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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희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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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 12일 08시 29분 등록

필살기 연마비법

헤세의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를 읽을 때만해도 골드문트가 원하는데로 사는 모습에만 끌렸던 제가 겐자부로의 이야기를 읽으며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필살기로 만들기까지 고통이 따른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리고 보니 작품 속 골드문트도 현실의 헤세와 융도 모두 자신들이 원하는 삶을 이루기 위해 모두 일정 기간 혹독한 시련의 시간을 지나왔습니다. 아무리 원해서 하는 일이라고는 하지만, 역시나 억눌린 열망을 끄집어내어 필살기로 만드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이래도 저래도 쉬운 길은 없다는 생각에 좋아하는 일로 인생 전환도 쉽지 않은 길이란 생각에 다소 힘 빠지는 날을 보내던 즈음 칙센트미하이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자기의 인생을 통제할 수 있는 힘을 갖는다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닐뿐더러, 매우 고통스러운 일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최적 경험들을 하나둘씩 축적하다 보면 어느덧 자기가 인생의 내용을 차곡차곡 채워나가는 과정에서 소외되지 않고 주인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될 것이다.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라는 강렬한 자각, 바로 이러한 느낌이 우리가 염원하는 행복에 가장 가까운 상태가 아닐까?”

 

<몰입>에 나오는 이 문장은 마치 헤세나 융 그리고 겐자부로가 왜 그토록 힘든 길을 자처하여 살았는지를 한 문장으로 요약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면서 저 같은 사람이 볼 때는 자기희생적 요인이 너무 많아 보이지만, 그들 입장에선 희생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주어지는데로 사는 나르치스적 삶의 고통과 자신이 선택한 골드문트적 삶에서의 고통은 같은 색깔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청년기에서 중, 장년기로 접어들면서 별로 달갑지 않은 의문을 갖게 된다. 그 의문이란, ‘이게 정말 내가 꿈꾸던 인생의 전부란 말인가?’ 라는 것이다. …. 우리의 의식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 바로 심리적 무질서이다. …. 우리는 이런 상태로 어떤 경험을 하느냐에 따라서 여러 가지 이름을 붙이는데, 바로 고통, 공포, 불안, 분노, 질투와 같은 것들이다. 이러한 다양한 종류의 무질서들은 우리의 주의를 바람직하지 못한 여러 가지 사물에 분산시키고, 결국 우리가 원하는 활동들을 수행하지 못하게 만든다. 심리적 에너지가 소진되고 비효율적인 상태가 되는 것이다.”

 

그래. 내가 회사를 다니며 느꼈던 혼란함이 바로 심리적 무질서였구나!’

 

나르치스적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 중년이 되어 어쩔 수 없이 한번은 부딪힐 수 밖에 없는 심리적 무질서는 확실히 이해가 되었습니다. 더불어 그런 상태에 빠지면 에너지가 분산되면서 모든 것이 혼란스럽고 힘들게만 느껴지는 것도 충분히 알 것 같았습니다. 그렇지만 골드문트의 길을 가는 사람들도 못지 않게 힘들어 보이는데 그들의 어려움이 저의 고통과 어떻게 다른지는 여전히 풀리지 않았습니다. 그에 대해 칙센트미하이는,

 

플로우 (몰입)라는 것은 사람들이 다른 어떤 일에도 관심이 없을 정도로 지금 하고 있는 일에 푹 빠져 있는 상태를 말한다. 곧 이 때의 경험 자체가 매우 즐겁기 때문에 이를 위해서는 어지간한 고생도 감내하면서 그 행위를 하게 되는 상태이다.”

 

이거구나!’

 

여전히 나르치스 세상에 익숙한 저는 융이나 겐자부로의 삶 역시 여전히 고통스럽고 때로는 엄격한 자기 희생까지 행하며 어떤 면에선 더 혹독한 여정을 거친 것처럼 느껴졌는데 그들에겐 고통이 (제가 생각하는) 그 고통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결코 쉽진 않고 때론 힘들기도 하지만 그 일을 하면서 얻는 경험 자체가 워낙 즐거워 힘든 줄도 모르고 몰입하게 된다고 합니다. ‘플로어혹은 몰입이란 상태가 어떤건지 참으로 부러우면서 어떡하면 그런 경험을 할 수 있는건지 마구 궁금해졌습니다.

 

현대의 삶에서 느끼는 불안과 우울함을 벗어나기 위해서 우리는 사회가 제공하는 당근과 채찍의 달콤한 매력으로부터 독립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 이러한 자율성을 갖기 위해서는 자기 행동에 대해서 스스로 상도 주고 벌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외적 여건이 어떻든지 간에 스스로 즐거움과 삶의 목적을 발견해 나가는 능력을 개발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제는 쉽다고 할 수도 있고 어렵다고 할 수도 있다. 쉽다는 것은 이렇게 하는 것은 오로지 자기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는 점이고, 어렵다는 것은 어느 시대에서도 쉽지 않을 자기 단련과 인내를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우리가 경험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인가에 관하여 자기 삶의 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그렇구나…! 같은 일이라도 억지로 하느냐, 자발적으로 하느냐에 따라 고통이 고통일수도 있고 즐거움일 수도 있구나그게 그렇게 엄청나게 다른 일이구나…’

 

그 때까지 일에 있어서 자율적 혹은 스스로 선택해서 해본 경험이 거의 없었던 저는 어떤 일을 하면서 겪게 되는 어려움은 무조건 고통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칙센트미하이의 책을 읽으며 비로서 스스로 선택한 일에서 느끼는 고통은 고통이 아닐 수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만약 좋아하는 책 읽기를 하느라 다른 일상의 일들을 포기해야 한다면 좋아하는 책 읽기를 하는 즐거움이 너무 커서 일상의 포기가 희생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의미였습니다. 그러고 보니 문득 겐자부로가 좋아하는 책을 2시간 동안이나 흘끗이라도 볼 수 없기 때문에 극장에 가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저는 그가 책을 읽기 위해 영화 보는 것을 희생했다는 의미로만 받아들였는데 그의 입장에선 책 읽기가 훨씬 더 큰 기쁨이어서 전혀 문제되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영화 쪽 일을 하는 분들이라면 반대로 책 읽기보다는 영화관련 일에 훨씬 더 몰두하실 테고요). 그렇다면 저 역시 이런 몰입을 하면 저도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즐거움을 느끼며 저만의 필살기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어렴풋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플로어를 경험함으로써 복합적인 자아를 갖게 된다. 역설적이게도, 다른 외적 목표를 위해서가 아니라 행위 자체를 즐길 때 우리의 삶이 향상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하나의 목표를 수립하고 이를 위해서 최고의 집중력을 보일 때 우리가 무엇을 하든지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이런 즐거움을 맛보기 시작하면 다시 이를 경험하기 위해서 더 많은 노력을 할 것이고, 이런 과정의 순환을 통해는 우리의 자아는 성장한다. …. 플로우 활동의 핵심은 자아의 성장에 있다.”

 

여기까지 읽었을 때 저는 더는 제 길을 가는 것에 대해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이 마냥 즐겁고 쉬운 일만은 아닐지라도 거기에서 오는 충족감은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며 겪어야 하는 그 고통과는 결이 다른 힘듬이라는 사실을 정확히 이해했기 때문입니다. 이제 남은 건 제가 고통까지도 자기 충족감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몰입을 직접 체험해보는 일이었습니다.

 

이번주에는 변화경영연구소 팟캐스트에 초대되어 좋아하는 후배님들과 찰스 핸디의 <포트폴리오 인생>이란 책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늘 그렇듯이 어떤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초대받은 제가 오히려 정리도 되고 더 많이 배우는 것 같습니다^^

 

더불어 제 개인 블로그인 <앨리사의 북살롱>을 네이버에 새로 오픈하였습니다. 이전과는 달리, 책 이야기는 물론이고 강의나 연구소 이야기 등 <1인 지식기업가에 대한 모든 것>을 종합적으로 올리는 중입니다. 아직 못다 올린 글들이 있긴 하지만, 아무쪼록 짬 나시거나 궁금하실 때 한번씩 들려주세요^^ 그럼 어느새 피어난 봄 꽃 많이 보시는 편한 주말 되시고 다음 한 주도 아자 홧팅입니다! ^^

 

수희향 올림

[블로그] 앨리사의 북살롱: https://blog.naver.com/alysapark

[카페] 1인회사 연구소 www.Personalculture.co.kr

 

 

--- 변경연에서 알립니다 ---

 

1. [공지] 2019년 구본형 사부님 6주기 추모미사 & 추모제

삼월, 산수유 가지마다 꽃망울이 달리고, 목련도 겨울을 보냈던 털옷를 벗어냅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봄이 오고, 사월이 되면 봄의 한가운데를 지나게 되겠지요. 벚꽃과 함께 떠오르는 얼굴, 삶의 봄처럼 다가와 주셨던 그 분. 구본형 사부님의 6주기 추모미사와 추모제가 열립니다. 따뜻한 사람들과 함께 그리움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참석 가능하신 분들은 미리 댓글 남겨주시면 준비에 큰 도움이 됩니다:

http://www.bhgoo.com/2011/853712

 

2. [출간소식] 교양인은 무엇을 공부하는가』 연지원 저.

변화경영연구소 3기 연지원 연구원의 신간 『교양인은 무엇을 공부하는가』가 출간되었습니다. 이 책은 단편적 지식의 나열이나 지적 허영이 아닌 자유롭고 지혜로운 삶을 지향하는 이들이 본질적으로 추구해야 할 핵심 개념으로 교양교양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교양이라는 파랑새를 발견하는 행복한 여행을 위한 보물지도이자 안내서로 지혜를 사랑하고 현명한 삶을 살고자 하는 분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책이라고 하니 일독을 권해드립니다:

http://www.bhgoo.com/2011/853853

 

3. [팟캐스트] 찰스 핸디 <포트폴리오 인생> -1인기업가의 포트폴리오

이번 팟캐스트는 찰스 핸디의 <포트폴리오 인생>입니다. 찰스핸디가 사람들이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기를 원하는 마음이 사상가가 되길 바라셨던 구본형 선생님이 몸소 보여주셨던 모습들과 오버랩되는 것 같습니다. 포트폴리오 인생을 통해 찰스핸디가 인문학적 지식과 경영학을 접목하는 이야기를 계속 하는 의미가 무엇인지 1인 기업가에게 컨텐츠를 지속적으로 생산하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방송을 통해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http://www.podbbang.com/ch/15849?e=22902931

 

IP *.239.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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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16 12:53:47 *.102.129.254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그리고 겐자부로,,그리고 칙센트미하이 로 이어지는 글 잘 읽었습니다.

*사실 저는 이쪽으로 아는게 없어서 이름외우기도 쉽지 않아서 자꾸 위쪽으로 스크롤을 하게 되네요. 아직 공부가 많이 필요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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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26 10:05:01 *.227.93.180

아. 그러시군요.. 처음엔 누구나 다 그렇습니다. 저도 그랬고요^^::

근데 자꾸 접하다보면 참 재미있습니다. 함께 계속 읽어나가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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