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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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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5월 27일 16시 53분 등록

마도.jpg



트램.jpg


이스탄불의 명동 이스티크랄 거리는 오늘도 북적입니다. 거리를 가득 메운 인파만으로도 장관인데, 사람들을 헤치고 트램이 나타납니다. 여기가 인도인지 차도인지 구분할 것도 없고 바쁠 것도 없이 트램은 유유하게 인파를 헤치고 나아갑니다. 딱 한 량짜리 트램이 너무 귀엽고 이국적이라 관광객들은 트램 앞에 서서 잔뜩 폼을 잡고 사진을 찍고, 저는 또 그 모습을 사진찍습니다. 여행 종료 D-1, 돌아가기 싫어 죽겠습니다.^^ 한국의 내 사는 동네가 낯설 것 같다 싶으면 말 다 했지요? 늘 자기존중감이 있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아닌 걸까요? 이토록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이 되고 싶어하니 말입니다. 복잡한 생각은 천천히 하기로 하고, 오늘은 그저 이스티크랄의 정취를 즐기려고 합니다.

 

내 집에 오는 손님을 신이 보내주신 선물이라 여긴다는 터키에는 후식이 발달했습니다. 사람을 환대하는 문화가 현현된 것 같아 저는 후식에 관심이 많은데요, 이름까지 ‘delight’라니 얼마나 좋은지요! 그런데 손이 많이 가서 그런가, 관광객용 가격이어서 그런가 이 후식의 값이 만만치가 않아요. 그래도 오늘은 특별한 날이니까 디저트 전문 프랜차이즈로 유명한 MADO에 들어갑니다. 진열대를 가득 메운 딜라이트가 그 자체로 문화상품입니다. 더구나 이 집은 척 봐도 역사가 오랜, 장인의 집다운 풍모가 느껴집니다. 제각기 다른 아이스크림 세 조각에 후식 한 가지를 멋지게 배치한 한 접시에 7천원 정도, 우리 물가와는 비슷하지만 터키의 다른 물가와 비교하면 제법 비싼 것입니다. 아이스크림을 나이프로 썰어 먹는 마음이 한없이 풀어집니다. 저는 왜 이렇게 안 해 본 일을 하는 데 열광하는 걸까요? 앞으로 이스탄불에 온다면 반드시 MADO에 들릴 것 같습니다. 그 이름도 찬란한 이스탄불에 익숙한 공간이 있다는 것이 뿌듯합니다. 이런 심정이 공간이 아니라 사람에게로 번져가면 더 좋겠지요.



뮤지션.jpg



티셔츠.jpg

 

아주 마음에 드는 뮤지션도 보았네요. 앉아서 타악기를 치는 덥석부리 남자나, 마이클잭슨을 닮은 기타리스트, 처음 보는 조붓한 현악기를 연주하는 장발의 남자, 소박하지만 야무져 보이는 여성 보컬 모두의 포스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서서 몇 곡을 들어보니 터키 특유의 음률이 반복되는 느낌은 있지만 목소리의 신선함이나 음악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지는 것이 인디뮤지션인 것 같습니다. 사람들의 호응도 좋고, 동전도 수북이 쌓이네요.

 

흥에 겨워 동영상을 찍고 동전도 던지며 한참을 서서 듣습니다. 문득 내가 음악적 재능이 있다면 거리공연으로 유럽여행을 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유럽에는 터키보다 거리공연이 훨씬 활성화되어 있지요. 작년 5월에 3개월간 동유럽을 훑으며 거리의 뮤지션을 숱하게 보았습니다. 저는 거리공연의 분위기를 무척이나 사랑했지만 당최 아는 노래가 없는 것이 서운해서, 단 한 번이라도 아는 노래를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싶다가 프랑크푸르트에서 그 소원을 풀었지요. 하루가 저물기 시작한 괴테광장 한 쪽에서 "백만 송이의 장미"가 들려오는 것이 아니겠어요! 게다가 어깨가 꾸부정하고 머리가 햐얀, 60대로 보이는 분이 커다란 캐리어를 옆에 놓고 색소폰을 연주하는 모습이 정말 멋있었습니다. 저는 기꺼이 동전과 박수로써 그 분을 응원했습니다.

 

 

만일 우리 사회 특유의 모노레일이 숨막히고, 이 길이 전부인가 막막한 분이 있다면 일단 세계여행을 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자금이 문제라면 <거리공연으로 유럽여행하기> 컨셉도 좋을 것입니다. 거리공연에 반드시 천부적인 재능이 필요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유럽 사람들의 상상력이 은근히 빈약해서 꼼짝 않고 동상처럼 서 있는 퍼포먼스를 많이 하는데, 시간을 두고 준비한다면 아무러면 그것만 못하겠습니까?^^

 

버스로 이동하며 터키의 끝없는 평원을 볼 때도 비슷한 생각을 했습니다. 여기뿐 아니라 유럽에는 농지도 아니고 초지도 아닌 채로 놀리고 있는 평지가 너무 많아서 아깝곤 했는데요, 이렇게 넓은 곳에서 조그맣게 자급자족할 수 있는 농원을 가꾸어 은퇴세대가 머무는 여행을 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터키에는 다수가 여름집을 갖고 있다고 하니 그 집을 빌려 임대업을 해도 좋겠구요. 이런 말을 하면 누군가는 니가 가라, 하와이할는지도 모르겠네요. 저역시 말만 하기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을 택하는 쪽이니 좀 더 열심히 살아야겠습니다. 그럼으로써 이렇게 살아도 된다는 것을 몸으로 보여주고 싶습니다. 안 그래도 좋은 여행을 더 좋게 하기, 여행의 문턱을 낮추기에 대한 실험을 계속해야겠습니다.

 

이래저래 첫 번째 글쓰기여행이 끝나갑니다. 서툰 부분이 없지 않았지만 배운 것이 있으니 성공입니다. 너무 아쉬워서 지극히 터키스러운 도안이 있는 티셔츠를 하나 샀습니다. 터번이며 히잡을 쓴 사람들로 가득한 디자인이 아주 마음에 들어요. 곧 돌아가서 뵈어요. 어쩐지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은 기분입니다. ^^

 

 



           http://cafe.naver.com/writingsutra/1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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