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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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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 28일 08시 38분 등록

잡초가 지닌 필생의 전략, 기다림


저는 때를 아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때를 모르고 천방지축으로 날 뛰는 사람을 '철부지'라고 하는데요. 내가 지금 움직여야 하는 때인지, 잠시 숨을 고를 때인지, 혹은 뒤로 물러날 때인지를 모르고 움직인다면 큰 코 다칠 수 있습니다. 역사속의 인물들이나 기업가도 이 때를 알지 못해 망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무지해도, 시대 흐름을 읽어내지 못해도, 욕심에 사로잡혀도 때를 알기가 어렵습니다. 그런데 나의 때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잡초는 신기하게 자기의 때를 아주 잘 압니다. 보통의 채소나 꽃은 씨를 뿌리면 바로 싹을 틔우지만, 잡초는 그러지 않습니다. 야생에서 자라는 잡초는 아무때나 싹을 틔우면 위험할 수 있거든요. 가을에 싹을 틔우면 혹독한 겨울에 얼어 죽을 수 있고, 다른 식물이 많은 곳에 싹을 틔워도 쉽게 도태되어 죽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잡초는 계절과 환경을 모두 읽으며  발아할 시기를 스스로 결정합니다. 사활이 걸린 문제기 때문에 매우 매우 신중합니다. 또 그 때문에 일반적인 야생식물보다 더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자, 그럼 어떻게 잡초는 자신의 때를 알 수 있을까요? 그리고 그 때가 올때까지 어떻게 기다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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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에게는 씨앗이 무르익어도 바로 싹을 틔우지 않는 특성이 있는데 이를 '1차휴면'이라고 말합니다. 

발아하기에 적합한 시기가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겁니다.  그런데 씨앗이 어떻게 지금이 자신에게 적합한 때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을까요? 식물학자 이나가키 히데히로에 따르면, 겨울의 추위를 경험한 씨앗만이 봄의 따뜻함을 느끼고 싹을 틔운다고 말합니다. 즉 혹독한 기온을 한번 경험해봐야 (언제 위험한지를 느껴봐야) 자신에게 적합한 때가 언제인지를 감각으로 알 수 있다는 겁니다. 이를 두고 '저온요구성'이라고 말합니다. 낮은 기온을 경험하지 않으면 싹을 틔우지 않는 식물의 성질입니다.  실패를 경험해본 사람, 쓴 맛을 본 사람이 신중하게 나아갈 때를 결정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잡초는 봄이 왔다고 해서 섣불리 싹을 틔우지 않습니다. 경쟁에 약하기 때문에 복잡한 환경을 읽으며 싹 틔울 시기를 잽니다. 기온은 적합하지만 환경이 적합하지 않을 경우 잡초는 다시 휴면상태에 들어가는데 이를 '2차 휴면'이라 합니다. 잡초는 잠들었다 깼다를 반복하며 발아시기를 엿봅니다.  물이나 산소, 온도가 적당한지, 환경은 적당한지를 계속  살피다가, 가장 적합한 때가 왔다고 느낄 때 싹을 냅니다.  


참으로 놀랍지 않습니까? 한낱 잡초도 자신의 모든 능력을 활용해 자신에게 유리한 때를 찾고 싹 틔우는 걸 보면 놀라울 뿐입니다. 세상에 배울 게 천지입니다.   



때를 알고 기다리는 지혜 


중국 역사상 최고의 전략가로 꼽히는 강태공과 한신은 '때를 아는 자의 지혜'를 잘 보여주는 인물들입니다. 젊은 시절 어려운 시기를 보내지만 그를 견뎌내고 자신의 시대를 기다려 스스로를 활짝 피워냅니다.  


강태공만 해도 70대까지 독서와 낚시를 일삼는 백수로 지낸 인물입니다. 견디다 못한 부인은 가출을 하고, 강태공은 낚시를 하며 끼니를 이었죠. 그러다 주문왕을 만나며 제나라의 재상이 됩니다. 한신도 이에 못지 않습니다. 가난한 집에서 자라 밥을 빌어먹는 백수로 젊은 시절을 보내는데, 다들 한신을 업신여기며 싫어합니다. 한신이 동네 부랑배의 가랑이를 기어서 간 일화도 유명하죠. 찌질하고 겁쟁이로 알려진 한신은 갖은 우여곡절을 겪다 유방의 진영에 합류해 한나라 통일의 위업을 이루는데 결정적 공을 세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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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공 (좌) 과 한신 (우) (이미지출처: 네이버블로그)

주역에서는 자신의 때를 아는 지혜를 일컬어 '천시를 안다'고 합니다. 철부지는 철을 모르고 즉 때를 모른채 천지분간을 모르고 날뛰는 어리석음을 이야기합니다. 지금이 어떤 때인지 모른다면 - 내가 나아가야할 때인지 뒤로 물러서야할 때인지, 혹은 훗날을 도모하며 기다려야하는 때인지를 파악하지 못한다면 곤경에 처할 수 있습니다. 물러나 조용히 있어야 할 때인데 참지못하고 일을 벌이다 오히려 일을 그르친 사람들의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습니다.  


국내외적으로 복잡다단한 환경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이런 때일수록 경거망동하지 않고 기다렸다고 움직일 줄 아는 지혜와  자신이 언제 발아할지 기민하게 때를 읽어내는 잡초의 전략이 매우 필요해보입니다.   




참고책

<전략가, 잡초>, 이나가키 히데히로, 더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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