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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2월 7일 21시 52분 등록
저번 해외출장기간에 있었던 일입니다. 함께 출장을 간 부사장님과 함께 커피를 마시던 중 같은 본부의  A팀장, 그리고 다른 본부 소속의 B팀장이 합류해서 담소를 나누던 때였죠. 

부사장님이 갑자기 A팀의 C팀원을 언급하더니 C를 B팀으로 보내는 것이 어떠냐고 하더군요. 저는 물론이고 A팀장도 처음 듣는 얘기라 다소 당황스러웠습니다. 자초지종은 이렇습니다.  회사에 TF조직이 생기면서 C가 차출이 되어서 B팀장과 함께 일을 자주 하게 되었습니다. C는 평소 A팀장에 불만이 있었는데 B팀장과 일을 같이 해보니 스타일도 맞고 자신의 업무커리어에도 도움이 될 것 같은 마음이 생겼고, 사석에서 B팀장에게 A팀장에 대한 불만들과 함께 팀을 옮겼으면 하는 마음을 내비친 것이었죠. 평소 부사장과 절친한 B팀장은 그걸 부사장에게 얘기한거고요. 도의에 어긋나 보이지만, 회사나 조직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첨단의 제품을 만들건 고난이도의 프로젝트를 수행하건 간에 가장 큰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조직사회학적인 이슈입니다.

A팀장은 젊고 똑똑한 친구입니다. 머리가 좋은데다가 온몸을 불살라가며 일을 하는 스타일이라 경영진의 신망이 두텁습니다. 성과도 탁월하고요. 팀원들에게도 최선을 다합니다. 사실 나무랄 데가 없는 리더죠. 저 역시 후배인 그를 능력적으로나 인간적으로 인정하고 좋아합니다. 왜 C는 B팀으로 옮기고 싶어했을까요? 단지 개인적 성향이 맞지 않았기 때문일까요?

C 역시 젊은 친구이고 주도적으로 일하는 스타일입니다. 일을 하다가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보이면 시키지 않아도 먼저 개선하려고 노력하는 친구죠. C와 사석에서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그가 A팀장에 대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불만은 A팀장이 본인이 모르고 있는 것들에 너무 예민하게 방어막을 친다는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문제가 생겨서 C가 잘 알고 있는 방법으로 이를 해결하자고 A팀장에게 얘기하면, A팀장은 자신이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서는 귀를 닫고, 자신이 잘 알고 있는 쪽으로만 문제 해결을 시도한다는 거죠. 물론 어느 정도는 경험이 부족한 C가 이상론에 치우친 걸 수도 있습니다. A팀장의 결론이 다 정답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결론 그 자체보다는 결론을 도출해내는 과정에 문제가 있어 보였습니다.

A팀의 상황을 살펴보면, 일은 항상 많은데 리소스는 항상 부족합니다.  A팀장 혼자 너무 많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할 일은 점점 많아지는데 리소스는 확충되고 있지 못합니다. 채용도 더디고, 팀원들의 역량향상도 기대보다 올라오고 있지 않습니다. A팀장은 팀원 한명 한명 늘어나는 것을 버겨워하는 편입니다. 모든 팀원을 꼼꼼하게 챙기고 모든 업무를 리드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유형의 리더는 대게 리더는 답을 제시해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팀원들은 리더가 제시해주는 답을 수용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리더가 항상 답을 제시하고 팀이 이를 수용하는 행태를 반복하게 되면 수동적인 팀이 만들어집니다. 리더는 이런 반복의 과정에서 자신이 없으면 팀이 굴러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다시 발견하게 됩니다. 당연한 귀결입니다. 과거 본인이 던져 놓은 표지판을 보고 원래부터 있던 지표라고 착각하는 거죠. 계속 그런 행태가 반복되고 익숙해지면 조직은 더이상 발전하기 어려운 상태가 됩니다  리더의 똑똑함 하나에 팀의 모든 성과가 좌우되기 때문입니다. 서너명 정도에 불과한 팀에서는 문제 없을지 몰라도 수십 명 이상의 팀에서는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나폴레옹은 전쟁 중에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휘하의 장군들이 큰 실수는 하는 이유는 자기가 똑똑하게 보이려 하기 때문이라고요.

A팀장이 속이 많이 상했나 봅니다. 자신도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자신은 리더형이 아니라 참모형에 가깝다며 팀원들이 더 일을 잘 하게 만들기 어렵다고 토로하더군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 역시 이전에 똑같은 고민들을 했던 기억들이 떠올랐습니다. 저 역시 사람들을 이끌고 앞에 나서는 것은 태생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었죠. 하지만 조직에서 리더가 되지 않겠다는 것은 책임이란 것을 지기 싫다는 말과 다름 없습니다. 혼자 일을 하더라도 일을 찾아서 주도적으로 하고 그 결과에 기꺼이 책임을 진다면 리더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업에서 대부분의 일들은 필연적으로 협업과 팀워크를 필요로 하고요. 내 일만 잘 하고 다른 것은 신경 쓰고 싶지 않다는 것은 편협한 사고입니다. 협업과 팀워크 없이 할 수 있는 일은 이제 거의 없으니까요. 

타고난 리더십이 있는 사람들만이 리더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양한 유형의 리더가 존재하며 스스로의 특성에 맞게 그리고 팀의 성격에 맞춰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합니다. 리더는 답을 제시해주는 사람이 아닙니다. 무조건 닥치고 나를 따르라며 앞에서 총 들고 뛰어가는 사람도 아닙니다. 현대조직에서 리더는 조력자에 가깝습니다. 각 개인의 강점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죠. 개인 리더십도 스스로의 강점을 발휘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돕는 것입니다. 반면 관리자는 구성원들이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환경을 구축하는 것에 주 책무가 있고요. 개인 관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어쩌면 덜 똑똑하고 잘 모르는게 리더십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더 잘 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믿고 맡길 수밖에 없는거죠. 데이비드 마르케라는 미국 해군장교가 있었습니다.  스마트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지시형의 리더였는데 미핵잠수정 산타페호의 함장이 되면서 리더십 스타일이 바뀌게 됩니다. 그는 산타페함에서 복무를 시작하면서 부하들에게 구체적인 지시를 내리려는 충동을 수시로 느꼈지만, 그럴 수 없었습니다. 기술적 지식이 부족해서였죠. 덕분에 옛날부터 가지고 있던 매사를 지시하고 하나하나 따지려는 습관을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결국 산타페호는 미해군 최고의 잠수함이 됩니다. 

리더는 모든 질문에 답해야 하고 모든 문제에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야 합니다(어떤 CEO가 한 말인데, 누군지는 기억이 안나네요). 리더는 질문에 답하기 보다는 질문하는 것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말처럼 쉽게 되는 일은 아니지만 가끔씩이라도 자신을 돌아보며 이를 상기하는 리더와 그렇지  않은 리더와의 차이는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저 역시 변변찮은 리더이기에 고민이 많고, 이번에 있었던 일을 계기로도 리더라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옳든 그르든 제가 했던 생각들을 마음편지의 지면을 빌어 나눠봅니다. 어쩌면 답 없는 리더는 정답을 주는 것에만 집착하는 리더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이제 설 연휴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가족 친지분들과 행복한 시간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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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13 23:32:28 *.167.58.183

관리자는 실무자가 아니다. 실무전문성을 가진 관리자다” 

협업과 팀워크 =>거기에는 정답이 아닌 해답만이 있을 뿐이다.

초기 상황이나 단순상황에 대해 => 그렇다 아니다. 곧 맞다 틀리다가 분명한 대답일수 있다

가정과 전제가 많이 붙는 상황에 대해 => 전제나 가정에 의해서 결과에 대한 대답은 달라져야 한다.

복잡하고 시공간과 상황이 불확실한 상황에 대해 => 모른다. 그 때 가봐야 안다결과에 영향을 주는 변수는 다양하니까 

그래서 정보나 지식이 공개된 지금에 와서는

모르는 것은 알게 해주는 가르치는(알게하는) 티칭이라는 말을 안쓰고

리더가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가지고 가리키는(제시하는) 코칭이라는  말을 쓰는 것이다.

 

숨은 그림찾기는 혼자하는 것보다 함께 하는 것이 훨씬 잘 돼죠!

그리고 신나고요 ! 은근히 경쟁도 좀 있고!

비켜! 그것도 못 찾고... 라고 하지마시고 기다려주고 힌트주시고 풀면 되는데 뭐 ! 엄살이야

리더가 못 본 것 미리 찾으면, 에이 나쁜놈! 농담도 좀 하시고, 좋아 내가 졌다, 한 잔 사지 뭐!

=> 은유적으로 표현을 한건데 도움이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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