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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월 23일 01시 12분 등록


이건 강원도 태백의 800 미터 고랭지에서 재배한 노랑관동배추로 만들어서, 땅 속에서 2년 이상 묵혔군. 2016년의 강렬한 햇빛을 머금고 자란 배추라서 그런지 아삭하면서도 부드러운 질감이 아주 독특한데! 신선한 대지의 내음과 옹기 항아리의 향이 어우러진 부케가 환상적이고, 신맛과 매운맛이 적절히 어우러진 별 다섯개 짜리 맛이야.”

김치를 먹고 이렇게 평가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아무리 맛있는 김치를 먹더라도 그저 우와 맛있다. 엄지 척~” 이 정도면 적당할 것 같은데요. 그런데 왜 우리는 와인을 마시면서는 이런 말을 하는 걸까요.

 

We take wine seriously, so you don’t have to

이걸 뭐라고 부를까요? 스테인레스 스틸로 만들어졌고, 불을 이용해 조리하는 요리 기구라고 부르시나요, 아니면 그냥 바비큐라고 부르시나요?

지금 누구에게 공을 던지려는 거죠? 다리가 넷 있고 꼬리를 흔들며 달리는 식육목 개과의 털이 많은 포유류에게 던지시나요, 아님 우리집 강아지 맥스(Max)에게 던지시나요?

적절한 기후에서 재배된 청포도로 만든 멜론 향과 핵과* 향이 살짝 섞인 샤르도네(Chardonnay)를 마시고 싶으신가요? 그렇다면 그냥 이렇게 말하면 됩니다.

베스, 거기 와인 좀 건네줄래?”

 

햇살이 따뜻한 어느 초여름 오후, 친구집 마당에 모여 바비큐 파티를 합니다. 바비큐 위에는 고기와 채소가 맛있게 익어가고 있습니다. 한쪽에는 친구들이 맥스라는 이름의 개와 공 던지기를 하며 놀고 있습니다. 식사가 시작되고 바비큐와 함께 차가운 화이트 와인이 나왔습니다. 방금 구운 따뜻한 고기를 먹으니 시원한 게 마시고 싶네요. 와인이 필요한 순간, 친구에게 와인을 좀 건네달라고 해야겠습니다. ‘아 그런데 와인 이름이 뭐였더라? 어떻게 말해야 하지? 와인에 대해서 잘 모르면 날 무식하다고 생각하겠지.

호주 와인 옐로우 테일([yellow tail])2017년도 TV 광고입니다. 호주 사람들도 와인을 어려워 하고 스트레스를 받는 건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어떤 포도 품종으로 만든 와인인지, 어디서 재배되었고, 빈티지는 언제이며, 어떤 아로마와 부케를 느끼는지 알아야만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광고는 고기를 굽는 조리기구를 그저 바비큐라고 부르듯이, 강아지를 그의 이름 맥스로 부르듯이, 와인도 그냥 와인이라고 부르면 된다고 말합니다. 옐로우 테일 광고는 와인에 대한 사람들의 속물주의를 살짝 비튼 위트 넘치는 메시지로 큰 공감을 얻었습니다. 광고는 이렇게 마무리됩니다.

“We take wine seriously, so you don’t have to (우리는 진지하게 와인을 다룹니다. 그러니 당신은 그럴 필요가 없지요).”


yellow tail chardonnay.png

Created by Common Ventures

출처: https://vimeo.com/246052692

 

시칠리아 가족의 오스트레일리안 드림

옐로우 테일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호주 와인 브랜드 중의 하나입니다. 호주에만 사는 동물, 캥거루가 뛰어오르는 듯한 모습의 라벨로 잘 알려져 있지요. 옐로우 테일은 시드니가 위치한 뉴사우스웨일스 주 남쪽의 작은 마을, 옌다(Yenda)라는 곳에서 만들어 집니다.

1957년 이탈리아 시칠리아 출신의 필리포 카셀라(Fillippo Casella)와 그의 아내 마리아(Maria Casella)가 가족과 함께 이민을 왔습니다. 그들은 호주에서 가족이 경영하는 작은 와이너리를 만들어 행복하게 잘 살고 싶다는 소박한 꿈을 품고 있었지요. 그들의 소박했던 꿈은 60년이 지난 2017년 기준으로 이렇게 이뤄졌습니다.

카셀라 패밀리 브랜즈(Casella Family Brands)는 옐로우 테일 외에도 피터 레만(Peter Lehmann), 브랜즈 라이라(Brand’s Laira), 모리스 와인즈(Morris Wines) 등 일곱 개의 와인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 모리스 와인즈는 150년 전통의 고급 와인 생산업체 입니다. 6,100 헥타르가 넘는 땅에서 40여 가지 품종의 포도 생산하며, 500개가 넘는 포도원으로부터 포도를 공급받고 있습니다. 1시간에 36,000 병의 옐로우 테일을 생산합니다. 50여개국에 연간 1,250만 케이스의 옐로우 테일을 수출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성공은 행운도 우연도 아니었습니다. 1969년에 처음 와인 양조를 시작할 때부터 그들의 모토는 가족, 친구들과 함께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와인을 만들자였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쉽게 고를 수 있고, 맛있게 마실 수 있고, 부담없이 다가갈 수 있는 와인을 만들어야 했지요. 카셀라 패밀리의 이런 와인 철학이 담긴 와인이 바로 옐로우 테일이었습니다. 2001년 옐로우 테일을 처음 미국으로 수출할 때 그들의 목표는 1년에 25,000 케이스를 파는 것이었습니다. 11개월 뒤 그들은 100만 병이 넘는 와인을 판매했습니다. 4년 뒤에는 750케이스를 판매했고, 현재 미국에서 가장 많이 수입되는,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와인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 ***


yellow tail family.png

필리포 카셀라(Fillippo Casella)와 그의 아내 마리아 카셀라 (Maria Casella)

출처: https://www.casellafamilybrands.com/Our-History

 

시칠리아 이민 가족이 운영하는 패밀리 와이너리가 세계 최대의 와인시장 미국의 소비자를 사로잡은 비밀은 무엇일까요? 미국의 수입 파트너 W. J. 도이치 앤 선즈(W. J. Deutsch & Sons, Ltd.)CEO, 윌리엄 도이치(William J. Deutsch)저렴한 가격에 비해 높은 품질을 첫번째로 꼽았습니다. 하지만 이미 미국에는 가성비 좋은 와인이 많이 있었습니다. 와인이 가격민감도(가격 변화에 따라 소비량이 달라지는 정도)가 높은 상품도 아니었고요. 이에 대해 윌리엄 도이치는 옐로우 테일이 소비자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감성이 통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즉 카셀라 패밀리가 포도재배를 시작할 때부터 가졌던 와인에 대한 철학쉽고 즐겁게 마실 수 있는 와인을 만들자이 합리적인 가격, 재미있는 포장과 높은 품질 속에 잘 녹아들었다는 겁니다. 이것이 미국의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그들은 옐로우 테일에 열광하게 된 거죠. 역시 진심은 미국에서도 통했습니다.

 

어학 연수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뒤에 와인과는 잠시 멀어졌습니다. 아직 학생이었기에 당시만 해도 고가품이었던 와인을 마시기 어려웠던 거죠. 그 때 옐로우 테일이 있었더라면 어땠을까요? 아마도 친구들과 잔디밭에 모여 앉아 소주나 맥주 대신에 와인을 마시고 있지는 않았을까요? ^^

차가운 샤르도네는 요즘처럼 더운 날씨에 딱 좋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린 옐로우 테일 샤르도네는 편의점에서도 구입할 수 있습니다. 와인은 어렵다는, 뭔가 알아야만 마실 수 있다는 부담을 버리면 와인도 맥주만큼 시원하고 맛있게 즐길 수 있겠지요.

이번주도 맛있는 한 주 보내세요~^^

 

 

* 핵과(stone fruit): 중심부에 보통 1개 또는 여러 개의 견고한 핵을 갖는 과실. 액과의 일종으로 벚나무, 매실나무, 복숭아나무, 멀구슬나무, 감탕나무 등의 과실이 있다.

** Nielsen, TOTAL US = XAOC 26 Weeks Ending Period” MAY2017.4. Top Varietals ranked by $ Volume

*** [ yellow tail ] annual brand health tracker, January 2017, Nielsen

 

 

참고 문헌

Casella Family Brands for Yellow Tail: https://www.casellafamilybrands.com/

Behind the [yellow tail] Phenomenon: How it happened and What’s Next?

https://www.beveragemedia.com/2006/03/01/behind-the-yellow-tail-phenomenon-how-it-happened-and-whats-next/?redirected=Y

[yellow tail] Facts: http://www.deutschfamily.com/the-deutsch-family-our-brands/yellowtail-facts/

세계의 유명 와인산지: https://terms.naver.com/list.nhn?cid=58884&categoryId=58900

[yellow tail] TV commercial 2017 https://vimeo.com/246052692




--- 변경연에서 알립니다 ---

1. [출간소식엄마가 시작하고 아이가 끝내는 엄마표 영어

변화경영연구소 10기 김정은 연구원이 세번째 책 <엄마가 시작하고 아이가 끝내는 엄마표 영어>를 출간하였습니다엄마가 공부하는 모습을 보이면 굳이 ‘하라 하라’하지 않아도 아이는 따라하게 되나 봅니다아이가 다섯 살이었을 때부터 중학생이 되기까지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가족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찾아낸 집에서 할 수 있는 영어공부법을 담아냈다고 합니다듣고읽고놀다 보면 영어가 되는 실현 가능한 영어교육법이 궁금하신 분들의 일독 권해드립니다:

http://www.bhgoo.com/2011/854744

 

2. [팟캐스트] 교양인은 무엇을 공부하는가? 2 많이 헤매야 내 길이 보인다

64번째 팟캐스트 에피소드는 연지원 작가의 <교양인은 무엇을 공부하는가?> 2부가 이어집니다. 연지원 작가에게 책, 여행, 와인의 의미와 글쓰기 모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리고 인문학의 효용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데, 인문학과 실용성은 쓸모 없음의 쓸모 있음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또한 이제 막 독서를 시작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좋은 책을 선택하여 읽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으니 방송에서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http://www.podbbang.com/ch/15849?e=23004573

 

3. [모집] <내 인생의 첫 책쓰기> 16기를 모집합니다

터닝포인트 경영연구소 오병곤 대표가 2019년 하반기 <내 인생의 첫 책쓰기> 프로그램에 참여할 16기 수강생을 모집합니다. 좋은 책은 진정성을 담아 자신과 독자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진실한 책으로 책쓰기를 통해 먼저 스스로 변화할 수 있다고 합니다. 기획, 집필, 퇴고, 출간하는 책쓰기의 전 과정을 사례를 통해 배울 수 있는 책을 통해 자신이 주도하는 삶의 전환을 꿈꾸는 분들을 기다립니다:

http://www.bhgoo.com/2011/855841

 





IP *.180.157.29

프로필 이미지
2019.06.23 13:17:41 *.212.217.154

어려운 와인을

쉽게 풀어서

소비자에게 다가간 전략이

유효했던것이군요^^

프로필 이미지
2019.07.01 06:16:07 *.180.157.29

맞아요. 

와인에 대한 두려움이나 반대로 속물주의는 외국 사람에게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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