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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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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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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9월 21일 09시 21분 등록
다석 류영모 선생은 오늘이라는 단어를 "오!늘!"이라고 입버릇처럼 얘기했다고 합니다.
오늘 하루가 항상 반복되고, 오늘만이 영원하다는 의미입니다. 선생은 1955년, 일 년뒤인 1956년 4월 26일에 죽는다는 사망예정일을 정하고,  다석일지(多夕日誌)라는 일기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삶에는 오직 오늘 하루만 있다는 것을 선생은 깨닫고 이를 삶속에서 실천하고자 했습니다.

니체의 영원회귀는 오늘,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이 계속 반복된다는 것입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내일도 하고, 내년에도 하게 됩니다. 물론 단순히 직업적인 일만을 거론하는건 아닙니다. 삶의 모든 행태를 말하는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이 언제까지나 반복됩니다. 다른 차원으로 가도, 다시 태어나도 그렇습니다. 영원한 굴레를 벗어날 수 없습니다.  지금 이 순간이 영원히 반복된다고 하면 많은 이들이  숨 막혀 할 것입니다.

하지만 실상 우리의 삶은 반복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굴러 떨어지는 바위를 밀어올리는 시지포스와 같습니다. 어떤 바위를 밀어올리는지, 그리고 어떤 속도로 밀어올리는지만 다를 뿐입니다.  아! 또하나 다른게 있다면 바위를 밀어올리고 있는 저마다 다른 시지포스의 표정일겁니다. 우리는 반복되는 오늘, 그리고 영원회귀를 막을 수 없습니다.
참 숨 막히는 노릇이지요. 이제는 흔하고 흔한 인간 판단의 지표가 된 MBTI에서 앞글자가 I 인 분들은 더욱 그렇게 느낄 수 있습니다. 내향적인 사람들은 안으로 파고 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문제가 생기거나 슬프면 동굴에 들어가서 나오지 않는 거죠. 그리고 동굴안에서 의미를 찾으려고 합니다. 삶의 의미를 말입니다. 언젠가는 동굴을 빠져나갈수 있다고 믿지만, 실제 동굴에서의 순간은 영원히 반복됩니다. 니체의 영원회귀처럼 말입니다.

<심리학의 원리>라는 책에서 저자 윌리암 제임스는 "공황은 도주에 의해 강화되고", "흐느낌은 슬픔을 더 심화하며" "격분할 때 ... 우리는 돌발적 행동을 반복함으로써....우리 자신을 흥분시킨다"라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내향적인 사람들은 동굴에 들어감으로써 더 깊은 동굴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그것을 숙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오랜 생을 살아온 바 이 방법만이 자신에게 에너지를 준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윌리엄 제임스는 '터널시야'라는 용어로 이에 대해 설명합니다. 터널에 들어가면 밖을 볼 수 없습니다.  '터널시야'란 의식의 바탕에서 생동하는 변이를 알아채지 못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한 경험의 순간이 다른 경험의 순간과 똑같다는 경솔한 억측을 하며 사물들의 차이를 알아채지 못하고 따라서 사물들의 의미를 알아채지 못 합니다. 인생 이미 많이 살아봤고, 그게 그거다 라는 아집과 편견에 사로잡혀 있는 거죠.

그래서 오! 늘! 불행하다고 느끼게 됩니다. 관념의 동굴에서 빠져나오려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알베르 카뮈는 "행복이 무엇인지 계속 묻는다면 결코 행복할 수 없다. 인생의 의미를 찾아 헤멘다면 결코 인생을 살아갈 수 없다."라고 말한 바 있죠. 자신에게 침잠하는 시간도 중요하고 가치가 있지만, 행복하지 않다면, 그리고 점점 수렁에 빠지는 느낌이라면 빠져나와야겠죠. 성찰과 내면의 평화를 위한 시간이 아닌 번뇌와 망집에 사로잡힌 시간이라면 벗어나야겠죠.

가장 좋은 해결책은 그냥 닥치고 밖으로 나가는 것, 그냥 아무 생각하지 말고 몸을 움직이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는 우울하기 때문에 방구석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아닙니다. 방구석을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우울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동굴에서 빠져나오는 가장 쉬운 방법은 다른 것들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라고 합니다.  다른 사람, 다른 곳, 다른 풍경에 관심을 쏟는 것입니다. 친구를 만나고, 여행을 가서 새로운 풍광에 빠져봅니다. 과도할 정도로 타인과 다른 사물에 관심을 가질수록 자신을 사로잡고 있는 망집에서 빠져나올 수 있습니다.  좋은 경치를 보면서 원더풀을 연발하고,  친구를 만나 잠시 내 고민은 내려놓고 친구의 고민을 함께 진지하게 고민해보는 것입니다.

가을이 일상에 스며드는 오늘입니다. 오!늘!의 느낌표가 탄식의 느낌표가 아닌 기쁨과 행복의 느낌표가 되기를 바랍니다.

IP *.242.225.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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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21 09:31:26 *.226.94.44
제가 지금 사는 방식 그대로네요.
오!늘!하고 되새기지 않았는데도 말입니다.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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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21 09:32:27 *.226.94.44
영원회귀를 잘 설명해준 것도 감사해요 불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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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21 19:29:12 *.166.200.71

평범하지만 하루를 성실과 끈기로  살아감으로써 

어느 순간 비범함과 마주치게 되는 것 같은 그런...

'과거와 미래'가 함께 있는 '이 순간' 이  필요한 거 같은...  

그  '까르페 디엠' 을  말하시는 거 같다는 생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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