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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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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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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4월 23일 23시 44분 등록

 

 

먼저 참된 나를 찾는 과정, 그것이 공부의 참된 목적 중 하나이다. 참된 나로 세상의 한 자리에서 꽃으로 피어나 또한 누군가를 일으켜 세우는 과정이 참된 공부의 또 다른 여정이라는 내 강의에 해남의 그 여고생은 물었습니다.

선생님, 저는 언제부터인가 선생님 말씀하신 것처럼 수시로 이게 나 맞을까?’ 라는 질문을 던져왔어요. 일기를 쓰는 일로 주로 해왔지요. 반성과 성찰이 그때마다 참 좋더라고요. 그런데 종종 회의감이 들어요. 예컨대 고등학생이 된 지금 생각해 보면 중 2때 찾아낸 참된 나라는 모습이 진짜 참된 나였나 하는 생각이 드는 거죠. 생각해 보면 앞으로도 이런 회의가 반복될 텐데, 그렇다면 진짜 나는 누구인가요?”

 

나는 미소를 머금고 대답 같은 질문, 질문 같은 대답을 소녀에게 건넸습니다. “여기 하늘을 나는 나비가 있다. 그는 한 때 알이었고 애벌레였으며 또 번데기였다. 알은 애벌레의 세계를 알지 못한다. 하지만 애벌레는 알의 세계를 지나왔다. 나비는 알과 애벌레, 혹은 번데기의 과정도 모두 건너왔다. 나비로 하늘을 난다고 해서 알의 모습이 그의 참된 모습이 아니었겠느냐?” 부연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소녀는 내 대답의 초반에 이미 크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습니다. 참으로 영민한 소녀였습니다.

 

나는 말을 이었습니다. “관련하여 궁금함이 일어설 질문이 하나 더 있을 텐데, 네가 묻지 않았으므로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내 답을 들려주지 않을 것이다. 다만 일생 이 질문을 놓치지 않기 바란다. 알은 애벌레가 되고 번데기가 되었다가 나비가 되어 제 삶을 살고 또한 꽃들을 일으켜 세운다. 그렇게 일생을 저로서 살고 또 누군가를 돕는 삶을 살 것이다. 그런데 나비는 마침내 무엇이 될까? 나비는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 것일까?” 나는 나도 그 답을 알지 못하는 질문을 소녀에게 남겨주고 늦은 밤 해남을 떠나왔습니다.

 

 

열흘 쯤 뒤 다시 해남을 찾았고 이번에는 도서관에서 다시 세 시간 가까운 시간을 나누었습니다. 그곳 공공도서관과 그 공간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전국 최초로 인터넷방송을 시작했습니다. ‘팟빵옴마! 도서관이 말을 해야!’라고 검색하면 그 풋풋하고 재미있고 알찬 방송을 들을 수 있습니다. 다양한 인물들을 초대하거나 찾아가서 진행하는 방송은 순전히 자발성에 입각한 방송입니다. 유명한 스님도 나오시고, 더 유명한 만화가 선생님도 나오시고, 시인의 수다도 들을 수 있습니다. 강의를 마치고 늦은 밤, 나는 그 방송을 이끄는 몇 분과 함께 한 암자로 향했습니다. 우리는 새벽까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 암자를 지키는 스님은 정작 부재중이었습니다. 스님은 어지러운 세상으로 내려가 아프고 버거운 사람들을 위로하고 계시다 했습니다. 공공도서관에서 적은 예산에다 해남이라고 하는 먼 곳 까지, 외부 강사를 초대하기 그 여건이 어려울 테니 언제든 당신이 기거하는 암자에서 하룻밤 묵어갈 수 있다는 것을 보너스로 내걸어 좋은 강사들을 초대하라고 마음과 공간을 내주셨다는 겁니다. 덕분에 나는 초의선사께서 기거하시던 그 멋진 장소에서 홀로 잠을 잘 수 있었습니다. 새벽의 소리와 향기와 풍경이 얼마나 아름답던지, 그 감동의 잔향이 여태 남아 있습니다.

다음날 다시 도서관장님과 도서관 일당을 만나 아침도 얻어먹고 점심까지 얻어먹었습니다. 나는 고등학생부터 지역주민, 스님, 도서관 관계자, 청중 등 해남에서 받은 수많은 감동이 벅차 이렇게 소감을 남겨드렸습니다. ‘해남 사람들은 참 이상한 분들이에요. 사막 같은 세상에 전혀 다른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는 아주 이상한 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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