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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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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 27일 07시 40분 등록

 요즘 계속 야근입니다. 기본 근무시간은 일찌감치 다 채우고 늦은 밤 녹초가 되어 택시를 불러타고 집에 가곤 합니다. 하루는 전기차 택시가 배차되었습니다. 마침 일 때문에 전기 상용 차량에 대해 고민하고 있던 터라 기사님에게 충전 횟수나 운행거리, 차량 구매 배경 따위를 물어보게 되었습니다. 택시 기사는 조용히 운전만 하는 것을 미덕으로 생각하는 요즘 트렌드에 역행하는 행동이지만 호기심이 이겨버렸습니다.


 기사님이 꽤 진지하고 괜찮은 사람이길래 전기차 이야기를 하고 나서도 좀 시간이 남아 기사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직업, 배움, 돈, 가족, 인생 이야기를 하다 보니 자기 앞가림을 해내기 위해 노력하며 사는 것은 본질이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에 와서 인터뷰 내용을 복기하다가 마음속에 작은 전구가 하나 켜지는 것 같은 기분을 받았습니다.

작년 화제의 신간이었던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에는 2차대전 당시 목숨을 걸고 유대인들을 도와주었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들은 직업, 성별, 나이, 교육 수준 등 무엇 하나 비슷한 점으로 묶이지 않았으나 아무 연고도 없는 타인을 위해 행동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한 사회학자 부부가 어렵사리 이들의 인터뷰를 분석하여 공통점을 발견했는데 그것은 그들 모두 전쟁 전에 유대인 이웃이나 친구 혹은 직장 동료와 친하게 지낸 경험이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이 유달리 신앙심이 깊거나 반항심이 강했기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이 그럴 수 있었던 것은 한때 혹은 여전히 깊은 마음을 나눈 유대인 친구가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입니다. 이 사람들에게는 사람의 도리를 행하는 것이 우선이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전 많은 사회학자들은 다른 집단 간의 접촉이 갈등을 더욱 부추긴다고 보았습니다. 사람들은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같은 음식을 같은 방식으로 먹는 ‘우리’들과 함께 사는 공동체 안에서 훨씬 안전하다고 느낀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2차대전이 끝난 뒤 학자들은 집단 간 갈등을 감소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접촉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갈등을 완화하는 최상의 방법은 서로를 위협으로 느끼지 않게 만드는 일이었던 것입니다.


 인간의 본성에는 역설적인 부분이 있습니다. 같은 편에게는 친절하고 다정했던 사람이, 다른 편에게는 잔인해지는 역설 말이지요. 책에서는 이 역설을 ‘인간은 내집단의 구성원들이 위협받을 때, 평소에는 타인이나 외집단에게도 무리 없이 잘 느끼던 공감 능력을 차단시킨다’라고 표현합니다. 이에 외부자들도 위협받는다고 느껴 상대 집단을 비인간화하고, 여기에서 보복성 비인간화의 피드백 순환 고리가 만들어집니다. 그런데 서로 접촉하고 교류하는 관계를 형성함으로써 그 위협받는 느낌을, 아주 잠깐만이라도 없앨 수 있다면 다른 종류의 피드백 순환 고리가 만들어질 수 있을 거라고도 얘기합니다. 그 과정을 잘 해낼 수 있다면 친구가 되는 것이지요.


 위협받는다는 느낌이 상대에 대한 연민과 공감을 꺼버릴 수 있다는 이야기는 오랫동안 제 안에 있었지만 쓰지 않고 숨겨두었던 공감이라는 능력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만들었습니다. 자신이 가진 모든 능력을 발휘하여 자신의 삶을 꾸려가기에도 벅찬데 이렇게 봉인된 능력이 있다는 생각이 드니 큰 낭비라고 여겨졌습니다.


 물론 세상에는 대화가 불가능한 사람도 많습니다. 그런 사람들까지 공감의 대상으로 볼 순 없지만, 한편 지난 경험을 돌이켜보면 우정이나 연민을 통해 세상을 배워가는 경우도 또 많습니다. 또한 우리가 스쳐 지나갔던 많은 사람들과 만약 대화를 잠깐이라도 나눴더라면 그동안 내가 속해있지 않다고 여겼던 많은 집단의 생각을 들어보는 시간이 될 수도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연한 택시 기사와의 인터뷰에서 제 마음속 스위치를 발견하고 다시 그것을 올린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여러분도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 중 기회가 닿는다면 한번 마음속 스위치를 올려보시길 바랍니다.

IP *.143.23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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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28 05:43:29 *.52.254.20

'너는 왜 나를 죽이려고 하는가?'

'그것은 네가 강 건너 사람이기 때문이다.'


'도대체 내가 무엇을 잘못하기에,  나를 그렇게 싫어 하십니까 ?'

"그것은 네가 내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내편이 아니니 이유는 충분하다'


저의 스승이 그랬습니다. 

가르치는 사람의 태도는 배우는 선수의 국적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그가 옳은 생각과 태도로 

성실하고 끈기있게 훈련에 임하고 있는가이다. 배우고 익히고 올바른 생각을 갖는 것에는 국적이 없다.


선수가 못해서 미덥지 않은가?  선수가 잘해서 신뢰하는가? 아니면 내가 그렇게 생각하니까 그런가?

가르치는 동안,  임계점에서 갈등하는 선수를 바라보며 늘 하던 생각입니다. 

나는 편견이 없는가?  그리고 더 좋은 방법은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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