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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 17일 15시 13분 등록


한동안 가을이 오면 와인 때문에 가슴이 뛰곤 했습니다. 11월 셋째 주 목요일이 돼야만 맛을 볼 수 있는 보졸레 누보(Beaujolais Nouveau)가 나오는 달이기 때문이었지요. 전날부터 밤을 새가며 줄을 설 정도는 아니었지만, 빨리 그날이 오기를 손 꼽아 기다리곤 했습니다. 보졸레 누보 외에도 가슴이 뛰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었는데요. 보졸레 누보가 출시되고 1주일 쯤 뒤에 열리는 밴드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와인 콘서트가 또 다른 설렘의 이유였습니다. 더위가 지나가자 마자 매일 티켓 사이트에 접속해 와인 콘서트 소식이 뜨기만을 기다렸지요. 혹시라도 놓칠세라 티케팅이 시작되자마자 표를 예매했습니다. 늦가을이 되면 한해가 가고 한 살을 더 먹는다는 생각에 우울하다가도, 곧 보졸레 누보와 와인 콘서트를 즐길 수 있다는 생각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저에게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들이었지요.

 

Le Beaujolais Nouveau est arrive!

보졸레누보.jpg

출처: https://www.winerist.com/magazine/wine/le-beaujolais-nouveau-est-arrive

 

보졸레 누보가 도착했어요!” 요즘은 좀 덜한 것 같은데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11월 셋째 주 목요일이 다가오면 와인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 사람까지도 들썩이게 했던 보졸레 누보가 출시됐음을 알리는 광고 문구입니다. 보졸레(Beaujolais)는 프랑스 부르고뉴 지역의 포도 생산지 이름이고, 누보(Nouveau)는 불어로 새롭다는 뜻입니다. 즉 보졸레에서 생산된 새로운 와인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잠깐. 와인은 묵혀서 숙성된 맛으로 먹는 술이 아니었나요? 보통 화이트 와인은 3~5, 레드 와인은 5년 이상의 숙성을 통해 깊어진 맛과 향을 즐기는 술입니다. 특히 값비싼 고급 와인은 오래 묵힐수록 맛과 향이 깊어집니다. 마치 오래 숙성시켜 푹 익은 맛으로 먹는 묵은지 처럼 말이지요. 하지만 금방 만들어서 산뜻한 맛으로 먹는 겉절이도 나름의 맛이 있지요. 이처럼 와인도 4~5주 정도로 짧게 숙성해서 가벼운 맛으로 먹을 수도 있습니다. 보졸레 누보가 숙성 기간이 짧은 이유는 이 와인을 만드는 포도, 바로 가메(gamay) 때문입니다. 가메는 피노 누아(pinot noir)나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등 다른 레드 와인용 포도와는 달리 보존력이 약해 금방 변하는 성질을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들 와인과는 만드는 방법부터 숙성, 보관 모두 다릅니다.

보졸레 누보는 9월에 포도를 수확하면서 시작됩니다. 포도송이 째로 커다란 발효통에 넣어 껍질과 씨, 가지까지 함께 1주일 정도 발효시켜 술로 만들고요. 이후 한달 정도 짧게 숙성시켜서 병에 담습니다. 숙성기간이 짧아 떫은 맛이 덜해 가볍고 산뜻한 맛을 즐길 수 있지요. 오랜 기간 숙성시키면 오히려 맛이 변하기 때문에 구입 후 빠른 시간 안에 다 마셔야 합니다. 그래서 보졸레 누보는 11월 셋째 목요일에 사서 크리스마스 전에 다 마셔야 하는 술이 되었습니다.

지금은 전세계 와인 애호가들을 설레게 하는 술이 되었지만 보졸레 누보가 처음부터 사랑을 받았던 건 아닙니다. 보졸레 누보는 맛이 빨리 변하는 특징 때문에 오래 두고 먹을 수 없는 싸구려 와인 취급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오래 보존할 수 없는 단점은 지금이 아니면 마실 수 없는술로 바뀌었습니다. 그야말로 코페르니쿠스적인 발상의 전환이었네요. 그 뿐이 아닙니다. 판매 날짜도 전세계적으로 11월 셋째 주 목요일로 정해서 그날까지 기다려야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와인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뉴질랜드부터 시작해서 아시아, 유럽을 거쳐 하와이까지. 마치 새로운 밀레니엄이 시작되던 때처럼 전세계적으로 진행되는 이벤트가 되었습니다.


마케팅의 끝판왕, 조르주 뒤뵈프

이렇게 되기까지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는데요. 특히 보졸레 누보의 아버지또는 황제라 불리는 조르주 뒤뵈프(Georges Duboeuf)의 노력이 컸습니다. 싸구려 와인을 전세계인이 설레며 기다리는 특별한 와인으로 만든 주인공이지요.

조르주 뒤뵈프.png

조르주 뒤뵈프(Georges Duboeuf)

출처: https://www.glengarrywines.co.nz/mobile/brands/georges%20duboeuf

 

조르주 뒤뵈프는 1933년 부르고뉴 지역의 뽀이이 푸이쎄(Pouilly Fuissé)라는 곳에서 태어났습니다. 작은 마을이었지만 부르고뉴 답게 와인 생산으로 유명한 지역이지요. 그의 가족도 조그만 샤도네이 포도밭을 갖고 있었습니다. 작고 영세한 가족 운영 포도원인지라 그는  여섯살 때 이미 포도를 으깨는 일을 도왔다고 합니다. 십대 후반에는 양조자들의 와인을 지역 식당에 배달하는 일을 했는데요. 이 때부터 본격적으로 와인 사업에 대한 꿈을 키웠습니다. 이후 양조자들에게 와인을 구입해서 병입하는 일을 했고, 네고시앙(négociant)*이 되면서 자신의 이름을 건 와인업체를 운영하게 되지요. 그는 보졸레 와왼을 주로 판매했는데요. 오래 보관이 안 된다 뿐, 품질이 좋은 보졸레 와인이 싸구려 취급을 받는 것이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많은 시도와 실패 끝에 마침내 발상의 전환을 통해 세계적 이벤트와 와인을 만들어 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의 기획과 마케팅이 훌륭했다고 해도 품질이 뒷받침되지 못 했더라면 지금의 세계적인 와인, 보졸레 누보는 없었을 겁니다. 재미삼아 한 번 마셔보고 그냥 잊어버리는 술이 되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보졸레 누보의 성공은 단점을 장점으로 바꾼 발상의 전환과 품질 좋은 와인을 만든 보졸레 양조업자들의 합작품이라 할 수 있겠네요.

조르주 뒤뵈프는 지금도 보졸레 지역에서 두 아들과 함께 보졸레 누보를 만들고 있습니다. 또한 하모 뒤뵈프(Hameau Duboeuf)라는 와인 박물관 겸 와인 테마파크를 운영하고 있지요. 그의 와이너리는 규모 뿐 아니라 뛰어난 품질 관리로도 보졸레 지역에서 최고의 명성을 얻고 있습니다. 본인의 이름을 딴 조르주 뒤뵈프 와이너리인데 명성에 흠집을 가는 일을 할 수는 없겠지요.

이제 2019년의 보졸레 누보를 맛볼 수 있는 날도 4일 밖에 남지 않았네요. 요즘은 편의점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지요. 이번주는 나흘 동안 설렘을 즐겨야겠습니다. ^^ 또 하나의 설렘, 와인콘서트 이야기는 다음주로 넘겨야 겠네요.

이번주도 건강하고 맛있는 한 주 보내세요~^^

 

 

* 네고시앙(négociant)

: 프랑스에서 모인 상인이나 중간 제조업자를 일컫는 말로 와인을 구입하여 숙성, Blending하여 판매하는 와인 제조업자를 말한다부르고뉴의 와인은 거의 이런 네고시앙이 양조한 와인이기 때문에 라벨에 도매상의 이름을 중시할 필요가 있다.

 

 

참고문헌

<잘 먹고 잘 사는 법 97, 와인> 김국, 김영사, 2007

<와인&커피 용어해설> 허용덕, 허경택, 백산출판사, 2009

Georges Duboeuf: https://en.wikipedia.org/wiki/Georges_Duboeuf

Hameau Duboeuf: https://www.hameauduvin.com/anglais/index-en.html

 

 

--- 변경연에서 알립니다 ---

 

 1. [공지] 2019 변경연 송년회에 초대합니다

Back to the Basic ‘읽고쓰는 생활로의 귀환'이란 부제를 단 2019 변경연 송년회를 12 7일 토요일 오후 5시부터 진행합니다 한 해 사업을 정리하고 내년 사업을 소개합니다정양수 선생님과 김정은 작가님의 강연도 있습니다. '무엇을 읽고어떻게 쓰시는지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변경연에 관심 있는 많은 분들의 참여를 기다립니다참석 댓글 달아 주시면 준비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http://www.bhgoo.com/2011/857522

 

2. [모집아티스트웨이 4차 쿠바여행 16 (2020.2.1-2.16) 참여 안내

아티스트웨이(대표연구원 4기 로이스쿠바 여행은 이번 이후 당분간 진행되지 않습니다쿠바를 맘에 품고 오래 기다린 당신이라면이 여행은 당신을 위한 여행입니다쿠바가 더 개방되기 전아티스트웨이와 함께 할 단 한 번의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잠자던 감성이 돌아오고 영혼의 춤이 되살아납니다‘쿠바이기에’ 더욱 그렇습니다쿠바 한 나라를 구석구석 깊이있게 경험할 수 있는 대한민국 유일무이한 프로그램입니다. 11 30일까지 등록하면 혜택이 있습니다자세한 건 여기:

https://cafe.naver.com/morningpage/7069

 



3. [모집‘좋은 책/좋은 생각/좋은 사람’이 함께 하는 <에코독서방> 10기 모집

1인 지식기업 <에코라이후배움&놀이터의 주인장이자 라이프 밸런스 컨설턴트인 차칸양이 진행하는 <에코독서방> 10기를 모집합니다생각을 하게 만들어 주는 독서를 통해 좋은 책을 읽으면 좋은 생각을 하게 되고더불어 좋은 생각을 나눔으로 좋은 친구를 만날 수 있습니다. <에코독서방>을 통해 독서습관도 들이고 좋은 사람과 함께 하며 인생을 더 풍요롭고 충만하게 하고 싶으신 분들의 참여 기다립니다신청은 11 30일까지 받습니다:

http://www.bhgoo.com/2011/8577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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