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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 27일 23시 29분 등록

이 글을 읽는 많은 독자들은 제가 이미 14번이나 이직을 했고 현재 15번 째 회사에 다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계실 거라 생각해요.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많은 이직이 부끄럽거나 성격이 나약하거나 일을 못해서 쫓겨났다고는 생각을 하지는 않아요. 오히려 저는 이직을 적극 찬성하는 사람입니다. 왜냐하면 14번이나 이직했더니 지금 그렇게 바라던 회사에 8년째 다니고 있으니까요.






그러다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니 도대체 나는 왜 이렇게 많은 이직을 했을까?’ 14번의 이직 케이스를 좀 더 들여다 보면 제가 사표를 냈던 그 힘든 순간, 서서히 스며들었던 퇴사 신호들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 퇴사 신호들을 공유한다면 지금 퇴사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이직을 하든 계속 한 회사에 몸 담든 그들 각자의 의사결정에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퇴사를 결심한 첫 번째 신호는 제가 맡은 일과 가치관이 충돌할 때 퇴사를 했었어요. 제가 대학 졸업 후 처음으로 합격해서 출근하기 시작한 H라는 회사에 근무할 때였어요. 저는 대학교에서 무역을 전공했는데요. 수출 주도형 경제 성장을 이룩한 대한민국에서 1달러라도 수출하는 일이 애국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무역학과를 선택했었죠. 그래서 졸업 후에도 해외영업이란 부서에서 근무를 하고 싶었지만 처음 합격한 H라는 회사는 국내영업을 담당하는 보직이었어요





뭐 다들 자신이 원하는 회사에 입사하면 좋겠죠. 그래도 저를 처음 뽑아준 회사에 다니는 것도 커다란 행운이라고 생각해서 회사 생활을 시작했어요. 그런데 문제는 제가 영업을 해야 하는 제품이었어요. H라는 회사는 플라스틱 도어를 제조 판매했는데요. 기존 아파트의 문은 나무로 만들어서 묵직하고 다양한 문양을 넣을 수 있는 디자인적인 장점이 있었는데요. 저희 회사는 플라스틱으로 제조한 문이다 보니 물기에 썩지 않고 가격도 저렴하다는 장점을 내세워 영업을 했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나무 문보다 단점이 너무 컸어요. 문을 여닫을 때 너무 가벼웠고 플라스틱 재질이다 보니 정교한 문의 디자인을 만들어 내는데 한계가 있었어요. 저는 정직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는 사람이었어요. 제가 고객이어도 플라스틱 문은 사고 싶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저의 정체성과 맞지 않는 행동을 해서 고객을 설득하고 판매를 해야 하니 내적 갈등이 극에 달했었죠. 고객 앞에서 말도 행동도 자신감이 없어 보이니 누가 선뜻 계약하자고 말을 하겠어요.






담배 회사에 근무할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담배는 몸에 해롭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지요.그런데 몸에 해로운 담배를 피워야 한다면 덜 해로운 저희 회사 담배를 피우라는 것이 영업 전략이었어요. 그럴 듯 하게 포장해서 판매를 해야 하는 회사의 전략이 저의 가치관과 동떨어져서 그때도 무척 힘들어 했었습니다.






제가 퇴사를 결심한 두 번째 신호는 돈 입니다. 제가 직원 수 약 1천명 정도의 중견 기업에서 근무할 때였는데요. 과장 직급의 연봉이 그 당시 3300만원 정도였어요. 물론 20년 전의 일입니다. 그렇다고 제가 직장 생활을 하는데 있어서 돈이 전부라고 절대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동종 업계 평균 보다 형편 없이 낮은 연봉은 업무가 힘들거나 상사가 괴롭힐 때면 억울한 생각이 들었어요. ‘아니, 이 쥐꼬리만한 월급 받자고 내가 이렇게 개 고생을 해야 해?’ 라는 비참한 내면의 소리에 직면해야 했기 때문이죠.






그렇게 마음이 붕 떠서 중동지역으로 출장을 가던 날이었어요. 헤드헌터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해외영업 담당자를 뽑는데 연봉이 4500만원이 넘는다는 거에요. 흔들렸죠. 해외출장 중에도 계속 4500만원이란 연봉이 머리 속에서 떠나질 않았습니다. 출장 복귀 후 빠르게 면접을 진행했고 1달 만에 이직을 하게 되었죠.






그런데 새로운 회사에 첫 출근 하는 날 저는 바로 사표를 내고 퇴사를 했습니다. 회사가 매출이 저조하고 이익이 나지 않아서 월급을 매달 주는 것이 아니라 연말에 몰아서 월급을 정산해 준다는 거에요. 어의가 없었죠. 배신당했다는 생각에 뒤도 안 돌아 보고 입사를 포기했습니다. 제가 연봉에만 눈이 멀어서 회사 재무제표나 손익 계산서를 살펴 보지도 않고 성급히 이직을 결심한 벌을 받게 된 것이죠. 연봉이 높은 조건의 포지션은 좀 더 신중하게 사전 조사를 하고 이직을 해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배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사건 이후 연봉이 많고 적음이 회사를 선택하는데 더 이상 중요한 잣대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퇴사를 결심한 세 번째 신호는 사람 때문입니다. 사람. 이 카테고리 안에는 직장 상사, 동료 그리고 고객도 포함됩니다. 첫 번째 회사를 그만 둔 이유가 저의 가치관과 어긋난 제품을 판매한 부분도 있었지만, 제 고객이었던 건설 현장 소장의 밤 낮 없는 전화와 폭언이 이직을 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었어요. 건설 현장에 납품해야 할 거실과 화장실 문이 공장 주문이 밀려 제 주문이 늦게 생산되면 여지없이 밤 11시에도 전화를 해서 욕을 하고 물품 대금에서 납기 지연 손해액을 차감하겠다고 협박을 해댔습니다. 그 당시엔 신입사원이라 제 목줄을 잡고 있는 고객의 언어 폭력과 협박을 감당하기엔 너무 벅찼었습니다.






직장 상사로 인해 힘들어서 그만 둔 적도 있었는데요. 외국계 담배 회사에 근무할 때 팀장이 러시아인이었어요. 그런데 제가 속한 팀에 러시아 팀장 1명에 러시아 파트장 2명 총 이렇게 러시아인이 3명 있었는데요. 제가 근무 중에 화장실에 몇 번 갔는지 담배 피우러 몇 번 자리를 비웠는지 일일이 감시해서 러시아 팀장에게 보고를 했었어요. 제가 팀장이 원하는 업무를 감당할 역량이 부족한 것도 분명 있었죠. 이래저래 복합적인 스트레스로 인해 간 수치가 정상인의 10배 이상 올라간 후 병가를 2달 정도 냈었는데요. 복직해 보니 제 부하 직원이 제 자리를 차지 했고 저는 허드렛일을 할 수 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더 이상 이 회사에 있어봤자 제 명에 살지 못하겠다고 판단하고 이직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이직을 결심하게 만든 3가지 퇴사 신호들인, 가치관, , 사람에 대해서 이야기 했는데요. 여러분은 저와 동일한 이유로 퇴사를 해 보신적 있으신가요? 사람마다 퇴사를 결심하는 신호들은 다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다만, 조심스럽지만 제가 강조하고 싶은 말은 퇴사를 너무 두려워해서 현재의 고통을 자꾸 참고 버티려고 애쓰지는 말라고 당부 드리고 싶어요. 세상은 넓고 일할 곳은 많으니까요. 14번 옮겨 보니 조금 알 것 같아요. 사람은 다 각자의 쓰임새가 있고 굳이 직장이란 공간이 아니라도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로 먹고 살수 있다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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