 밖으로 드러나는 초록초록한 들판과 아담한 강줄기를 따라 아무 역에서나 내리는 상상을 하곤 했습니다. 실내에 있기가 아깝도록 푸르고 청량한 날씨를 만나면 그런 상상 한 번 쯤 다들 하지 않으시나요. 그런데 요런 상상을 그대로 멜로디에 담아 화면과 가사로 옮긴 뮤직비디오가 있어 소개를 드리고 싶어졌습니다. 


곽진언의 ‘나랑 갈래’입니다. 슈퍼스타 K 우승자 출신인 곽진언은 방송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진 않지만, 여전히 좋은 곡을 만들고 꾸준히 활동하며 팬들을 사로잡는 뮤지션이죠. 이 노래는 그의 첫 공식앨범 타이틀 곡이었어요. 특유의 낮고 그윽한 목소리와 기타 선율만 들어도 너무 충만한, 아름다운 곡이지만요. 정작 가수는 몇 초 등장하지 않는 뮤직비디오가 진짜! 좋아요. 특히 지치고 힘든 오후, 안 풀리는 일거리들을 잠시 내려놓고 틀어 보시면 아름답고 서정적인 화면과 함께 내 안에 있었는지도 몰랐던 응어리가 스르르 풀리는 경험을 하시게 될 겁니다. 


햇살 따듯한 날에 나랑 여행 갈래

다신 안 돌아오게 아주 먼 곳으로

나랑 갈래. 나랑 가지 않을래.


-곽진언의 ‘나랑 갈래’ 중에서


그 멋진 저음으로 다정한 듯 쓸쓸하게 읊조리는 곽진언의 노래 첫 소절에서 저는 이미 ‘그래 갈께!!!’를 외치고 말았던 것입니다아아…ㅜㅠ


출근길인 듯 꽉 찬 버스 안, 피곤한 승객들이 한가득입니다. 이어폰을 끼고 눈을 감은 승객, 무거운 책가방을 멘 학생, 전화기를 붙들고 씨름 중인 직장인, 앉아있는 것도 힘겨워 보이는 노인, 저마다 힘겨운 기색이 가득한 승객들을 태운 버스가 꽉 막힌 대로를 꾸역꾸역 헤쳐 나갑니다. 덜컹대는 버스 안에서 각자의 사정으로 힘겨운 사람들은 한참을 가도 내려줄 생각이 없는 듯 달리기만 하던 버스 밖 풍경이 어느새 벚꽃 가득한 시골길로 변한 것을 알게 됩니다. 


그제서야 이어폰을, 핸드폰을 내려놓고 창 밖을 두리번거리던 사람들이 하나씩 둘씩 자리에서 일어나 어깨춤을 추어요. 덩실덩실 한풀이 같기도 하고 하소연 같기도 한 춤판이 벌어지던 버스는 어느새 도착한 바닷가에 정차해 문을 엽니다. 파도가 밀려드는 모래사장으로 쏟아져 내리듯 버스를 빠져나온 사람들은 신었던 구두를, 어깨를 옮아 메던 가방을 벗어 던지고 파도에 핸드폰을 던져 넣습니다. 이 먼 해변까지 사람들을 버스째 데려온 기사는 아예 입은 옷 그대로 바다로 헤엄쳐 들어가요. 


덩실덩실 한데 어울려 웃고 소리 지르고 춤을 추는 사람들의 모습이 풍경화의 일부처럼 녹아들죠. 그리고 마지막 장면, 모래사장 한 가운데 느닷없이 등장한 탈의실 문을 여니 돌아가야 할 전화교환원 부스가, 교실 앞 정경이, 매연과 차들로 꽉 찬 도심대로가 펼쳐지네요. 이제 어깨동무를 한 사람들은 망연히 그 너머 풍경을 바라보다가 서로 눈을 마주치고는 ‘이제 됐어’라는 듯 미소를 짓습니다. 


노래의 가사처럼 어디로든, 어떻게든 지금 이 곳을 벗어나야 할 것만 같은 사람들을 섬세하게 어루만지는 영상과 가사가, 잠깐 꿈을 꾸고 온 듯 아련함과 함께 눈 앞 가득 펼쳐진 바다를 보여주며 끝이 납니다.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는 거지요. 어떤 날은 내 의사와 상관없이 정해진 일정이 유난히 버겁고 힘들어 그저 여기만 아니면 어디든지 좋을 것 같은, 떠나고 싶은 욕구가 울컥 목덜미를 치고 올라오는 날도 있고요. 그래도 그럴 수 없는 나를 위한 조그만 쉴 틈을 하나 만들어 두면 어떨까요. 언젠가 실현하고픈 떠남을 아름다운 선율로, 따뜻한 가사로 조금은 미리 맛보게 해줄 노래 몇 곡을 플레이리스트에 넣어두고! 열심히 버티는 겁니다, 일단 주말까지!


그럼 ‘땡땡이치고 싶은 날 듣고 싶은 노래’ 플레이리스트 7을 소개하며 오늘의 글을 마칩니다.


나랑 갈래 – 곽진언

도망가자 – 선우정아

별 보러 가자 – 적재

여름 안에서 – 듀스

Home - 버나드 박 버전

부산에 가면 – 최백호

푸른 양철 스쿠터 – 마이 앤트 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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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s'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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