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습관의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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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초등학교 4학년이 된 작은 딸이 내가 유튜브 편집할 때 옆 자리로 슬그머니 다가왔다. 그리고는 아빠의 관심을 끌려고 내 책상 주변에 흩어져 있던 종이들을 살펴보더니 예쁜 편지지를 발견하고는 뭔가 적어 나가기 시작했다. 난 유튜브 편집에 집중하느라 신경을 못썼는데 10분 정도 지나서 작은 딸이 편지를 다 썼다며 편지 겉봉투를 보여준다. 편지 봉투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마음이 힘들 때 보세요” From 과거 혜율
그렇다. 내 딸 이름은 혜율이다. 그리고 미래의 어느 순간, 힘들어할 자신을 위해 현재의 혜율이가 미래의 혜율에게 편지를 미리 써 놓은 것이다. 기특한 생각이었다. 편지 내용을 보여 달라고 하기엔 사생활 침해 인 것 같아서 그날은 조용히 내 일에 집중하면서 그렇게 시간을 흘려 보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에 출근해서 일하고 있었는데, 아내에게 카톡이 왔다. 혜율이가 엄마에게만 편지를 보여준 것인지는 몰라도 편지 내용이 담긴 사진을 보내왔다. 바쁜 업무 중이라 슬쩍 편지 내용의 앞부분만 읽는 척 했다. 그런데 초등학교 4학년 밖에 안된 아이가 쓴 편지치고는 내 마음을 뺏어가기에 충분하고도 넘쳐났다.
지금 현재 마음이 힘든 사람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물론 나도 포함이다. 나도 내가 열심히 노력했던 일들이 결과가 좋지 못해서 마음이 힘들 때가 많았다. 나는 힘든 일이 닥치면 현재 나의 부족한 면만 들춰내고 스스로 상처 내고 나를 더 비참하게 만드는 특별한 재주가 있었다. 지금의 내가 있기 까지 과거에 잘 했던 일, 기뻤던 일들은 모조리 까먹고 현재 힘든 일에만 매몰되어 나를 더 힘들게 하고는 했었다.
작은 딸의 편지 내용을 읽다 보니, 노력했던 일들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낙담하고 있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까 하는 마음에 마음편지 구독자들에게만 편지 내용을 공유하고자 한다.
TO 미래의 혜율
안녕! 혜율아~ 오늘은 힘든 일 없었니? 만약 생겼다면 이 편지를 끝까지 봐줘. 일단 힘든 일이 무엇이야? 나는 너의 과거지만 누구보다도 난 너의 마음 잘 알기 때문에 여기에서는 맘 털고 얘기해도 돼~
또 힘든 일이 생겼다 하더라도 너무 우울해 하지 말고! 만약 상대방이 짜증나면 그럴 수도 있지 상대방이 그냥 그런 건 아니니까, 라고 생각해 봐. 너의 마음이 더 탄탄해지고 강해질 거야. 그리고 넌 정말 대단하고 똑똑하고 긍정적이기 때문에 힘든 일도 잘 이겨 낼 수 있을 거라고 믿어.
비록 나는 지금 너의 곁에 없지만 언제나 네 머리 속, 네 마음 속에 있으니까 언제나 나한테 가끔은 기대도 되고~
그럼 이 편지를 마칠게, 그리고 네가 언제나 소중한 존재란 걸 알았음 해~
언제나 사랑해
과거의 혜율
혜율이는 아빠인 나에게 신신당부 했다. 아빠도 꼭 미래에 힘들어 할 아빠를 위해 지금 편지를 써보라고 말이다. 혜율이의 말이 메아리가 되어 여러분에게도 닿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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