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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 3일 13시 58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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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웨인이라는 이름을 들어 보셨나요?

 

어디선가 들어본 듯도 한데… 싶다면 그 분은 고양이 좀 아시는 분입니다한때 영국의 모든 가정에 이 분의 작품이 한 점씩은 걸려 있었다는영국인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은 국민 화가지요그런데 멋진 풍광도 아니고 신화나 성서 속의 이야기도 아니고영웅이나 귀족의 초상화도 아니고이 분이 일생의 주제로 삼은 존재는 오로지 고양이였어요그렇게 한 눈 파는 일 없이 외길 인생 고양이화가로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고 합니다하긴 지금도 SNS에서 가장 많은 조횟수를 자랑하는 사진이나 영상은 십중팔구 고양이가 주인공이죠털복숭이 아기 고양이부터 능청맞은 아저씨 뱃살이 든든한 중년 고양이까지연령과 취향을 뛰어넘어 귀여움으로 사람들을 사로잡는 존재니까요.

 

그렇게 보면 19세기 말에 고양이화가로 활동한 루이스 웨인은 고양이의 매력을 처음으로 대중화한 선구자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특히 이 분의 영화 같은 일생이 올해 초 영화로도 개봉해서 저 같은 고양이 집사들에겐 유명한 화가인데그 덕분인지 지난 여름국내에서 그 분의 작품을 직접 볼 수 있는 전시회가 열렸답니다.

 

웨인은 고양이가 사람들처럼 크리스마스 파티를 하고학교에 가고운동회를 열고합창을 배우는 등 따뜻하고 유머가 넘쳐서 보기만해도 즐거워지는 작품들을 그렸어요이번 전시에서는 그의 첫 고양이인 피터의 초상화에서 시작해 전성기의 삽화들말년에 그린 추상화들까지 다양한 작품을 접할 수 있었죠간만에 저도 고양이 집사인 친구까지 대동귀엽고 예쁘고 즐거운 고양이 그림들에 둘러싸여 앙증맞은 굿즈까지 득템하는 행복한 덕질로 오후를 보냈답니다

 

그게 벌써 두 달 전인데 말입니다원래 전시회를 다녀오자마자 소개할 마음이었는데이 편지를 딱 요 윗 문단까지 써 놓고 더 나아가질 못했습니다그렇게 좋아하던 작가의 전시회였는데막상 전시를 다녀오자 전처럼 편한 마음으로 그의 작품을 볼 수가 없었어요이번 전시는 그의 대표작들은 물론 영화보다 극적인 화가의 일생을 함께 소개했거든요보는 사람에게 행복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작품세계와는 대조적으로한 인간으로서 루이스 웨인의 삶은 감당하기 힘든 불행과 비극의 연속이었습니다.

 

원래 루이스 웨인은 미술교사였고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전업작가로 전향한 후 고양이 삽화를 그려 전국적인 인기를 얻은 화가였습니다그러나 출판사와 불리한 계약을 맺는 바람에 본인의 작품이 당시 책광고엽서 등 안 쓰이는 데가 없는데도 평생 지독한 가난에 시달리며 가족을 부양하느라 기계처럼 그림을 그려야 했다고 해요.

 

게다가 사랑하는 아내어머니여동생들을 차례로 병마에 잃고 본인도 조현병이 발병해 결국은 정신병원에 갇힌 후에야 작품에 몰두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사랑하는 이들을 모두 잃고 본인도 더 이상 정상생활을 할 수 없을 만큼 병이 악화된 후에야 생활고와 가족의 병치레 같은 평생의 짐을 내려 놓을 수 있었던 거죠.

 

그러니까 한때 영국인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었다던 국민 화가루이스 웨인은 역설적이게도 정신병원에 갇힌 후에야 화가로서 작품에 전념할 수 있었어요실제로 말년에 그린 그의 독창적인 작품들은 전성기에 그려낸 상업적인 삽화들을 훌쩍 뛰어 넘습니다전국민의 화가로 사랑받던 웨인은 정신병동에 갇혀 일생을 마감하기까지 붓을 손에서 놓지 않았어요그리고 상업적 용도의 삽화에서 추상화풍으로 작풍이 변하는 와중에도 그에게 변함없이 영감을 주는 대상이 고양이였습니다.

 

한 인간으로서 감당할 수 있는 불행과 고통의 정점을 넘어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나서야 가장 본인다운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사람고양이 화가 루이스 웨인어쩌면 그가 그려낸 행복한 고양이들의 세상이작가의 현실에서는 만날 수 없었던 평화와 안식을 누릴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 아니었을까요.

 

이렇게 슬픔과 고통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그려낸 작품들이 한 세기를 훌쩍 넘어 전세계의 고양이 집사들과 그림 애호가들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그리고 힘든 현실을 견뎌내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전해준다는 사실을 그에게 꼭 전해주고 싶습니다.

 

이제 편히 쉬세요웨인고양이 그림은 정말, 고마웠어요!”



IP *.118.4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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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04 14:09:30 *.93.4.30

이런 숨겨진 이야기가 있었군요.

야매 집사로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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