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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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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 23일 05시 52분 등록

내일이면 벌써 크리스마스이브입니다. 코로나가 슬슬 잡혀간다 했더니 다시 변이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려 연말에 맘 놓고 송년회를 하는 것은 좀 더 기다려야 할 것 같아 아쉽습니다.


아쉬운 상황 속에서도 따뜻한 연말을 위해 오늘은 『불편한 편의점』이란 책을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제목과는 정반대로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여러 가지 이야기가 담겨있어서 요즘 잘 어울리는 책이라고 느껴졌습니다.


동네 골목의 작은 편의점 Always는 위치도 번화가에서 조금 벗어나 있고 상품 종류도 좀 빈약한 편의점입니다. 역사 교사였던 편의점 사장님이 우연한 기회로 서울역에서 살던 '독고'씨와 알게되고, 야간 알바 자리가 비어 독고씨를 편의점에 고용하면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독고 씨는 서울역 생활을 오래 하면서 알코올성 치매를 심하게 앓아 과거를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편의점 일을 하면서 만난 인물들을 통해 하나씩 자신이 놓치고 있었던 것들을 깨닫습니다. 독고 씨는 동네 할머니들에게 할인 정보를 알려주거나 집까지 구매 물건을 배달해 주기도 하고, 야외 테이블에서 추운 날 참참참(참이슬+참깨 라면+참치김밥) 야식을 먹는 외벌이 가장에게 온풍기를 가져다주며, 그의 쌍둥이 딸이 편의점에서 어떤 간식을 좋아하는지 알려 주기도 합니다. 오전 시간 알바를 하는 동료 아주머니의 히키코모리 아들 문제를 해결할 대안을 주기도 하고 사장님의 철없는 아들의 어수룩한 신규 사업 제안을 간파해 내기도 하지요. 외로운 사람들의 곁을 지키고 가족 간의 연결을 이어주는 에피소드를 거치면서 독고 씨도 자신의 과거를 기억해 냅니다. 이제는 돌이킬 수도 없고 용서를 빌기에는 늦어버렸지만 그래도 그는 자신이 했어야 했던 일을 하기 위해 결국 편의점 알바 생활을 마무리하고 자기 몫의 삶 속으로 들어갑니다.


이야기 중 마음에 와닿는 것은 많았지만, 무엇보다 매일 출근해 열심히 일하고, 세심한 눈으로 주변 사람들과 손님을 챙기는 주인공의 모습이 마음에 남았습니다. 우리들은 마음의 영역, 사적인 영역에 관해서는 다른 사람들에게 조언을 받거나 간섭받는 것을 원하지 않지만, 때때로 손쓸 사이도 없이 소중한 것과 멀어지는 일을 겪곤 합니다. 너무 멀리 가버린 뒤에는, 머리로는 해결책을 알지만 행동으로 옮기기 어려워지는 일이 생기는데요. 그런 어긋남을 해소하기 위해 상상 속 장소나 어떤 기적적인 계기를 꿈꾸게 되는 것 같습니다. 크리스마스의 들뜬 분위기 속에서 남몰래 기적을 바라는 마음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소설 속에서 주인공은 이런 삶 속의 끊어진 곳을 잇기 위한 마음의 기력을 채우는 충전소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었습니다.


삶은 관계였고 관계는 소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행복은 커다란 기적이 아니라 내 주변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순간에 만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 행복한 연말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IP *.143.23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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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23 08:51:19 *.244.220.254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소개해주신 책 저도 마침 이 달에 읽고 이런 후기를 썼습니다. "흔히들 각자도생의 시대라고 합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후 제가 가장 많이 떠올린 말이기도 합니다. 또 불확실성의 시대라고도 하지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모든 것이 안개 자욱한 그런 시대입니다. 정말 삶은 예측 불가능 그 자체입니다. 이런 시대에 사람들은 어떤 힘으로 살아갈 수 있을지요. 우선은 각자의 의지와 실천입니다. 자기 삶은 자기가 책임져야 하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지요. 하지만 누구도 세상을 온전히 혼자만의 힘으로 살아갈 수 없습니다. 타인과 일정한 관계를 맺고 교류해야 합니다. 소설『불편한 편의점』은 거리에서 흔히 보는 편의점, 어찌 보면 좁은 공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시대 평범한 보통 사람들의 훈훈한 이야기입니다. 각자 짊어진 삶의 무게로 힘들지만 조금만 여유를 가지고 주위를 둘러보며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배려하는 좋은 관계와 소통이 어려운 시대를 함께 이겨낼 수 있는 큰 힘이 될거라 작가는 말합니다. 바깥은 한겨울 추위가 한창이지만 읽는 내내 사람 향기 가득한 따듯한 온돌방에서 보낸 거 같은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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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24 17:47:19 *.169.227.25

전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변경연의 사람들이 독고 씨 같다는 생각을 해요 ! 현실에 충실하기 위해 현실에 부적응적인 반응을 보이는 그런 ...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 이잖아요 ? ^^    메리 크리스트마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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