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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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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5월 27일 14시 35분 등록

나만의 오리지널리티를 구축하는 2.

나의 방식을 구축하기 , 먼저 많이 모방할



대가들이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드는 법

미국의 영화감독 ‘쿠엔틴 타란티노’는 할리우드 역사상 가장 독창적인 스타일을 가진 감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영화에 빠져 살았고, 감독이 되어서는 일찌기 봤던 싸구려 B급 영화를 자신의 영화에 녹여내 독특하면서도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만들어냅니다. 일부 평론가가 그의 영화에 훔쳐온 장면이 많다고 비판하자, 타란티노는 이렇게 반박합니다.   


“적어도 나는 훔칠 때 정직하다. 우리는 모두 어떤 것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만든다. 그렇다면 왜 직접적으로 가져오면 안되는가? 왜 비슷해 보이는 것을 만들기 위해 이것저것 섞으면 안 되는가? 영화감독은 DJ와 비슷한 면이 있다.” 

 

글을 쓰든, 그림을 그리든, 음악을 하든, 자신의 작품을 만드는 사람들은 자기만의 ‘방식’을 갖추는 게 필요합니다. 흔히 '독창성, 창작'이라 하면, 새로운 게 하늘에 뚝, 떨어지는 거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세상에 어떤 것도 '완전히' 새로운 건 없지요. 모든 것은 다른 것의 영향을 받고, 또 영향을 줍니다. 그래서 좋은 모방을 많이 할수록 좋은 창작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럼 좋은 모방이란 무엇일까요? 피카소의 말에 힌트가 있습니다.

 

"유능한 예술가는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

 

'입체파'라는 독창적인 화풍을 만든 파블로 피카소도 모방의 대가였습니다. 피카소는 어려서는 아버지 작품을 베껴그렸고, 이후 마네, 쿠르베, 엘그레코, 들라크루아 등 여러 대가들의 그림을 숱하게 따라 그렸습니다. 예술학교를 다녔지만 혼자서 그림연습을 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해, 학교를 그만두고는 선배 화가들의 그림을 모방하면서 실력을 키웁니다. 피카소는 특히 벨라스케스의 그림을 끊임없이 모방해 그렸는데, 그중  ‘시녀들’이란 작품을 모사한 그림만 58점에 달합니다. 벨라스케스는 피카소에게 평생 도전의 상대였는데, 피카소가  “나는 열다섯 살에 벨라스케스처럼 그렸다. 덕분에 80년간 아이처럼 그릴 수 있었다.”  라고 말할 정도였죠.


남미의 대표화가로 꼽히는 ‘페르난도 보테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보테로는 특유의 터질 듯 풍만한 양감과 밝고 화사한 색감의 화풍으로 유명합니다. 누가봐도 '아 이건 보테로 그림이다'라는 걸 알 수 있을 만큼 독특한 화풍을 자랑하는데, 이 역시 모방을 통해 완성되었다는 사실! 보테로는 정규 미술 교육을 받는 대신  20대에 유럽을 여행하며 미술을 독학으로 익혔습니다. 미술관에서 살다시피 하며 벨라스케스, 고야, 엥그르와 같은 대가들의 그림을 엄청나게 따라 그립니다. 대가들의 작품에 나타난 양감과 색채에 매료돼 그를 열심히 연구하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갑니다. 모방해서 익힌 기술에 남미 특유의 다채로운 색채감을 더해져, 명랑한 원색과 탱탱한 볼륨을 지닌 그만의 화풍이 완성됩니다. 


가장 독창적인 스타일로 평가받는 이들이, 사실은 모방을 넘어서 훔치기의 대가였다는 것!!



모방은 창조의 시작

이처럼 무엇을 잘하려면 일단 많이 접해봐야 합니다. 그래야 안목이 길러지고, 감각이 단련되기 때문입니다. 조정래 작가는 "글 잘 쓰는 기술은 애초 가르칠 수 없다"고 했고 많은 작가들이 그렇게 말합니다. 이는 감각으로 길러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타고나는 것이지만, 노력으로 어느 정도 습득은 가능합니다. 바로 위대한 작가들의 글을 필사하면서 그들의 감각을 습득하는 것이죠. 안도현 시인은 백석 시인의 시를 필사적으로 필사했다고 고백했고, <미생>의 작가 윤태호는 시나리오를 베끼며 스토리 만드는 훈련을 했다고 말합니다. 조앤 롤링도 무수한 작품을 필사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었다고 이야기했죠.

 

‘필사’는 모방의 또 다른 방법으로, 대가들의 문구를 베겨쓰면서 문장실력을 높이는 방법입니다. 단순히 옮겨 적는 게 아니라, 옮겨적으면서 문장 구조와 문체, 어휘, 내용을 한꺼번에 익혀가는 것이죠. 따라 하다보면 자연스레 행동으로 터득되는 기술이 생겨나고, 내 안에서 저절로 어떤 생각들이 떠오르면서 점점 나아지게 됩니다. 그러면서 나만의 방식이 조금씩 만들어집니다. 20년 이상 여행작가로 활동하며 수 십권의 책을 낸 이강 작가의 말입니다.

 

“작가가 되려면 반드시 남과 다를 것. 그게 최고의 비법이에요. 핵심은 자기 색깔을 갖는 것이에요. 저도 제 색깔이 흐려질 때면 ‘나의 본색 찾기’에 주력해요. 처음에는 베끼기를 시도하는 것도 필요하죠. 제가 추천하는 건 많이 쓰는 것보다 많이 읽고 많이 베끼는 거에요.”

 

간혹 모방하면 내 색은 없어지고 다른 사람과 비슷해지는거 아니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는데 어차피 똑같이 하지 못합니다. 누구나 자신만의 기질과 생각, 철학이 있기 때문에 아무리 모방을 하더라도 같은 작품을 만들어낼 수가 없습니다. 모방은 오히려 창조의 시작점이 됩니다. 자기 색을 가지려면 먼저 많이 모방해봐야 하죠. 직접 해보면서 온몸으로 감각을 길러가는 겁니다. 


 

베끼지 말고 훔쳐라

좋은 모방은 따라 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자신의 것으로 소화시켜 그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것을 만들어내는 것에 있습니다. “베끼지 말고 훔치라”는 피카소의 말처럼 대가들은 베끼는 데서 그치지 않고 핵심을 훔쳐와 자신의 것으로 녹여냅니다. 처음엔 모방하지만 조금씩 개선시켜가며 자기만의 스타일로 변형시켜 가는 것이죠. 피카소는 ”천재성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사라진다. 그러므로 나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고 말하며, 70세가 넘어서도 아이들의 그림에서 '훔쳤다'고 고백합니다. 그는 모방하며 자신의 화풍을 만들었고, 새로운 영감을 얻기 위해 또 모방을 했습니다. 

 

아기도 말문을 틔우기 전에는 부모의 말을 무수하게 흉내내며 옹알거립니다. 그렇게 따라하다 어느 순간 자신만의 말을 내뱉는 것이죠. 그러니 나만의 방식을 원한다면, 먼저 철저히 모방해봐야 합니다. 내가 가장 닮고 싶은 누군가, 내가 가장 하고 싶은 분야의 대가를 연구하며 그들의 감각을 훔쳐내는 겁니다.


여러분은 누가 떠오르시나요? 그들의 어떤 것을 훔치고 싶으신가요?  

IP *.181.106.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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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02 23:47:39 *.169.227.25

저의 박사 학위 논문은 한 선수의 30 여년의 펜싱 과정을 추적하여 어떻게 불모지에서 시작하여 올림픽 메달을 따게 되는지의 과정을 분석한 것이었습니다.  

그 결론으로서 논의는  선수는 보통 4개의 단계, 입문기, 성장기, 숙련기 그리고 완숙기에 이른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처음 입문기에는 수동적이거나 능동적인 모방을 하다가 성장기에는 능동적이고  체계적인 적용을 하게 됩니다.  더 나아가 숙련기에는 더  체계적이면서도 창조적인 적용을 통해 발전하다가  마지막으로  완숙기에는 창조적이고 총체적인 통합에 의해 자기만의 스타일을 완성하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개별적이라해도 그것이 일종의 단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아직도 깨어있는 코치들의 경험과 판단을,  또 선수들의 끝없는 열정과 의지를 배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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