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오늘의

마음을

마음을

  • 어니언
  • 조회 수 484
  • 댓글 수 1
  • 추천 수 0
2023년 5월 11일 07시 23분 등록


평생 써도 다 못 쓸 것 같은 스티커를 샀습니다. 5만 원을 이체하고 받은 택배 상자는 그리 크지 않았는데, 안에는 작은 메모지며 갖가지 프린트가 수놓아진 스티커가 꽉 들어차 있었습니다. 판매자는 스티커를 이용해 다이어리 꾸미기 SNS를 운영했던 사람이었습니다. 집에 있는 빈 과자상자들을 전부 꺼내서 스티커를 담아두었습니다. 아직 판매자가 해놓은 분류는 그대로 두었습니다.


그 후 한동안 스티커 상자들은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다 얼마 전 봄옷을 꺼내며 옷장 정리를 대대적으로 했습니다. 그러면서 안 입는 옷과 잡동사니들을 정리하다 보니 엄청난 스티커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저는 그제야 사람들이 온라인 장터에 자기가 가진 스티커들을 소분하여 팔던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들도 구매하고 한참이 지나고 나 자 이 스티커들이 평생 써도 다 못 쓸 만큼 많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입니다.


어떤 스티커가 있는 줄도 모르고, 어디에 써야 할지 목적도 없었습니다. 저는 그래도 최대한 많은 스티커를 사용해 내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일단 주변 사람들에게 편지를 많이 쓰고, 스티커를 활용한 일기를 쓰기도 했습니다. 얼마 전에 있었던 찰스 3세의 대관식 감상을 적으며 스티커를 붙여 꾸미기도 했습니다.


사용처를 늘려도 스티커는 여전히 너무 많았습니다. 이번에는 냉장고를 정리하다가 시험관 준비를 하면서 챙겨뒀던 비닐 주사 주머니들을 찾았습니다. 앞면은 불투명하고 뒷면은 투명하고 주머니는 여러 개여서 스티커들을 좀 더 세분하기 좋아 보였습니다. 저는 판매자가 분류해두었던 작은 스티커 묶음을 모두 해체시켰습니다. 그리고 제 나름의 기준으로 다시 스티커들을 분류하기 시작했습니다.


하나씩 자세히 들여다 보니 미처 몰랐던 모양도 있고, 제 취향의 오래된 물건이나 풍경을 담은 스티커들도 많았습니다. 웃기는 스티커들도 있었습니다. 피사의 사탑이 프랑스에 있다고 떡허니 써있는 스티커를 보고 한참 웃기도 했습니다. 써먹기 어려울 것 같은 스티커들은 따로 모아두었다가 주사 지시사항이 써있는 비닐 주머니의 앞면을 가리는데 사용하고, 뒷면의 투명한 면을 통해 스티커들을 확인할 수 있도록 뒤집어서 넣어두었습니다. 그 뒤로는 좀더 수많은 스티커의 산이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수단으로 바뀌었습니다.


아무리 큰 덩어리라도 나만의 기준으로 나누는 작업이 모든 일의 첫걸음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일을 할 때에도 많은 시간을 헤매는 경우는 아직 업무의 상황과 범위, 해결 방안에 대한 판단이 제대로 서지 않을 때였습니다. 목적을 이루는 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정리이고, 정리를 제대로 하려면 기준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꽤 자주, 이 기준을 수립하는 것이 잘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른 누군가의 전문성이나 관점에 너무 휘둘리거나, 여러 부서가 연관되어 있는데 입장이 서로 너무 다르거나, 정보량이 부족하면 최선을 다하더라도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기준을 세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작업의 결과로 혜택을 얻게 될 대상의 만족감입니다. 스티커 분류라면 내가 필요할 때 필요한 스티커를 연상할 수 있고,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에 모아두면 됩니다. 원하는 이미지를 그려나가는데 유용한 것들을 따로 뽑아둘 수도 있습니다. 내부 의사결정자들을 위해 이슈를 정리할 때에는 최대한 다양한 내부, 외부, 경쟁사의 목소리를 수집하여 정리하고, 무엇보다 회사의 최종 제품을 사용하게 될 사람들의 필요를 구체적으로 그려볼수록 도움이 됩니다. 그러면 어떤 일을 해야 하고 하지 말아야 하는지가 명확하게 나옵니다.


제가 열성적이진 않더라도 직장인으로 오래 지내면서 생각도 직장인처럼 길든 모양입니다. 그게 좀 안쓰럽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그래도 크고 작은 일에 활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얻는 면도 있습니다. 전보다 좀 더 유연하게,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바꿀 수 있는 생각하는 방식을 떠올려 보는 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

IP *.143.230.48

프로필 이미지
2023.05.13 07:24:44 *.52.38.117
보편적 기술과 전술의 자기 이해와 자기 상황과 조건에 맞는 자기 체계의 스타일화 그리고 그에 따른 능력의 상황과 조건에 유효한 대응 계획과 이어지는 세부적인 운동계획의 실행.. 곧 감각과 지각의 인지과정의 무의식화와 어떤 기술과 전술로 언제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의 유용한 기술의전술적 선택과 반응 행동 수행과정의 통제된 자동화 그리고 결과 피드백이 나선형으로 진화하는 운동수행 능력을확보할 수 있게한다.
학습된 지식과 정보, 경험을 통한 기술과 전술이 실전에 활용되지 못하는 것은 상황과 대응에 대해 잘못 알고 있거나 충분하게 알고 있지 못한 것이다.
관점을 바꾸어 검토하고 보완하거나 배제후 대체해야 한다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256 [내 삶의 단어장] 오늘도 내일도 제삿날 [2] 에움길~ 2023.06.12 398
4255 [수요편지] 태초에 행동이 있었다 [1] 불씨 2023.06.07 482
4254 날개 위의 기적 [1] 어니언 2023.06.01 489
4253 [수요편지] '영원'히 잘 사는 방법 [1] 불씨 2023.05.31 592
4252 [월요편지-책과 함께] 무엇을 생각할까 [1] 에움길~ 2023.05.29 523
4251 [수요편지] 생각하는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1] 불씨 2023.05.24 634
4250 [내 삶의 단어장] 덕후의 나날 에움길~ 2023.05.22 507
4249 영화 다시 보기 [1] 어니언 2023.05.18 554
4248 [수요편지] 자기계발의 본질 [1] 불씨 2023.05.17 555
» 나의 기준을 세워라 [1] 어니언 2023.05.11 484
4246 [수요편지]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나를 더 강해지게 한다 [1] 불씨 2023.05.09 497
4245 [내 삶의 단어장] 쵸코맛을 기다리는 오후 2 [1] 에움길~ 2023.05.07 574
4244 I의 제로를 찾아서 [1] 어니언 2023.05.04 624
4243 [수요편지] 별을 보는 방법 [1] 불씨 2023.05.03 476
4242 [내 삶의 단어장] 쵸코맛을 기다리는 오후 1 에움길~ 2023.05.01 594
4241 점심 혼자 드시지 마세요 [1] 어니언 2023.04.27 702
4240 [수요편지] 인생은 험난한 항해다 [1] 불씨 2023.04.25 780
4239 [내 삶의 단어장] 소금과 막장 사이에 선 순대 에움길~ 2023.04.24 525
4238 건강에 대하여 어니언 2023.04.20 448
4237 [수요편지] 인생은 B와 D사이의 C [1] 불씨 2023.04.18 7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