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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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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5월 22일 14시 57분 등록






또 무너졌다. 이런 나쁜 놈. 아빠의 자격도 없는 놈. 이제 갓 초등학교 3학년 딸에게 벼락처럼 날카로운 호통을 치다니. 또 한번 그렇게 난 무너져버렸다. 그 밤, 유리 같은 아이의 심장은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그 가엾은 모습을 보고 내 이성도 마비가 되었다. 가위에 눌린 듯, 할 일이 태산인데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시간은 돈이다. 시간이 돈이란 등식이 성립하는 재미있는 유래가 있다. 벤자민 프랭클린이 서점의 점원으로 일할 때 일화다. 한 고객이 책값을 물었다. 프랭클린은 5달러라고 답했다. 그 고객은 책 값이 비싼지 가게 문을 열고 나갔다. 잠시 후 다시 돌아온 그 고객이 책 값을 다시 물었다. 그러자 이번엔 6달러라고 말했다. 조금 전까지 5달러인 책이 왜 갑자기 올랐는지 물었다. 그러자 프랭클린은 이렇게 대꾸했다





책 읽는 저의 소중한 시간을 빼앗긴 만큼 책 값에 더했습니다






평범한 직장인 A씨가 있다. 월급을 시급으로 계산해 보았더니 시간당 2만원이다. 직장인은 시간을 회사에 투자해 그 대가로 월급을 받는다. 하루는 A씨가 아내와 심하게 다투고 출근했다. 업무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오전 4시간 동안 컴퓨터 화면을 쳐다보지만 아내가 했던 서운한 말만 둥둥 떠다녔다. 화가 쉽게 가라 앉지 않았다. 회사는 8만원을 도둑맞은 셈이다.






딸에게 호통친 그 날 밤, 딸은 숨이 넘어갈 듯이 울었다. 멈춰야 했다. 하루 종일 일이 꼬인 날이었다. 몸도 마음도 지친 그런 날은 통제력이 바닥을 드러내곤 한다. 이날은 아침부터 비가 내렸고 차가 막혀 오전 고객과 중요한 미팅 시간에 늦었다. 오후엔 쌀국수 매장 직원의 실수로 주문한 음식 하나가 누락된 채 배달되었다. 고객은 차분히 빠진 음식 배달을 요청했다. 괜히 내 마음만 바빠져 허둥지둥 차를 몰고 달려갔다. 매장에 돌아와 실수한 직원에게 호통을 치고 싶었지만 그만 둘까 두려웠다. 웃으며 가벼운 주의만 주고 넘겼다. 이런 나의 속마음과 겉모습에서 이질감이 느껴졌다.






어색한 마음을 어찌할 줄 몰라 무의식적으로 핸드폰을 열었다. 아침에 새롭게 올린 유튜브 영상이 생각났다. 조회수가 저조했다. 늘 그랬다. 예상은 했지만 예상이 틀리지 않으면 왜 화가 나는 것일까. 내가 쏟아 부은 시간이 쌓여가지만 구독자는 꿈쩍하지 않는다. 설악산 흔들바위처럼 늘 그 자리에 버티고 서있다. 문제는 인간 이범용과 흔들바위는 차이점이 있다는 사실이다. 인간은 감정이 있다. 흔들리면 다시 평상심을 회복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내가 그렇다. 나보다 빨리 평상심을 회복하는 사람은 나보다 성공한 사람들일 것이다.






파김치가 되어 집에 도착했다. 딸이 수학문제를 질문한다. 딸이니까 젖 먹던 힘까지 짜내서 수학문제와 씨름해 본다. 딸도 지쳤는지 짜증을 냈다. 평범한 날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탈진한 나의 감정이 그만 이성의 끈을 놓고 말았다.






그 대가는 혹독했다. 무너져 내린 감정은 다음날에도 영향을 준다. 우울한 감정을 벗어나려고 먹고 싶어도 참았던 라면을 두 개나 끓여 먹는다. 배가 부르니 죄책감도 부풀어 오른다. 이 감정에서 도망치려고 유튜브를 본다. 웃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쌀국수 매장에 필요한 식자재 주문시간이 10분도 남지 않았다. 부랴부랴 업체에 전화를 걸어 간신히 주문을 마쳤다. 등에서 식은땀이 흘러 내렸다. 발주를 못했다면 다음 날 가게 문을 열지 못한다. 하루 매출이 100만원이다. 시간은 돈이다. 감정이 상하면 이성적 판단이 흐려진다. 폭식을 하고 시간을 낭비한다. 감정은 시간낭비를 초래하고 해야 할 일을 방해한다. 시간도 돈이고 감정도 돈이다.  






감정은 돈이란 말은 차드쌤이란 구매대행 강사로부터 우연히 들은 말이다. 지난 달 6주 동안 잘나가는 서과장해외 구매 대행 수업을 들었다. 이 과정이 훌륭한 점은 정규 수업 이후에도 소속 강사 또는 외부 강사를 섭외해서 고가의 특강을 무료로 듣게 해준다는 사실이다. 하루는 대량등록과 관련 차드쌤이 특강을 했다. 감동적인 강의였다. 구매대행 특성상 반품이나 교환을 요청하는 고객이 종종 있다. 그런데 반품 처리가 생각보다 까다롭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차드쌤은 고객이 반품이나 교환을 요청하면 100% 환불을 해 준다고 한다. 단순히 계산기를 두드리지 않아도 금전적 손실이 발행하는 행동이다





하지만 반품 과정에서 견뎌야 하는 감정 소모가 환불 금액보다 더 크다는 것이다. 차라리 고객에게 흔쾌히 환불해 주고 감정과 시간을 세이브하여 더 생산적인 일에 투자를 하는 것이 남는 장사란 주장이었다. 공감이 차고도 넘친다. 감정은 돈이다. 심지어 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 큰 돈이다. 감정 관리를 잘해야 돈을 벌 수 있고 성공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화를 슬기롭게 다스려 감정을 관리할 수 있을까? 감정도 단계별로 폭발한다. 인간은 신이 아니기에 완벽할 수 없다. 딸아이가 짜증을 냈을 때 나의 감정도 1차 폭발을 했다. 거기서 멈춰야 했었다. 2차 폭발은 기필코 막아야 낭비되는 시간과 돈을 절약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나는 실패했다. 그날 새벽 김경일 교수의 유튜브 영상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좀 더 일찍 보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 글을 쓰는 이유다. 이 글을 읽고 여러분은 제발 2차 폭발을 미연에 방지했으면 좋겠다.






김경일 교수는 이렇게 조언한다






사람은 화가 나면 자기 자신을 제어를 못해요. 화를 슬기롭게 다스리기 위해서는 화가 난 장소에서 도망치세요. 두 다리를 이용해서 도망가면 그 감정에서 상당 부분 도망칠 수 있어요. 화가 난 장소에서 딱 3분만 잽싸게 뛰어서 도망가 보세요. 왜냐하면 빨리 뛰어 갈수록 그 화난 감정으로부터 적극적으로 피했다고 우리 뇌가 생각 하기 때문이에요. 그럼 상대를 원망하기 보단 내가 왜 화를 내고 있는지 스스로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인간은 3분만 걸어도 자기의 감정을 전염시키지 않고 경계선을 만들 수 있어요 두 다리는 내 화로부터 멀어지기 위한 심리적인 전환장치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날 밤, 딸의 방에서 두 다리를 이용해 잽싸게 거실로 도망쳤어야 했었다. 3분 동안 거실이든 내 방이든 서재든 내 화를 스스로 들여다 볼 공간으로 피신했어야 했었다. 그랬더라면 인간이기에 1차 폭발은 막지 못하더라도 시간과 감정을 좀먹는 2차 폭발은 막을 수 있었다. 시간도 돈이고 감정도 돈이다. 화가 욱하고 올라오는 날엔 두 다리를 이용해 빠르게 3분 동안 도망치자





이 얼마나 쉽고 빠르게 돈 버는 기술이 아닌가






IP *.130.27.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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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23 23:37:14 *.169.227.25


습관의 완성님의 글을 읽다보면  가끔씩 너무 과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 

오버 트레이닝의 기간이 휴식 없이 너무 길어지면  번 아웃 될 까봐서요...  조금 걱정이 됩니다.

힘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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