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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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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 17일 07시 55분 등록

 스스로에게 이 한 가지를 물어보라. ‘이 길에 마음이 담겨 있는가?’ 마음이 담겨 있다면 그 길은 좋은 길이고, 그렇지 않다면 그 길은 무의미한 길이다. 마음이 담긴 길을 걷는다면 그 길은 즐거운 여행길이 되어 너는 그 길과 하나가 될 것이다. 마음이 담겨있지 않은 길을 걷는다면 그 길은 너로 하여금 삶을 저주하게 만들 것이다. 한 길은 너를 강하게 만들고, 다른 한 길은 너를 약하게 만든다.


 죽는 날까지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선택하는 것이 삶이다. 따라서 자신이 걸어가는 길에 확신을 가져야 한다. 그 길에 기쁨과 설렘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세상 사람들과 자신의 다름을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길’의 어원이 ‘길들이다’임을 기억하고 스스로 길을 들여 자신의 길을 만들어 가야만 한다. 익숙한 것과 결별하고 내가 옳다고 느끼는 길을 정답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 나의 인생이다. 다수가 선택하는 길을 벗어난다고 해서 낙오되는 것이 아니다. ‘보편적’이라는 기준이 오류를 면제해 주는 것은 아니다.

ㅡ류시화,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저는 두 갈래 길을 마음에 품고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한 길은 무엇보다 강렬한 끌림으로 놓을 수 없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내가 살고 있는 현실 때문에 밥벌이를 하러 가야 하는  길입니다. 오랫동안 저는 이 두 갈래의 길이 전혀 다른 길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꼭 그렇지는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올 한 해는 연초에 팀 이동을 하고 변동이 많은 한 해였습니다. 회사에서는 매년 연초에 KPI(Key performance indicator, 핵심 성과 지표)라는 것을 조직 책임자와 협의하여 설정해놓고 연말에 이 지표를 얼마나 달성했는지로 직원을 평가합니다. 올해 저는 10월에 KPI를 갈아엎고 다시 썼습니다. 9월에는 옆 팀과 이 업무 분장이 바뀌었고, 7월에는 모시는 임원이 바뀌었습니다. 4월에는 제가 속한 파트의 이름과 할 일이 바뀌었고요. 또한 매우 높은 업무 강도로 일해야 했고, 예전 회사와 달리 제가 책임연구원으로 스스로의 일에 책임을 지고 보스에게 업무 보고를 하며 아래 후배들도 눈치껏 챙겨야 했습니다.


 그 과정이 그리 쉽진 않았지만, 일을 바라보는 관점이 좀 바뀌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일에 참여하는 사람들 중 한 명이라는 생각에서 내가 일을 이끌어나가야 한다는 의무감이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일은 내 것이고, 내가 잘 해야 이 일이 잘 마무리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일을 대하다 보니 업무를 대하는 깊이와 방향이 좀 달라진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앞서 인용한 문장들을 우연히 읽으며 제가 일에도 마음을 쏟기 시작했다는 증거를 보게 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음을 쏟는다는 뜻은 일터에 있는 나도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인다는 의미라고 생각하며, 내가 시간을 들여 하고 있는 업무를 내 마음도 함께 바라보고 있다는 뜻으로 다가왔습니다.


 한 가지 이 변화의 증거라고 한다면 제 말버릇을 들 수 있겠습니다. 얼마 전에 동료들 앞에서 제가 검토했던 부분에 대해 공유하는 자리가 있었는데, 그 세션이 끝나고 한 분이 저에게 ‘재미있는 부분은’이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는 피드백을 준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시면서 ‘일이 재미있는 모양이군요’라는 말을 하셨는데, 생각보다 제 상태를 잘 표현해 주는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최근에 월요일이 되어도 몸은 침대 밖으로 나가기 싫지만, 마음은 ‘회사에 무슨 일이 있을까’ 같은 생각을 하는 스스로를 깨닫고 좀 겸연쩍어했기 때문입니다.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어서 조용히 놀랐습니다.


 저는 이 변화를 알아차리게 되면서 제 능력 하나를 찾아낸 것 같았습니다. 저에게는 재능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마음을 쏟을 수 있는 능력입니다. 그렇게 싫어하던 회사 일에서도 마음을 다하고 재미를 찾을 수 있는 것을 보니, 앞으로 직장을 다니든 그렇지 않든 저는 자신이 골몰하고 마음을 담을 수 있는 새로운 일을 찾을 수 있게 될 것이고 또 그 일을 통해 더욱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제 앞에 열려있는 길의 가짓수는 적을지 모르지만, 그 길은 모두 여행길이 될 것입니다. 책의 한 귀퉁이를 읽으며 저는 스스로에 대한 막연한 확신을 마음속에 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길을 ‘길들여’가면 익숙한 것과 결별하고 내가 옳다고 느끼는 정답을 만나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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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1 22:28:37 *.169.230.150

실전에 임하고 있는 선수의 세컨을 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선수가 잘 하는 방법이 아니라  우리 선수가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내는 것입니다.  우리 선수가 잘 하는 방법을 상대 선수가 더 잘하면 그것은 이미 잘 하는 방법도 이기는 방법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역지사지' '한 걸음 물러 서 서' ' 제 3자의 눈으로' '있는 그대로' 란 사실 거의 불가능한 것 같습니다. 어쩌면 그래서 '소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지도 모릅니다. 

저도 그렇게 말합니다.  

"전술적 경기운영에 있어서 정답은 없다. 오직 해답이 있을 뿐이다. 바둑을 두는 사람이 그랬다. 이기는 것이 정석이라고... 그들은 펜싱을 몸으로 하는 체스에 비유하지 않는가?  내가 전하고자 하는 그 뜻을 잘 이해하기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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