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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5월 30일 08시 29분 등록

수도원에 잠시 들렀습니다. 이곳에 거주하는 이들을 수도승이라고 칭합니다. 방문객인 나는 어떤 호칭으로 불릴까요.

이름이라는 것. 세상은 그에게 이 존재성으로써 바라보게 합니다. 공무원, 직장인, 정치인, 교사, 기술자 등. 그 명명된 타이틀에는 고유의 상징성과 직무, 책임감들이 부여됩니다. 자격을 통한 나아감. 그것이 각자의 삶의 길입니다.

 

정체성에 대한 관심이 많았었습니다. 나는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살아야하는가 등 해답이 보이지 않는 화두를 잡고 여러 날들을 헤맸습니다. 정체성의 사전적 의미는 변하지 아니하는 존재의 본질을 깨닫는 성질 또는 그 성질을 가진 독립적 존재라고 되어있습니다. 이는 현재 자신의 위치와 미션, 어디로 가야하고 지금 무엇을 해야 할지를 분명하고 명확히 안내해줍니다. 그렇기에 이런 부여받은 소임에 따라 사람들은 기도를, 공부를, 취직을, 각종 돈벌이들을 해나갑니다. 반면 정체성 부재인 경우에는 상황이 달라집니다. 혼돈. 암흑의 세계로 젖어들어 벽을 더듬기도 합니다. 여기가 어디지. 나가는 출구는 어디야. 발길질을 해대고 고함을 질러도봅니다. 이처럼 앞이 보이지 않을 때 <죽음의 수용소에서>의 저자 빅터 프랭클은 믿음의 상실인 아우슈비츠에서도 살아야 할 의미를 부여잡는 좋은 모델을 제시해줍니다.

 

가야할 혹은 해야 할 명제가 불확실할 때 우리는 스스로의 발걸음을 제대로 옮길 수 없습니다. 후퇴와 방황. 한치 앞도 가지 못한 터에 스스로의 자격지심과 백척간두의 서슬 퍼런 이 앞을 더욱 헤매게도 합니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 순간 간절함이라는 요소를 통해 문제에 매달리는 자신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스스로의 갈구함으로 발버둥을 치는, 살아야한다는 당위성을 쉴 새 없이 내뱉는 작용. 그러다 결국 길을 찾습니다. 입구가 열립니다.

 

수도승은 그가 머무르고 있는 곳이 수도원이기에 그의 소명을 좀 더 확고히 나아갈 수 있습니다. 공동체 생활. 종이 울리고 기도시간과 미사가 그대를 초대합니다. 그로인해 분심의 마음을 되잡고 반복되는 일과로써 보다 공고히 정진에 집중합니다. 만약 그의 속함이 외부세계에 있다면 어떨까요. 환경이란 요소는 삶의 길 좋은 길잡이 역할의 부분입니다.

 

오월 어느 날. 현재 시간 새벽 다섯 시경. 택시안 풍경.

“이른 시간인데도 차량이 제법 되네요.”

“네. 그렇죠. 요사인 일찍 출근하는 분들도 많아요.”

기사는 말을 덧붙입니다.

“신기하죠. 똑같은 시간임에도 여름과 겨울이 이처럼 다르니.”

“어떻게요?”

“겨울에는 늦게까지 술을 드시는 분들이 많아요. 아무래도 밤이 기니까 그렇겠죠. 덕분에 매상도 오릅니다. 반면 여름철에는 날이 일찍 밝아오기에 사람들 활동도 일러지고 행동패턴도 달라집니다. 신기하죠. 동일한 시간대임에도 받아들이는 방식이 이처럼 다르니.”

그러네요. 그래서 환경이 중요하다고 이야기를 하나봅니다.

 

학생은 학생답게 아버지는 아버지답게 선생으로써, 아내로써 주어진 길을 잘 걸어갈 때 세상은 더불어 풍요로워집니다. 나는 어떤 발걸음을 하고 있을까요. 허투루 놀리고 있지는 않는지요. 수도원 이른 새벽 까닭모를 하루를 어떻게 일으킬까 번뇌를 부여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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