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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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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 6일 20시 11분 등록

10여년 전 일이다. 그 당시 나는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었다. 하루는 팀장이 나를 자리로 부르더니 시킨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잔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나는 잘못을 어느 정도 인정한다는 암묵적인 표현을 전달하기 위해 열중 쉬어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듣고 있었다. 다른 부서 사람들도 다 나를 쳐다 보는 것만 같았다. 이렇게 오픈 된 공간에서 혼나는 것이 창피한 일이었지만 오랜 내공으로 가까스로 버틸 수 있었다. 그런데 팀장이 그 다음에 내뱉은 한 마디에 내 마음은 균형점을 잃고 말았다. 갑자기 심장이 요동치기 피가 거꾸로 솟기 시작했다.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팀장이 내게 내뱉은 말은 바로 이대리, 진짜 답답하네~”였다. ‘답답하다는 말, 누구에겐 평범한 말일 수 있다. 하지만 나에게 저 말은 내 존재 가치를 송두리째 짓밟은 공포 같은 말이었다.






여러분은 어떤가? 나에게 답답하네라는 말이 그렇듯, 유독 여러분에게만 상처가 되는 단어나 말이 있지 않은가? 많은 사람들은 부모나 친구들처럼 가까운 사람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자주 듣는다고 한다. 예를 들면, ‘지금까지 뭘 한 거야?’, ‘, 넌 해도 안될거야’, ‘멘탈이 왜 그렇게 약해? 왜 툭하면 울고 난리야?’, ‘넌 몰라도 돼’, ‘대체 잘 하는 게 뭐니?’, ‘머리는 장식으로 달고 다니니?’ 등등 이런 말들이 상처가 되는 말이라고 고백한다.






나는 4개월 전에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을 했다. 회사에서는 오랜 기간 휴직 후에 복직하는 직원들이 다시 회사 생활에 잘 적응하도록 사내에 있는 심리 상담사와 1시간 상담을 받도록 배려해 주었다. 선택이 아닌 필수 사항이라 나도 1시간 상담을 받았다. 하지만 그 당시 나의 심리 상태는 매우 혼란스럽고 복잡했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과 내가 좋아하는 일로 월급만큼 수입을 만들기 전까지는 싫어도 회사 생활을 견뎌야 한다는 내적 갈등을 안고 살다 보니 마음이 편하지가 않았다. 그래서 한 번 더 상담을 받을 수 없는지 조심스레 물어 보았는데 흔쾌히 된다고 하여 지금까지 4개월 동안 거의 매주 상담을 받고 있다. 그리고 최근 상담 주제가 바로 나는 왜 그 말이 상처가 될까에 관한 것이었다.






상담을 진행하면서 나는 왜 유독 그 말이 상처가 되는지 알게 되었고 화가 났을 때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까지도 배울 수 있었다. 비록 나의 개인적인 경험과 상담 내용이지만 나와 비슷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분명히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 그 말이 상처가 되는지 상담 받는 첫 째날, 상담사는 내가 유독 상처가 되는 단어나 말이 있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면 다음 상담 시간까지 어떤 말에 상처를 받았는지 기록해 오라고 요청했다.






다행인지 몰라도 일주일 동안 딱 하나의 화나는 사건이 발생했었다. 하루는 퇴근 후에 방에서 아내와 대화를 하고 있었다. 퇴근 후 매장에서 마감을 하고 돌아오면 저녁 10시 정도 되는데 그날은 아내가 대뜸 요즘 하루 매출이 70만원 정도 나오나?” 라고 물었다. 요즘 장사가 잘 되지 않는다. 특히 배달 매출이 많이 줄어서 걱정이 크다. 3개월 전에는 보통 평일 매출이 100만원 정도 나왔었다. 하지만 최근엔 60만원에서 70만원 정도로 30~40%까지 매출이 줄었다. 아내도 이런 상황을 대충은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아내의 질문을 공격과 평가로 받아 들였다. 저 말의 숨은 의도는 매출이 팍팍 떨어지는 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거 아냐? 대책이 뭐야? 지금까지 뭘 하고 있던 거야?” 라는 비난의 의미로 해석을 한 것이다





하지만 아내는 나의 성격을 잘 알기에 바로 이 질문의 진짜 의도를 설명해 주었다. 지금까지 내가 회사 다니면서 정말 누구보다도 열심히 매장을 운영해 주어서 이익도 났던 적이 많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고마운 마음이 크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정말 열심히 했는데 요즘 물가도 오르고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해 장사 하는 사람들이 많이 힘들기 때문에 걱정이 되어서 물어 본 것이라고 말해 주었다.






며칠 후 상담사를 만나는 시간이 되었다. 아내와 있었던 이야기를 했다. 상담사는 나에게 이렇게 조언해 주었다. 난 생각이 많고 진지하고 세심해서 상대의 말을 듣는 순간 이리저리 분석을 하는 성격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게 분석을 통해 다음에 동일한 상황이 왔을 때 나를 방어하는 수단으로 삼기 위해 상대의 말을 과도하게 분석을 한다는 것이다.






맞다. 나는 너무 신중하다. 상대방은 가볍게 던진 말을 나는 그 의미를 이리저리 360도로 돌려보고 고통을 분석하기 시작한다. 저 말의 뒤에 나를 비난하거나 공격하려는 숨은 의도가 무엇인지 파헤치려고 생각에 생각을 이어나간다. 하지만 그 생각이란 것이 긍정적인 것보단 부정적으로 흐를 때가 많고 상처를 더 키워낸 다음 상대를 미워하는 감정을 키워 나가는 악순환을 반복하는 것이다.






상처가 되는 말은 내 과거 어떤 경험과 연결이 된다고 한다. 나의 아버지는 어린 시절 늘 무서운 존재였다. 농부였던 나의 아버지는 나에게 밭에 있는 풀을 뽑으라던가 논에 농약을 뿌리라던가, 깨를 터는 일 등 초등학생인 나에게는 버겁고 힘든 일들을 자꾸 시켰다. 일손이 부족하니 가족이 도와야 한다는 것은 잘 안다. 그런데 경험과 힘이 없는 초등학생이 농사일을 잘해도 얼마나 잘할 수 있었겠는가? 아버지는 자비심이 부족했었다. 당신만큼 일을 깔끔하게 처리하지 못한다고 자주 지청구를 했다





야 이놈아, 일을 이 딴 식으로 해서 뭐 쳐먹고 살래? 개갈 안나네, 뭐 제대로 하는 게 없어? ? 아휴 답답해~”






나는 커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직장에는 아버지와 같은 어른들이 너무나 많았다. 소리를 지르고 나를 평가했다. 그 소리가 무섭고 힘들어 견딜 수 없었다. 내가 선택한 유일한 탈출구는 퇴사였다. 그래서 이곳 저곳 여러 회사를 옮겨 다녔다. 그리고 몇 번째 회사일지 모를 만큼 여러 번 옮기던 중 한 중소기업에 다닐 때였다. 나는 팀장으로부터 이 대리, 정말 답답하네~” 라는 말을 듣고 피가 꺼꾸로 솟는 경험을 하게 된다.  






상담사는 나에게 이렇게 조언해 주었다. “그 당시 팀장님이 답답하네, 라고 말한 것은 이범용씨가 일을 못하고 무능력해서 답답하다고 말한 것일 수도 있지만 일이 제대로 안된 지금 이 상황이 팀장님도 답답해서 한 말일 수도 있어요. 아니면 이범용씨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이 답답할 수도 있고요. 그것이 곧 이범용씨를 평가하고 비난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진지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어요. 상대는 이범용씨만큼 고민한 다음 진심인 말만 골라서 신중하게 말하는 경우가 많지 않아요. 저와 상담을 했던 한 남자 내담자가 떠오르네요. 그분 어머니가 나이가 연로해서 요양원에 모셔야 하는 상황이었는데요. 요양원 수속을 밟는 과정에서 안내원이 이런 말을 했다고 해요. “지금까지 어머니가 이렇게 훌륭한 자녀분들을 키우기 위해서 정말 많이 헌신하셨겠어요라고 말이죠. 그런데 이 헌신이란 단어를 듣고 화가 머리 끝까지 났다고 해요. 헌신이란 것이 비굴하게 남의 눈치 보며 살아 가는 사람에게 쓰는 말이라고 해석한 것이죠






맞다. 나도 상담사가 예를 든 내담자처럼 상대의 말을 잘못 해석 해서 오해하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 이런 오해는 결국 상대방이 아니라 내 과거와 연결이 된다. 그리고 앞으로 이렇게 행동해 보라고 조언해 주었다.

이범용씨는 제가 지금까지 4개월 동안 상담해 보면서 느낀 것인데, 매우 진지하고 세심한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들 특징은 상대의 말을 진심으로 받아 들이고 신뢰를 중시하는 사람이며 규칙을 잘 지킵니다. 그리고 좋아하는 일에 집중을 하고 오래 동안 꾸준히 잘 해내는 장점이 있어요. 반면에 단점은 임기응변이 좀 약하고 여유가 없지요. 그래서 상대의 말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 들여요. 생각이 너무 많아요. 이제 앞으로는 화가 나는 상황에서 이렇게 속으로 생각해 보세요. ‘남들은 나만큼 진지하지 않아서 저렇게 이야기 하는구나라고요






상담사의 조언을 듣고 나니 내 마음이 뻥하고 뚫리는 희열을 느꼈다. 그렇다. 난 너무 진지하다. 늘 조심스럽고 상대의 마음을 먼저 헤아리려고 노력한다. 규칙과 의리를 중시한다. 나는 말을 신중하게 생각한 다음 상대에게 말을 한다. 혹여 상대가 상처를 받을까 조심스러워하며 말을 건넨다. 그러니 내 주변에는 나와 코드가 비슷한 사람들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직장이나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여러 인격체를 가진 사람들과 만나고 이야기를 한다. 나만큼 진지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이 분포해 있다는 사실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리고 상담사는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는 황금 조언을 해 주었다






저는 치료의 완성은 이범용씨처럼 진지한 사람은 진지함을 버리고 유쾌하고 활달한 사람으로 180도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진정한 치료의 완성이란 본인의 진지한 성격을 유지하면서 이 진지하고 세심한 성격 때문에 상대의 말로 상처를 받으려는 순간 남들은 나만큼 진지하지 않구나라고 브레이크를 걸 수 있는 인지 능력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브레이크를 걸 수 있다는 것은 바로 내가 이미 변했다는 증거입니다






나는 이 말이 너무 좋았다. 치료의 완성은 180도 다른 성격으로 변하는 것이 아니라 내 성격을 유지하면서 화가 날 때 브레이크를 걸고 화나는 횟수를 조금씩 줄여 나가는 것이란 이 말이 너무 좋았다.






당신은 어떤 말이 유독 상처가 되는가? 상처를 주는 상대가 어떤 의도로 말하든지 이렇게 한 번 브레이크를 걸어 보는 연습을 해 보면 어떨까? ‘저 사람은 나만큼 진지하지 않구나 또는 저 사람은 나만큼 여유가 없구나처럼 말이다.






이젠 누가 나에게 답답하네라고 말해도 더 이상 상처가 되지 않는다. 난 변했다





그리고 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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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07 23:26:48 *.169.230.150

 좀 엉뚱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ㅎ ㅎ  ㅎ  

감정대신에  그들에게...

그 심리상담사의 대처와 그를 통해 깨달음을 얻은 슴관의 완성님의 생각에 공감합니다.

옛사람이 말하기를 江山易改 本性難移 (강산이개, 본성난이) 강산은 변하기 쉬워도 사람의 본성은 바뀌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불가(不可 : 불가능하다) 란 말을 쓰지 않고 난이(難移 : 바뀌기 매우 어렵다)를 썻으니 가능하기는 하겠지만,  전면적인 개인적 통찰에 의존하기에 매우 어렵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기 혁명은 기존의 자아를 죽여 없애고 다시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고

자기 혁신은 현재의 자아를 마치 살아서 스스로의 뼈와 살을 깎아 내듯 해서 새로워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타고난 성향과 후천적인 환경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정서적인 부분들은 가르쳐서 이해 하고 수정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깨닫고 체험을 통해 느껴서, 다시 태어나거나 뼈와 살을 깎듯, 변화하며 성장하는 것이기 때문에 스스로의 자발적 공감과 동의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저는 두 가지 방식으로 선수를 가르쳤습니다.

이해와 기능의 숙련을 요구하는 분야에는 티칭(teaching: 정답을 찾는 영역), 그리고 선택이 따르는 의사결정 능력과 깨달음의 통찰을 요구하는 부분에서는 코칭(coaching; 해답을 찾는 영역)을 통해서 용기와 희망에 대해 선수와 소통했습니다. 그들에게 더 큰 두려움 앞에 더 작은 두려움에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통해 갇혀있던 임계를 넘어 더 높고 넓은 세계로 나아 갈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기술적인 방법은 충분하다. 그러나 지금 한 걸음 더 가까이 가면 찔릴 것 같은 두려움, 그것은 다른 문제다. 그래 두렵다는 것은 안다. 그러나 그 두려움 때문에 지금 망설이면 그렇게 게임이 끝이 나면 평생을 두고 이 순간을 생각할 때마다 넌 후회하게 될 것이다. , 용기를 내어 한 걸음 더 나아갈 것인지 머뭇거리다 기회를 잃고 돌아설 것인지는 너의 선택의 문제다. 지금 이순간에 내가 네게 할 수 있는 일은 믿음을 가지고 너의 뒤편에서 너의 최선의 결정과 함께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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