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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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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5월 9일 21시 34분 등록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나를 더 강해지게 한다. - 니체


소싯적에 <드래곤볼>이라는 일본만화가 유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만화의 주인공은 손오공입니다. 손오공이 동료들과 함께 악당들에 맞서 싸우는 내용입니다. 만화에 보면 전투력 측정기라는게 나옵니다. 한쪽눈에만 쓰는 고글같은 건데요.

이걸 쓰면 상대방의 전투력이 숫자로 고글에 표시됩니다. 수치가 높을수록 전투력이 강합니다. 만화의 초기에 나오는 전투력 수치들을 보면 최고전투력을 가진 격투가라고 해봤자 기껏해야 몇백수준입니다. 그런데 만화가 회를 거듭할수록 등장하는 새로운 악당들의 전투력은 점점 올라가고, 나중에는 측정불가라는 에러와 함께 전투력 측정기가 고장나버리는 일도 발생합니다. 주인공의 전투력 역시 악당들과의 처절한 사투와 함께 회를 거듭할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죠. 최종회정도 가면 몇백억 수준의 전투력이 장난 수준이 되어 버립니다. 인플레이션이 어마어마한거죠. 악당이 강해진만큼 주인공도 강해져야 스토리가 이어질수밖에 없습니다. 당장은 악당보다 약해도 결과적으로 악당보다 강해져야 주인공이 됩니다. 소위 이 시대의 잘 나가는 자기계발서의 주인공들의 스토리가 대략 그렇습니다. 악당보다 약해서 인생의 주인공이 되지 못한 숱한 개개인들이 그런 성공스토리를 사다 봅니다. 점점 강해지는 손오공을 보며 열광합니다. 

때론 삶 자체가 악당같을 때가 있습니다.  적어도 인생에 한두번쯤은 악당을 맞닥뜨리는 순간이 올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눈 한번 딱 감아버리면 옆집의 연쇄살인마도 그냥 옆집 아저씨가 됩니다. 넘을수 없을 것만 같은 위기는 외면하면 됩니다. 다른 길로 가거나, 가지 않으면 되니까요. 타협, 외면, 무시, 포기 이런 필살기들이 이때 사용됩니다. 일이 힘들면, 에라 모르겠다 때려치우면 그만인거죠. 그렇게 적당히 살다가 편안하게 저 세상으로 가면 만사형통일텐데, 안타깝게도 인생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가 않습니다. 삶의 질곡이 만들어내는 무수한 변형앞에서 그 어떤 누구도 자유로울수는 없습니다. 햄릿에게만 "To be or not to be"의 상황이 오는 것은 아닙니다. 더 이상 회피할 수 없는 지점에 맞닥뜨리는 순간이 왔을때 작은 구덩이 하나 넘어갈 힘도 기르지 못한 개인은 그대로 파멸할 수 밖에 없습니다. 결국 옆집의 연쇄살인마가 우리 집에도 찾아온거죠.

고난과 역경을 맞이하는 상투적이고 바람직한 자세와 방법에 대해 몇 가지 이야기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수많은 선인들의 지혜로부터 빌려온 것들입니다.

첫째 지금 내가 맞이한 이 고난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 지부터 정해야 합니다. 드러나 결과를 인정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결과를 뒤엎기 위해 도전해야 하는 것인지 말입니다. 불가항력적이고 큰 고난이라면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조금이라도 극복가능성이 있는 작은 고난이라면 도전해서 결과를 바꾸어야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불가항력적이고 큰 고난을 차마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가까운 이의 죽음, 또는 불의의 사고로 당하게 된 장애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부정하게 됩니다. 큰 고난은 부정하면 결코 극복할 수 없습니다.  장애인으로서 역경을 딛고 대중연설가, 컨설턴트가 된 로저 크로포드가 좋은 본보기일 것입니다. 다리가 온전치 않고 두손이 없이 태어난 로저크로포드에게는 태어나고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분명 고난이었을 것입니다. 이 불가항력적인 고난에 대해 로저 크로포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신과 나의 유일한 차이는 당신은 나의 장애를 볼 수 있지만, 난 당신의 장애를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신체적이든 정신적이든 어느 정도의 장애를 갖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내게 어떻게 신체적인 장애를 극복할 수 있었느냐고 물으면 나는 대답합니다. 난 아무것도 극복한 것이 없었다고. 난 다만 내가 할 수 없는 것이 무엇인가를 배웠을 뿐입니다. 예를 들어 피아노를 친다거나 젓가락으로 밥을 먹는 일을 난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난 내가 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배웠습니다. 그것이 더 중요한 것입니다."

고난과 장애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그것은 더이상 고난과 장애가 되지 못합니다.  다른 가능성을 찾을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가지고 있지 않은 것 대신에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것에 감사하고 그것을 최대한 발전시키는 것입니다. 위기속에 기회가 있습니다. 기회는 고난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을때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됩니다. 일본에서 가장 존경받는 경영자인 마쓰시다 고노스케의 고백 또한 고난을 받아들이는 자세에 있어 좋은 귀감이 됩니다.

"하느님은 내게 3가지 은총을 주셨다. 첫째는 나를 가난하게 하셨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보모와 공장직공으로 경험을 쌓도록 하셨다. 둘째는 병약한 몸을 주셨다. 늘 운동에 힘써 건강할 수 있게 해주셨다. 마지믹으로 내가 못 배우게 하셨다. 초등학교도 못 나왔기 때문에 세상 사람들을 모두 나의 스승으로 여기고 늘 배우는 자세를 가지게 하셨다."

둘째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분명히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입니다. 내려간만큼 높이 올라갈수 있습니다. 모든 역경이나 장애는 그 안에 그만큼의 또는 그보다 더 큰 기회나 이익의 가능성을 품고 있습니다. 내려가는 그 시간동안 우리는 많은 것들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베롱나무는 추위를 견디기 위해 지상에 드러나 있는 전부를 버리는 선택을 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땅속의 뿌리만은 끝까지 지켜서 결국은 다시 줄기를 땅위로 밀어올립니다. 나무는 잎을 떨구고 겨울을 버팁니다. 봄이 오면 다시 피워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고 신영복 선생은 역경에 처했을때 우리가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앙상하게 드러난 가지를 직시하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그 앙상하게 남은 가지에서 푸른 잎들을 볼 수 있는 힘이 바로 역경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일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제일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어쩌면 이것은 모든 고난을 맞이할때, 어쩌면 맞이하기 전에 먼저 해결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왜 고난과 역경을 뚫고 살아남아야 하는지 그 이유를 아는 것입니다. 삶의 이유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이 분명하면 할수록 고난을 이겨낼 수 있는 맷집 역시 커지게 됩니다. 회복력이라고도 할 수 있고 삶에 대한 의지라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고난을 버텨내고 다시 원상태로 돌아오는 힘, 그리고 고난을 겪고 더 강해지는 것 - 그 첫걸음은 왜 살아야 하는지 분명한 이유를 가지는 것입니다.  처음부터 확고한 삶의 이유를 가지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삶의 이유는 가지고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살면서 만들어지는 것이니까요. 자기 자신과 세계에 대한 인식과 자각이 커지면서 삶의 이유는 만들어집니다. 위기와 고난 역시 왜 살아야 하는지 그 이유를 캐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합니다. 드래곤볼의 손오공이 악당들과 싸워야 했던 것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였습니다.  주인공은 싸울수록 점점 강해집니다.  모든 주인공들을 성장합니다.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들을 경험하면서 우리는 성장하고 확장합니다. 결국 위기는 더 큰 성장을 위한 절호의 기회가 될 것입니다.

남은 한주도 파이팅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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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0 22:13:23 *.169.227.149

삶 속의 모든 것이 제로 섬으로 이루어지는 승부의 세계에서 부정적인 상황과 조건의 고난과 역경을 견디고 일어서는 것,  그 회복탄력성은 말씀대로 "왜 라는 질문에 대한 굳건한 믿음이 바탕이 될 때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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