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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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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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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월 5일 00시 41분 등록
지난 주 편지가 나가고, 마음편지를 쓴 이래로 가장 많은 분들에게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너를 믿는다. 무조건 응원한다. 어떻게든 돕고 싶다.’ 표현은 다양했지만 제가 어찌 모를 수 있겠습니까? 행간에 담겨있는 걱정과 염려를. 뭐라 대답해야 좋을지 몰라 적당히 얼버무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괜한 걱정을 끼쳤구나 싶은 후회가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어찌나 든든했는지 모릅니다. 피할 수 없는 ‘전환’이라면, 그 과정을 이미 거쳤고, 거치고 있고, 거칠 예정인 분들과 함께 그 여정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은 천운이 아닐 수 없으니까요. 최선을 다해 성실히 변신의 과정을 공유하는 것이 저 자신과 걱정해주신 여러분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야 혹시 조난을 당해도 얼른 구하러 와 주실 테니까요. 

오늘은 그 중에 한 분이 내밀어주신 손을 잡아 보려고 합니다. 그녀가 말했습니다. 제 편지가 자신에게 보내는 S.O.S 신호처럼 느껴졌다구요. 구하지도 않은 도움을 제안하는 것에 저항을 느꼈지만, 자신을 부르는 그 신호를 모른 척 할 수가 없었다고 했습니다. 자칭 ‘수퍼현실주의자’인 그녀의 입에서 이토록 ‘초현실적인’ 표현이 나오는 것을 듣는 순간 한껏 방어적이던 제 가슴의 빗장이 풀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어! 이런 느낌 아시는 분이셨어요? 

참 괜찮은 사람이지만, 나와는 지향이 다른 존재. 그녀에 대한 저의 평소 인상이었습니다. 그녀의 삶의 방식을 존중하지만, 그녀처럼 살고 싶지는 않다는 판단도 이미 끝내놓고 있던 터였습니다. 그런데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며 제가 그녀를 오해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자각이 일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정말 제가 그녀를 향해 S.O.S를 보냈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녀의 말처럼 제가 의식조차 못하는 무의식 깊은 곳에서 말이죠. 

더 솔직히 말하자면, 그녀는 제게 어떻게든 벗어나고 싶은 과거의 상징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녀가 자신의 첫 책 북페어에서 스스로를 ‘인정받고 싶은 여자’라고 소개했을 때 저도 모르게 얼굴이 확 달아오르던 감각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인정받고 싶은 여자’라니! 자신의 가치를 타인의 인정으로부터 확인받아야 하는 삶은 제게 천만금을 줘도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세계였으니까요. 뭐 하나에 꽂히면 가진 것은 물론 갖지 않은 것이라도 닥치는 대로 끌어다 다 쏟아 부어서라도 어떻게든 이루어 내야 직성이 풀리는 저 자신에 대한 두려움은 고스란히 그녀에게 투사되었습니다. 그렇게 그녀는 영문도 모른 채 제 오해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저보다 1년 늦게 연구원 과정을 이수한 ‘후배’입니다. 그러나 성취, 특히 ‘사회적’ 성취에 대한 욕망을 부정하는 것을 저만의 성취로 규정하며, 가정이라는 경계를 고집하던 저와는 달리, 그녀는 1년간의 안식년을 마치고 바로 사회로 복귀하여 벌써 5권의 책을 내고, ‘개인과 조직의 성장을 돕는다’는 소명을 실천하며 살고 있습니다. 그러는 와중에 아이 둘을 기르며, 가족, 친구들과의 시간도 챙겨가면서, 석사 과정을 마치고 지금은 박사논문을 쓰고 있다니 그야말로 놀라울 뿐입니다. 그녀가 진행하는 프로젝트 이름처럼 ‘원더우먼’이 분명합니다. 

제 입장에서는 도무지 흉내 낼 수도 없을 만큼의 눈부신 성취를 이뤄내고도 입버릇처럼 아직도 부족하다고 말하는 그녀를 보며 생각하곤 했습니다. ‘그렇지.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한 성취란 마치 탄산음료와도 같아서. 마실 땐 짜릿하지만 결국 갈증을 더욱 심하게 할 뿐이지. 타는 듯한 갈증에서 해방되기 위해선보다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해. 나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본질적인 해결책을 찾을 거야!’ 그렇게 그녀와 저는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며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이미 ‘인정받기 위해 맹목적으로 달려가는 폭주기관차’가 아니었습니다. 그녀가 사용하는 어휘, 하나하나에서 저와 다르지 않은 모색의 흔적이 느껴졌습니다. 제가 아직 과거의 삶에서 얻은 상처가 덧나는 것이 두려워 가정이라는 안전망 안에서 모의체험에 만족하고 있을 때 그녀는 현장에 직접 뛰어들 만큼 용감했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맹목적인 성취의 증거라고 제멋대로 오해했던 그녀의 통증은 자신의 현장에 필요한 근육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감당해야하는 건강한 근육통이었던 거구요. 

그녀가 받았다던 제 무의식의 S.O.S는 바로 제가 찾은 솔루션을 구현할 현장에 필요한 근육을 만드는 것을 도와 달라는 신호가 아니었을까요? 그렇다면 그녀보다 더 적합한 코치를 만나기는 어려울 겁니다. 그렇다면 이 기회를 놓칠 수 있겠습니까? 내일 그녀를 만나기로 했습니다. 머릿속에 떠돌고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정리해 오라는 과제와 함께. 부디 그녀의 격조높은 성취의 또 하나의 사례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봐야겠습니다. ^^

--- 변경연에서 알립니다 ---

1. [출간소식] 『할 말을 라오스에 두고 왔어』 장재용 저.
변화경영연구소 8기 연구원 장재용 작가의 세번째 저서 『할 말을 라오스에 두고 왔어』가 출간되었습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삶의 목적은 무엇인가. 누구나 한번쯤 갖는 의문이지만 답을 찾기는 어렵습니다. 방황하던 저자는 한국을 떠나 계획에 없던 라오스 행을 택하고 거기서 직장생활까지 시작하게 됩니다. 그리고 펼쳐지는 낯설고도 신선한 일상들! 불안과 고민, 숱한 흔들림 속에서 만난 라오스의 황홀한 일상으로 초대합니다: 

2. [모집] 1인회사연구소 8기 연구원 모집
1인회사 연구소 & 유로 에니어그램 연구소 수희향 대표가 <1인회사 연구소 8기 연구원>을 모집합니다. 지난 7년간 연구소를 운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더욱 실질적인 프로그램으로 거듭난 <8기 연구원 과정>은 자신의 뿌리 기질을 찾아 1인 지식기업가로의 전환을 모색합니다. 콘텐츠 생산자가 되기 위한 책읽기를 마스터하여 진짜 1인 지식기업가로 전환을 이루고자 하시는 분들의 참여 기다립니다. book@bookcinema.net 으로 프로그램 참여 및 문의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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