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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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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 28일 02시 34분 등록

현실을 자세히 보라.

디테일이라고 하는 촘촘한 그물망 속에 내가 보인다.

내가 아닌 것들과 나인 것을 구별하라.

나인 것이면서 세상이 요구하고 있는 기대된 나를 연결하라.

그리고 새로운 나를 재창조하라.

내가 만들어낸 최고의 나를 꿈꿔라.

지금의 나와 유토피아 속의 나를 이어주는 다리를 만들어라.

시간을 내어 매일 이 다리를 건너라.

유토피아로 제대로 가고 있는지 이정표를 확인하라.

구본형의 <필살기> 중에서

21세기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여행은 무엇일까요?

여행시장 자체를 휘청이게 하는 코로나 19라는 재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아니 오히려 더 폭발적으로 수요가 늘고 있는 여행은

아마도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 아닌가 싶습니다.

13년전 무언가에 홀린 듯 '내 꿈의 첫페이지,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는

정체불명의 비싼 워크샵을 신청하고도

막상 참가비를 이체하려는 순간이 되자 '이게 정말 잘하는 짓인가?' 싶었습니다.

어둡고 쿰쿰한 지하세계의 입장권을 사고 있는 느낌이었거든요.

물론 누구에게도 제대로 말하지 못했습니다.

젖먹이 아이를 기르고 있는 엄마가 크리스마스가 낀 2박3일을

통으로 집을 비울 명분으로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은 아무래도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던 것 같습니다.

필수 직무역량개발 연수쯤으로 둘러댔던 기억이 나니까요.

그런데 요즘은 눈만 뜨면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더라구요.

지어는 대기업에서 생산하는 제품광고에까지도

'자기다움' '자아탐색'이라는 키워드가 심심치 않게 쓰이고 있으니까요.

나를 찾으려면 이 제품을 써봐.

이 제품으로 자기다움을 표현해 봐.

하는 메시지가 아무래도 어이없게 느껴지긴 하지만 바꾸어 생각하니

'진짜 나를 알고 이를 표현하고 싶은 열망'이

그만큼 보편적 수요가 되었다는 반증인 듯해 반갑기도 합니다.

이제는 우리 사회도 '깊은 나에 대한 그리움'이 식욕이나 성욕만큼이나

보편적인 욕망임을 받아들여가고 있다 이야기 일테니까요.

안타까운 것은 스스로에게 깊어질 수 있는 이 아름다운 기회가

오히려 우리를 무겁게 하는 짐이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나를 찾는 여행'이라는 것이

세계일주를 하고, 천 권의 책을 읽고, 에베레스트를 등반하는 등등

현실과 동떨어진 거창하고 대단한 무언가 일거라는 오해는

우리를 자꾸만 위축되게 합니다.

세상이 기대하는 나를 사는 것에 지쳐 진짜 나를 찾아보고 싶었던 건데,

방향만 바뀌었을 뿐 어차피 넘사벽인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이도 저도 할 수 없는 나는 한없이 초라해집니다.

나를 찾으러 떠났다가 오히려 나와 더 멀어져 버린 것 같습니다


나 뿐만 아니라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들이 보잘 것 없게 느껴집니다.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는 유행어가 그리 반가울 수가 없습니다.

적어도 망한 것이 나만은 아닌 모양이라는 안심만이

이 팍팍한 세상을 견딜 수 있는 유일한 의지처가 됩니다.

어찌 그리 잘 아느냐구요?

바로 제 얘기니까요.

어떻게든 뭐라도 해보려고 바둥바둥거렸지만

결국 찾아 헤매는 '나'는 안보이고

자꾸만 후지고 찌질한 저만 지치지도 않고 나타나더라구요.

10년을 헤맸는데도

(이제는 무슨 관용구 같죠? ^^;;)

못 찾았으면 없다는 거잖아요.

포기할 때가 됐다는 얘기잖아요.

그렇게 현실이 아닌 그 어딘가에서 나를 찾아다니는 것을 그만두고 나자

비로소 보이는 것이 있었습니다.

그 지난한 여행 중에도 변함없이 나를 기다려주었던 나의 '현실',

그러니까 지금 여기의 있는 그대로의 나.

그토록 애타게 찾던 나는 그 어디가 아닌 이곳에 늘 함께 있었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된 것입니다.

마치 평생을 나무궤짝 위에 앉아 구걸로 근근히 연명하던 거지가

그 구걸조차 어려워지고 나서

자포자기 심정으로 일어나 처음 열어본 궤짝에서

금은보화를 발견한 것같은 느낌이랄까요.

물론 제 궤짝에 들어있는 모든 것이 다 보물이었던 것은 아닙니다.

너무 오래 돌보지 않아 유통기한 지난 것도 많았고,

고장나고 시들어버린 것도 많았지만

그래도 그것들은 모두 지나온 어느 시간 속에서

심사숙고한 끝에 선택한 최선들이었습니다.

그 최선들을 하나 하나 살펴가는 과정에서

저는 제가 어떤 사람인지 점점 알아차려 가기 시작했습니다.

과거의 선택들은 과거의 나를 말해주었고,

미래를 위한 보물들은 내가 이르고 싶은 곳이 어디인지를 알려주었습니다.

그리고 내 몸이라는 '현재'의 보물은

과거와 미래 속에서 자신이 소화할 수 있는 것들은 정성스럽게 골라내 주었습니다.

물론 그 과정이 내내 수월하지만은 않았습니다.

특히 미래를 덜어내는 순간의 통증을 기쁨으로 느끼는 데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필요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하루하루 수련의 근육이 쌓여가면서

그릇에 담기지 않는 물을 마실 수 없는 것처럼

몸에 담기지 않는 과거와 미래는 이미 나의 것이 아님을

조금씩 조금씩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딱 그 받아들임의 깊이만큼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그렇게 맞은 기쁨과 평화는 제가 스스로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었습니다.

이 좋은 것을 사랑하는 이들과 나누고 싶어진 것은

너무나 당연한 수순이겠지요?



엄마를 위한 생활명상센터 <아난다 아카데미>는

자기로 돌아오는 기쁨과 평화를 배우고 익히고 나누는 현장입니다.

자신에게 이미 주어진 현실을 통해

그토록 그리워하는 '나'에게로 돌아오는 과정을 안내하는 것이

제게 주어진 역할이구요.

시간이 흐를수록

벗어나고만 싶던 일상 속에서 자기로 살아가는 기쁨을 발견하는 순간을

함께 할 수 있는 이 일이야말로

나로 살아가며 누릴 수 있는 최고의 기쁨, 즉 '아난다' 임이 분명해집니다.

세포의 미소가 햇살처럼 온 몸으로 퍼져나갑니다.


P.S. 오늘로 '아난다의 나로 살아가는 기쁨' 이라는 주제로

매주 화요일에 찾아가던 편지가 마지막을 맞습니다.

그동안 '나로 살아가는 기쁨'을 찾아가는 날 것의 여정을 지켜봐주시고

응원해주신 마음편지 독자님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더불어 나를 찾아 떠나는 길은 물론 나에게로 돌아오는 길까지 영혼으로 안내해주신

스승 구본형 선생님께도 말로는 차마 담을 수 없을 만큼의 감사를 띄웁니다.




IP *.70.3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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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28 11:15:17 *.208.9.208

그동안 수고 많으셨고

늘 좋은 글 접하게 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님의 건행 기원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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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28 13:42:41 *.23.145.168

그동안의 여정을 함께 하면서 나를 찾아가는 어려움을 공감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시 뵐 수 있기를 빕니다. 새해에도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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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29 10:38:04 *.78.110.48

미옥아...

2022년에는 더 좋은 일만 가득하겠구나.

애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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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05 14:11:53 *.217.226.7

아난다님~ 

그동안 매주 화요일마다 보내주신 마음편지 감사드립니다. 

이제부터 정말 나로 살아가는 독자들이 되겠습니다.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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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12 17:24:31 *.169.227.25

왜 ?  인간은 자기 자신에게 관심을 갖는가?

이탈리아의 어느 성당 현판에 쓰여진 문구라는데,  많은 생각을 하게 했었습니다.

아마도 그 곳에서는 신이 자신의 모습을 닮은 인간을 창조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겠지만...

변경의 문을 두드리고 있을 때 쯤의 저는 망가질 대로 망가진 제정신이 아닌 사람이었지만

전 거기서  공감하는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실낱같은 희망은 일상의 한 개인으로 대해 주시던 사부님을 통해서 되살아 났죠 ! 

일상을 넘어 깊이 있는 생각을 하게 주시던 아난다 님의 글을 통해서 또 다른 모습의 사부님을 다시 만나고 되새길 수 있는 계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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