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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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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 30일 08시 50분 등록

1. 몸에 병이 없기를 바라지 마라. (念身不求無病)
2. 세상살이에 어려운 일이 없길 바라지 마라. (處世不求無難)
3. 공부하는데 마음에 장애가 없길 바라지 마라. (究心不求無障)
4. 수행에 마(魔)가 없길 바라지 마라.(立行不求無魔)
5. 일을 도모함에 쉽게 되기를 바라지 마라. (謀事不求易成)
6. 사람을 사귐에 있어 이롭기만을 바라지 마라. (交情不求益我)
7. 남이 내 뜻대로 순종해 주기를 바라지 마라. (於人不求順適)
8. 덕을 베풀되 대가를 바라지 마라.(施德不求望報)
9. 이익을 분에 넘치게 바라지 마라.(見利不求霑分)
10. 억울한 일을 당할 때 해명을 하려 하지 마라. (被抑不求申明)

보왕삼매론은 중국 명나라 시대 묘협스님의 '보왕삼매염불직지'안에 있는 글입니다. 법정스님의 저서등을 통해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지게 된 지혜로운 마음공부 경구들이죠. 다 좋은 이야기들인데, 막상 닥치지 않으면 그냥 '그렇군'하며 넘어가게 되는 말들입니다.  사실 병에 안 걸리길 바라고, 사는데 어려운 일이 없기를 바라는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오래전 치주염으로 몇달이상을  고생을 했습니다.  왼쪽으로는 음식을 도저히 씹을 수가 없어서 몇 군데 병원을 갔는데, 잇몸이 많이 좋지 않다는  것외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하더군요. 잇몸 조금,  이빨 하나 아플 뿐인데 세상 살기가 힘들더군요.  그러던 어느날 치킨을 먹다가 작은 뼛조각을 우연찮게 왼쪽 어금니로 씹었는데 무시무시한 고통이 찾아왔습니다. 극심한 통증에 한숨도 못자고 다음날 치과를 가니, 어금니에 금이 갔다고 했습니다. 몇 달전부터 잇몸이 아팠던 게  어금니 안쪽에 이미 금이 간 상태여서 그랬던 것이었습니다. 결국 발치를 하기로 했습니다. 뿌리가 깊고 여러 갈래인 어금니는 그냥 쑥 뺄 수 있는 것이 아니더군요. 바로 안된다고 해서 며칠을 또 아픈 어금니를 붙들고 생활해야만 했습니다.

그 기간동안 통증이 너무 심하다보니 다른 것들은 거의 신경이 안 쓰이더군요. 이빨 하나에 온 세상만사가 다 집중이 되어 있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러다보니 왠만한 큰 일이 아니면 별 문제같지도 안 보이더군요. 그렇게 며칠을 고생하고 드디어 어금니를 뽑았습니다. 발치 후 통증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이제 세상 살 것 같더군요. 말로만 듣던 "앓던 이를 뺀 것 같은 기분"이  무엇인지 온몸으로 경험했습니다.

순간의 기쁨도 잠시인 것 같습니다. 휑하게 뚫린 어금니가 있던 자리, 그 부재 역시 불편하더군요. 그렇게 몇 달이 지났고 그 비어있던 자리는 임플란트가 메꾸게 되었습니다.

이빨 하나도 이렇게 삶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데, 우리가 세상 살면서 부딪히는 문제들은 어떨까요? 삶의 온통 지뢰밭 투성이입니다. 요리조리 지뢰를 피해가는 것이 재주라면 재주고 지혜라면 지혜겠지만, 지뢰 한번 안 밟고 아무런 문제도 없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지뢰를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움직이지 않는 것입니다. 어디선가 박격포가 날아오지만 않는다면요. 살지 않으면 문제도 없습니다. 이것은 최악의 대응방법일 것입니다. 그보다는 지뢰를 밟아도 다시 우뚝 서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삶의 내공을 쌓아가야겠지요. 문제가 없기만을 걱정하다가 문제에 맞닥뜨리면 괴로워하는 대신, 삶은 문제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것들은 우리가 보는 방식에 따라 견디기 어려운 난제가 될 수도 있고,  그냥 겪고 지나가면 되는 삶의 한 장면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날씨가 많이 차가워졌습니다. 감기 조심하시고요. 감기 걸려도 훌훌 털고 일어날 수 있는 튼튼한 몸과 마음 만드시기를 바랍니다.

IP *.242.225.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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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01 10:43:39 *.99.34.249

요즘 인사는 '무병장수', '만사형통', '꽃길만 걷기를' 외치지만
그렇게 될 리는 없지요.
저는 3주전에 사고로 쇄골뼈가 골절되어 죽을 것 같은 고통과
수술의 과정을 거치고 지금은 회복을 기다리며
왼쪽 팔을 보호대에 의지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지금은 묵묵히 견디며, 자신을 돌아보고, 답답한 이 시간을
저를 성장시키는 시간으로 삼으려 합니다.
뒤돌아보면, 위기와 사건과 사고가 저를 성숙시켰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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