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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희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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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 26일 10시 02분 등록

나만의 몰입 체험

융의 책을 읽으며 제 오랜 열망이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삶이었다는 것을 떠올린 저는 글쓰기 분야의 대가인 겐자부로를 통해 글쟁이가 되려면 우선 책 읽기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기본을 다시 한번 깨우쳤습니다. 그리고 그 때부터 저는 책 읽는 방식을 겐자부로 독서법으로 바꾸었습니다. ‘겐자부로 독서법이란 무작위로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어느 하나의 주제나 작가를 정해놓고 그 분야나 그 작가의 세계를 이해할 때까지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방식입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저의 책 읽기 방식은 책을 읽기는 읽되 독서를 통해 즐거움을 얻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세상에서 유행하는 정보에 뒤지지 않기 위해 이런저런 책들을 두서없이 읽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나 겐자부로를 만난 이후로 우선 기본기를 쌓기 위해 기초가 될만한 인문고전과 좋아하는 작가 몇 명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읽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저 또한 칙센트미하이가 말하는 몰입의 즐거움을 조금씩 체험하며 다시금 어린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었습니다.

 

흔히 우리는 플로우를 경험할 때 집중의 정도가 매우 높아서 다른 것을 생각할 여지도 없고 걱정도 사라진다. 또한 그 순간에는 자의식이 사라지고 시간이 흘러가는지도 인식하지 못한다. 플로우를 유발하는 활동은 너무나 만족스럽기 때문에, 스스로 그 활동을 계속하게 되는 것이다.”

 

실로 오랜만에 저 스스로 무언가에 몰입하는 경험을 하며 처음에는 미워했던 투박한 사내, 조르바가 떠오르며 슬며시 웃음이 나왔습니다.

 

나는 어제 일어난 일은 생각 안 합니다. 내일 일어날 일을 자문하지도 않아요. 내게 중요한 것은 오늘, 이 순간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나는 자신에게 묻지요. <조르바, 지금 이 순간에 자네 뭐 하는가?> <잠자고 있네> <그럼 잘 자게> <조르바, 지금 이 순간에 자네 뭐 하는가?> <일하고 있네> <잘해 보게> <조르바, 자네 지금 이 순간에 뭐 하는가?> <여자에게 키스하고 있네> <조르바, 잘해 보게. 키스할 동안 딴 일일랑 잊어버리게. 이 세상에는 아무것도 없네. 자네와 그 여자밖에는. 키스나 실컷 하게>”

 

그러고 보니 조르바야말로 몰입 체험의 끝판왕인 것 같습니다. 어쩌면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계속 몰입하다 보면 저 역시 조르바와 카잔차키스처럼 사회적 경계를 훌쩍 벗어나 진정한 자유를 누리게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마저 들었습니다.

 

스트레스 때문에 약해지는 사람도 있는 반면, 오히려 그것으로부터 힘을 얻는 사람도 있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기본적으로 그 해답은 간단하다. 희망이 없는 상황을 통제 가능한 새로운 플로우 활동으로 변화시킬 줄 아는 사람은 매사를 즐길 수 있으며, 고난을 겪음으로서 인해 더욱 강해질 수 있는 것이다. …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점은, 인생에서 플로우를 발견하는 법을 아는 사람은 절망적인 상황조차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글을 읽으며 미래를 향한 두려움이 현재를 움직이는 동력이라던 스승님의 말씀이 사실은 미래가 두려워 자신을 몰아친 것이 아님 또한 분명히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만난 책 속의 모든 스승들이 어떡해 자신의 길을 걷고 완성할 수 있었는지 마냥 힘들게만 보인 필살기 연마의 길이 더는 두렵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정작 신기했던 것은, 제가 책 읽기에 몰입하면서 저도 모르게 그 일이 단순히 글쟁이의 길로 들어서게 하는 것을 넘어 점차 저만의 책쓰기 분야를 확장시켜 주었다는 사실입니다. 저는 겐자부로의 방식대로 책을 읽은 지 4년차에 저의 첫 책을 출간하며 어릴 적 꿈이었던 글쟁이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첫 책 출간 이후부터는 책 읽는 분야를 인문고전 기초에서 벗어나 거시경제, 심리학, 신화와 문명사, 동양고전 등 분야별로 확장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저에 대해 또 하나 가능성을 발견하게 되었는데, 바로 제가 그 어떤 분야보다 융과 심리학에 끌리며 사람에게 무척이나 관심이 많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제가 책읽기를 통해 사람에게 끌린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은 저로서는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놀랍다는 표현을 쓸 수밖에 없는 이유가 그때까지 전 사람들과 함께하기 보다는 혼자 있는 것을 훨씬 선호하는 지극히 내향적인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정말이지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는 제 안의 또 다른 낯선 나가 깨어난 것이죠. 결국 책 읽기를 통해 중년의 초입에서 인생전환을 시도한 저는 융을 만나 어릴 적 꿈을 떠올리며 읽고, 쓰기를 시작하여 책을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지속한 책 읽기를 통해 제가 책 이외에 또 하나, ‘사람에게 무척이나 관심이 많고 끌린다는 사실을 깨닫고 결국 몇 년 뒤에는 유럽까지 날아가 나란죠 박사님께 정통 에니어그램을 공부하였습니다. 이 모든 일들이 한 권의 책 읽기에서 시작되어 저만의 골드문트적 삶이 일상에서 펼쳐지고 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제겐 경이로움입니다 (혹시 어린 시절을 회상해보아도 강하게 끌리는 일을 기억할 수 없는 분들의 경우, 기초가 되는 인문고전 책을 읽어보시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책으로 다양한 분야를 만나다 보면 저처럼 그 중에서 나도 몰랐는데 끌리는 분야를 만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책 읽기를 통해 책과 사람이 제 필살기의 단초임을 발견한 저는 계속해서 책을 읽고 글을 쓰며 더는 강요 받은 나르치스적 삶이 아니라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골드문트적 삶으로 서서히 인생 궤도를 수정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첫 책을 출간한 뒤 새로운 일을 통해 세상의 문을 살짝 두드려보았습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세상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일을 통해 만나는 세상 역시 여전히 경쟁이 심한 불공평한 사회 그대로였습니다. 이래서는 도저히 이 세상에서 제가 원하는데로 저만의 여행을 할 수 없을 것 같은 마음이 들던 즈음, 세상을 어찌 봐야 하는지를 가르쳐주는 분들을 만났습니다. 저만의 바다여행을 떠나기 전 마지막 준비였습니다.

 

이번 주는 다시금 마음편지를 보내게 되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습니다. 몸이 아프면 이것저것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는데, 그 중에서도 지금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 정말이지 감사한 일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는 시간인 것 같습니다. 게다가 전화로 안부를 물어와 주는 친구들과 변경연 선, 후배님들 그리고 애정 어린 톡으로 함께 걱정해준 1인회사 연구원들은 생각만해도 늘 든든합니다. 그런데 제가 조금 놀란 건 마음편지를 쓴 이후 가장 많은 분들로부터 메일을 받았다는 사실입니다. …………………………..짜 감..이었습니다^^:: 덕분에 큰 힘이 되었음을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진심으로 깊은 감사드립니다. 힘 받아서 하루가 다르게 회복 중이고 이번 주, 행복한 글쓰기를 하는 중입니다. 함께 걱정해주신 여러분 덕분입니다^^

 

날씨가 심한 변덕을 부리는 4월의 마지막 주가 흐르고 있습니다.

게다가 인터넷을 열면 이런저런 일들이 어지러이 돌아가는 날들입니다.

이럴 때 가장 좋은 길은, 내 중심을 잡고 묵묵히 걸어가는 길인 것 같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여러 날들 중 어느 하루도 외적 흔들림이 없을 수 있는 날은 없겠지만

그렇기에 더욱 인생은 묵묵히 꾸준함을 쌓아가는 날들 위에 꽃피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아무쪼록 편한 주말되시고, 다음 한 주도 우리들의 뿌리 깊은 묵묵한 날들을 위하여 아자 홧팅입니다! ^^

 

수희향 올림

[블로그] 앨리사의 북살롱: https://blog.naver.com/alysapark

[카페] 1인회사 연구소 www.Personalculture.co.kr

 

 

--- 변경연에서 알립니다 ---

1. [출간소식엄마가 시작하고 아이가 끝내는 엄마표 영어

변화경영연구소 10기 김정은 연구원이 세번째 책 <엄마가 시작하고 아이가 끝내는 엄마표 영어>를 출간하였습니다엄마가 공부하는 모습을 보이면 굳이 ‘하라 하라’하지 않아도 아이는 따라하게 되나 봅니다아이가 다섯 살이었을 때부터 중학생이 되기까지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가족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찾아낸 집에서 할 수 있는 영어공부법을 담아냈다고 합니다듣고읽고놀다 보면 영어가 되는 실현 가능한 영어교육법이 궁금하신 분들의 일독 권해드립니다:

http://www.bhgoo.com/2011/854744

 

2. [팟캐스트]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 기도가 되는 글쓰기

61번째 팟캐스트 에피소드 나탈리 골드버그의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입니다글쓰기 테크닉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들은 많지만 이 책은 ‘왜 글을 써야하는가’라는 글쓰기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 하는 책입니다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가 아닌 ‘살자’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저자 스스로 자신의 삶을 깊은 심연에서부터 끌어올려 썼다고 합니다보여주는 글쓰기와 자기를 위한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와 글의 힘이 어떤 의미인지 방송에서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http://www.podbbang.com/ch/15849?e=22981195

 

3. [모집] 엄마를 위한 자기회복 프로젝트

'나는 어떤 엄마가 될 것인가?', '엄마로 산다는 것은 내 정체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육아와 자기 생활사이의 균형은 어떻게 잡아야 할까?, ‘어떻게 진정한 나를 발견해 갈 수 있을까?’ 와 같은 주제를 함께 나누는 엄마를 위한 자기회복 프로젝트입니다. 4회차로 진행되며, 회차별 신청이 가능하니 지친 심신을 치유하고, 더 아름다운 사람으로 성장해가고자 하는 분들의 관심과 신청 바랍니다:

http://www.bhgoo.com/2011/854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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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29 07:19:45 *.144.57.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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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02 12:16:45 *.120.81.56

와. 겐자부로와 조르바 읽으셨군요!

담에 만나면 더욱 할 이야기가 많을 것 같습니다^^

엄지 척! 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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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27 08:49:42 *.102.1.166

두어달 쉬었다가 다시 공부를 시작합니다.

오에겐자부로의 독서법, 칙센트미하이의 몰입의 즐거움, 조르바,

나르치스적 삶에서 골드문트적 삶까지,,

읽고 공부할게 많습니다. 평일날 바빠서,,주말에라도 열공해야 하는데,,  ㅠ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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