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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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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6월 1일 12시 12분 등록

 

 

[짧은 소설] 세탁소에 여인이 들어왔다. 하얀색 이불을 테이블에 무성의하게 올려두면서 세탁소 주인에게 말했다. “잠깐만요, 금방 하나 더 가져올게요.” 잠시 후 여인은 커다란 검은색 천을 한 손에 들고 돌아왔다. 세탁소 주인이 받더니 천이네요?” 라고 물었다. “, 여기 어디 한쪽에 브랜드가 있는데하면서 여인은 족히 5m가 넘는 천을 이리저리 펼쳤다. “Westcock"라고 크게 쓰인 문구가 드러났다. “(브랜드를 가리키며) 페인트로 찍은 건지 잘 모르겠는데, 이거 손상 될까요? 그러면 안 되는데.” 주인은 브랜드를 손으로 만지더니, 문제 될 것 같다며 집에서 솔로 지저분한 부분만 살살 문지르는 게 낫겠는데요라고 말했다. “싫어요, 회사 거란 말예요.” 그렇잖아도 부드러운 주인의 말투인데 그 부드러움이 더욱 도드라질 정도로, 여인의 말은 당돌했다. “그냥 제것만 살살 돌려주시면 안 돼요?” “저희가 하나만 돌리는 게 아니거든요.” 라고 말하던 주인은 천 군데군데 박힌 스테플러를 가리키며 덧붙였다. “이것도 다 떼야 하고요.” 여인은 가벼운 투로 그거 안 떼도 괜찮아요.”라고 했다. “다른 세탁물들이 상할지 몰라서 드린 말씀입니다. 어쨌든, 한 번 해 보지요. 그럼 이불만 먼저 계산하시고, 천은 세탁부터 하고 나서 후불로 하겠습니다.” 여인은 회사 천을 세탁하는 비용에 슬그머니 개인 이불 세탁을 함께 처리할 계획이라, “아뇨. 같이 계산해 주세요. 영수증 하나로 끊어주시고요.” 라고 말했다. 사장은 머뭇거렸다. “아직 어찌 처리해야 할지 모르겠지만여인이 말을 끊었다. “일단 선지불하고 나중에 남는 비용은 제 포인트로 되돌려주셔도 되고요.” 여인의 빠른 머리회전에 사장이 알겠습니다하고 받아주었다. 그녀 뒤에서 차례를 기다리던 20대 여인 지연은 당돌한 이기주의가 구현되는 이 과정을 목격하고 있었다. 조금 긴 시간을 기다렸지만 저런 무례한 사람이 있다니!’ 하는 놀라움에 자신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었다. 지연은 무례함이 회사를 향한 것인지 세탁소 주인이나 자신을 향한 것인지 헷갈렸다. 6개월 후, 지연은 회사에서 나오는 식비를 조금 부풀려 청구했다. 세탁소에서 보았던 장면을 미워했는데도 어느새 닮아갔다.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행동 하나가, 이름도 모르고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한 여인으로부터 지연에게 계승되었다. ()

 

 

 

[사족]

 

1) 우리는 듣는 것과 보는 것으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어느 정도 초연할 순 있지만 완벽하게 고고할 순 없다. 의식적으로 거부해도, 체험은 무의식 속에 인식의 잔상을 남기기 때문이다. 우리는 종종 무언가를 미워하면서도 닮아간다. 놀라우면서 조금 무서운 사실이다.

 

2) 선한 행위 또한 계승된다. 신체가 아름다운 사람은 감탄을 자아내게 하지만, 영혼이 아름다운 사람은 세상을 이롭게 한다. 선한 행위들이 곧바로 곁의 사람들에게 전파되지 않더라도 그러한 행위들은 가치가 크다. 적어도 새로운 악덕이 전파되는 것을 억제하니까.

 

3) 파급력의 관점에서 보자면, 아름다운 마음이나 아름다운 영혼보다 아름다운 행위가 더 고귀하다. 기실 아름다운 마음이나 아름다운 영혼은 없다. 인간은 이기적 본성을 지닌 존재이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행위가 출몰할 때, 우리는 그것을 확대해석하여 아름다운 영혼의 소실이라 부른다. 자기 마음이 아름답지 못하다고 실망하거나 선한 행위를 포기하는 것은 어리석다. 선한 행위야말로 강하고 아름다운 것이다.

 

4) 일일일선(一日一善)을 행하자. 그러한 노력이 가식처럼 느껴진다면 당신은 사탄의 잔꾀에 속아 선행의 기회를 놓치는 것이다. 사탄은 마음 깊은 곳까지의 선함을 진정성이라고 유혹하지만, 실상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선한 의지를 발휘하려는 노력이다. 사용되지 않는 근육은 퇴행한다. 선한 의지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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