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오늘의

마음을

마음을

2022년 6월 19일 16시 24분 등록

저의 매장 옆으로는 돈까스, 한식집, 중국집 매장 이렇게 4개 가게가 있는데요. 며칠 전부터 옆집 돈까스 가게는 불이 꺼진 채 외롭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저는 돈까스 사장님과 좀 더 친했었는데요. 친하게 된 계기는 매장을 운영하면서 손님이 없을 때도 그렇고 오픈 하고 초반에 적자에 허덕일 때도 서로 위로하고 의지하며 힘이 되어 주었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최근 돈까스 사장님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았습니다. 제 마음도 구멍이 난 것처럼 찬 바람이 휑하니 한 동안 불어 닥쳤었습니다. 전우를 잃은 것처럼요.




 

돈까스 사장님이 사업을 접기로 결심한 이유는 열심히 일해도 이익이 나지 않기 때문이었습니다. 평일도 그렇고 주말도 쉬지 않고 일했는데도 본인 인건비도 가져 가지 못할 정도로 이익이 나지 않았던 것이죠. 제 매장이 아니니 정확하게 매출과 비용이 어떤지는 알 수 없지만 돈까스 사장님과 대략적으로 말을 하다 보니 어느 정도 짐작은 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어요. 왜냐하면 저도 동일한 고민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지요. 분명히 전달보다 매출액이 30% 이상 높아졌어도 막상 뚜껑을 열고 순이익을 계산해 보면 당혹스러웠는데요. 이익은 늘어나지 않고 오히려 적자투성이인 달이 늘어났거든요. 1년 정도 프랜차이즈를 운영해 보니 정말 인건비와 식자재가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어마어마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죠. ‘이래서 자영업자들이 오래 못 버티고 폐업을 하는구나~’ 라고 격하게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돈까스 사장님도 매장을 운영한지 얼마 되지 않아 인건비가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높아져간다는 냉엄한 사실을 깨닫게 되었어요. 저도 마찬가지고요. 총 매출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대략 20%~25% 일 때 사장이 그래도 본인 월급 정도는 벌 수 있는 구조인데요. 인건비가 30%를 넘어 35%까지 치솟는 경우는 이익을 내는 것이 무척 힘들다는 것이 저와 돈까스 사장님의 공통된 의견이었어요. 한숨이 일상이 되었던 우중충한 시기였죠.




 

그런데 왜 이렇게 돈까스와 제 매장의 인건비 비중이 갈수록 높아졌던 것일까요?




 

제가 처음 프랜차이즈 매장을 오픈 했던 2020년 최저 시급은 8,590이었습니다. 그러다가 2021년 최저 시급이 8,720원으로 전년대비 1.5% 인상되었습니다.




 

최저 임금 제도는 국가가 임금의 최저 수준을 정하고 사용자에게 이 수준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강제함으로써 저임금 노동자를 보호하는 제도입니다. 저도 대학생 시절에 정말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경험했는데요. 아르바이트생 입장에서는 최저 임금이 너무 낮다고 불만이었는데 지금은 상황이 역전되어 사장이 되고 나니 매해 인상되는 최저 임금이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해는 하지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제가 힘들게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는 아르바이트생들의 최저 임금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다만 사장의 시각에서 보았을 때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다란 부담이 되고 있고 코로나19로 매출이 줄어 들면서 저 뿐만 아니라 제 주변 사장님들이 사업을 그만두게 하는 요인이 무엇인지 설명하기 위해서 인건비 비중을 설명하는 것이니 너그러이 양해 바랍니다




 

이런 맥락에서 지금까지 최저 임금이 어떻게 인상되었는지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요. 2016년도 최저 임금은 6,030원이었습니다. 2017년은 전년 대비 약 7%가 상승한 6,470원이었습니다. 그런데 2017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 2018년 최저임금은 7,530원으로 약 16%로 대폭 상승했습니다. 이후 2019 8,350, 2020년은 8,590 2021년은 8,720원 그리고 2022년은 9,160원으로 전년대비 5%가 다시 상승했습니다.




왜 이렇게 최저 임금은 계속 지속적으로 상승했을까요? 저는 최근 경제 공부를 하고 있는데요. 최근에 읽고 있는 <경제기사 궁금증 300 300>에 따르면, 역대 정부는 낙수효과 이론을 정책 패러다임으로 도입한 반면 문재인 정부는 분수효과 이론을 도입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낙수효과란 먼저 대기업이 수출을 주도해 이익을 내고 투자와 소비를 늘리면 중소기업과 자영업에도 경기 확대 효과가 나타난다며 대기업을 밀어주는 정책이었습니다. 반면에 분수효과는 낙수효과와 정반대 이론입니다. 그러니까 정부가 저소득층 소득을 늘려주는 정책을 써서 총수요를 키우면 중산층과 고소득층에 이르기까지 전 계층으로 수요 확대 효과가 확산되어 경기를 활성화할 수 있다는 경제이론입니다.




 

분수효과를 기대한 문 정부는 임기 초부터 최저임금을 2년 연속 크게 올려 저소득층 실질소득 향상을 꾀했지만 부작용이 나타났어요. 최저 임금이 대폭 오르자 한계기업 수준에 있던 소기업과 자영업자가 인건비 부담에 눌려 고용을 줄이거나 아예 문을 닫으면서 오히려 저소득층 소득이 줄어든 것입니다. 옆 집 돈까스 사장님도 분수효과의 부작용으로 인해 문을 닫은 자영업자 중 한 명이 되었네요.




 

지만 옆집 돈까스 사장님이 사업을 접은 결정적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아르바이트생을 구하지 못해서 입니다. 아니, 정말 이상하지 않습니까? 최저 임금이 올랐는데도 일할 사람을 구할 수가 없다는 것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올해 최저 시급은 9,160원입니다. 그런데 시급 15,000원을 준다고 해도 일할 사람을 구하는 것이 하늘의 별 따는 것처럼 힘든 상황이 되었어요. 그렇다 보니 돈까스 사장님도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은 가게를 열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화요일과 목요일을 제외한 날에는 돈까스 사장님 가족이 돌아가면서 가게를 꾸역꾸역 힘들게 운영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더 심각한 상황이 터지고 말았는데요. 시급 15,000원을 주고 화요일에 출근하기로 철썩 같이 약속한 아주머니가 갑자기 연락두절이 되고 출근하지 않는 날이 발생한 거에요. 이 사건으로 돈까스 사장님도 정신적 충격을 크게 받았고 더 이상은 이렇게 운영하는 것이 무리라고 판단을 하게 되었지요.




 

아니 정말 그 많던 아르바이트생들은 다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요?




2022 4 22일자 조선비즈 기사인 시급 15000원 줘도 알바 못구해, 영업제한 풀리자 구인난에 우는 자영업자들에 따르면 많은 자영업자들이 구인난에 허덕이는 이유는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되면서 많은 식당들이 인원을 충원하려는 반면에 일할 사람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일할 사람이 줄어드는 이유는 식당이나 술집에서 힘들게 아르바이트를 하기 보다는 배달 라이더를 택하는 청년층이 많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이 기사는 설명하는데요. 배달 라이더가 인기 있는 이유는 매일 고정적인 시간을 일할 필요 없이 자유 근무가 가능한 데다 시간 당 많은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힘든 아르바이트 자리를 채워오던 외국인 유학생이 코로나19 기간 동안 입국 제한으로 인해 뚝 끊긴 것도 구인난의 원인 중 하나라고 하네요. 설상가상으로 근로소득에 커다란 의미를 두지 않는 MZ세대 특성 때문에 힘든 노동을 기피하는 분위기와 필요에 따라서 그때 그때 일을 하는 게 돈도 많이 벌고 더 행복하다는 사람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이 신문기사는 분석했습니다.




 

저도 이와 비슷한 경험을 최근에 했는데요. 며칠 전에 해외 구매대행업을 하면서 고객 주문을 한 건 받았는데요. 판매가는 80만원 인데 물건 원가, 물류비와 통관비 등 총 비용을 다 제외하면 20만원 정도 순이익이 발생했어요. 이 주문을 처리하는데 약 2시간 정도 소요되었고요. 물론 한국으로 운송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더 많은 시간을 투입해야 하지만 정상적으로 고객에게 물건이 제 때 도착한다고 가정하면 시간당 시급이 10만원이 되는 셈이죠. 2022년 최저 임금이 9,160원이니 약 10배가 넘는 수입이에요. 그래서 요즘 많은 사람들이 해외 구매 대행업에 관심을 갖고 동참하고 있는데요. 해외 구매 대행업뿐만 아니라 온라인 쇼핑몰 운영이나 유튜브 등 자신의 콘텐츠로 온라인에서 돈을 버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점점 식당이나 술집에서 힘들게 육체적인 노동을 하는 사람들을 찾는 것이 더 힘든 세상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최근 돈까스 사장님과 통화를 한 적이 있었는데요. 사업을 접기 전에 미리 직장을 구해서 일을 하고 계셨는데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홀가분하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사장님, 그 동안 애 많이 쓰셨어요. 사장님과 함께 했던 2년여 동안 저도 사장님한테 많이 배우고 위로도 받았습니다. 앞으로는 지금보다 더 좋은 일들이 가득하시길 힘껏 응원할게요. 그나저나 제 매장에서 오랫동안 함께 일한 직원들이 새삼 감사하게 느껴지네요. 제가 인복이 좀 있나 봅니다. ‘사람이 미래다라는 한 기업 광고의 문구가 허튼소리는 아니란 것을 요즘 깨닫게 되었습니다




사람이 미래다, 여러분은 어느 정도 공감하시나요?






 

IP *.130.27.184

프로필 이미지
2022.06.20 11:05:21 *.181.106.109

접해보지 못한 자영업의 세계를 이렇게 글로 접해보니 정말 만만찮다는 생각이 듭니다. 현장의 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독자로선 좋지만 자영업자 분들이 어려움을 겪으시는 걸 보니 마음이 많이 쓰이네요. 인건비도 문제지만 일을 할 사람을 구하는 게 어렵다는 게 정말 와닿습니다. 그나마 쌀국수매장에서는 인력난을 겪지 않으셔서 다행입니다. 건투를 빌겠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2022.06.22 10:56:02 *.138.247.98

우리회사는 작은 법인인데, 각각 다른 브랜드의 디저트와 베이커리 프랜차이즈 2개업소를 경영하고 있습니다.
손님이 없는 편은 아닌데, 결산해보면 거의 적자입니다.
금년들어 재료비의 폭등과 더불어 알바직원들의 인건비가 원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저임금의 인상과 휴일수당 지급으로 그 부담이 큽니다.
우리는 법인이라 버티지만, 돈까스사장님은 아예 인력을 못구해 문을 닫는다니
공감이 되면서 안타깝습니다. 자영업 하시는 분들을 응원하며,
필살기 없는 자영업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는 점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096 화요편지 - 생존을 넘어 진화하는, 냉면의 힘 종종 2022.07.12 459
4095 [월요편지 115] 부자와 가난한 사람의 차이가 고작 이것 때문이라고? 습관의 완성 2022.07.10 742
4094 [라이프충전소] 적극적 쉼이 필요한 순간 [2] 김글리 2022.07.07 709
4093 [목요편지] 달콤한 휴식을 위해 꼭 필요한 것 [1] 어니언 2022.07.07 500
4092 [수요편지] 성공적인 휴식 [1] 불씨 2022.07.05 591
4091 #따로또같이 프로젝트 – 일단 정지, 짧고 간헐적인 땡땡이의 잔기술 [2] 종종 2022.07.05 626
4090 [변화경영연구소]#따로또같이 월요편지 114_이번 역은 쉼표 역입니다 [1] 습관의 완성 2022.07.03 567
4089 [라이프충전소] 나를 삼고초려 하는 마음 [7] 김글리 2022.07.01 766
4088 Ready, Set, Go! [1] 어니언 2022.06.30 521
4087 [수요편지] 고대 로마가 멸망한 이유 [1] 불씨 2022.06.28 578
4086 [월요편지 113] 빌어먹을 겁쟁이 유전자 습관의 완성 2022.06.26 625
4085 나의 욕망에 솔직해지기 어니언 2022.06.23 572
4084 낭중지추 [1] 불씨 2022.06.21 712
4083 화요편지 - 천천히 걷기 위한 여행 종종 2022.06.21 643
» [월요편지 112] 옆집 돈까스 사장님이 사업을 접은 이유 [2] 습관의 완성 2022.06.19 816
4081 [라이프 충전소] 최고와 최악의 상황을 함께 그려보는 습관 [2] 김글리 2022.06.17 591
4080 먼 북소리 [2] 어니언 2022.06.16 513
4079 [수요편지] 흔들리는 나침반 불씨 2022.06.14 740
4078 [월요편지 111] 책을 더럽게 읽는 남자 [2] 습관의 완성 2022.06.12 745
4077 [라이프충전소] 나만의 오리지널을 구축하는 법 3.끝까지 가라 김글리 2022.06.10 7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