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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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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5월 2일 01시 51분 등록

써나가던 글이 막히다보면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머릿속 반짝이는 푸드덕 날갯짓이 그대로 활자화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많은 상념들. 이리저리 떠돌아다닙니다. 나는 그것을 오늘도 주워 담기에 바쁩니다. 흘려버리는 혹은 금세 잊어버리는 것들. 채득한 것들을 노트에 적어 나가보지만 답답한 마음이 일어납니다. 생각의 가짓수만큼 제대로 표현되지 못하기에 그렇습니다.

쓴다는 행위는 무엇을 말함 일지요. 뱃속 오물의 재채기일까요. 아니면 소심한 심정의 세상에 대한 러브레터일까요. 짝사랑만이 아니길 바랍니다.

 

또박또박 적어 나가려 애를 씁니다. 연필의 심을 통해 흘러나오는 까만색 조각들. 조금씩 모양새를 갖춰냅니다. 소소한 일상, 사건, 역사, 인용, 사례 등. 한자 한자가 모여서 단어가 되고 이는 문장의 형태로 드러납니다.

애쓴 만큼 전달이 되지 않을 때면 쓰인 글을 지우개로 지우며 수정을 합니다. 몇 번을 보아야할까요. 한참을 그러다보면 금세 토끼눈을 닮아갑니다.

장문의 글은 연결된 단락이 중요합니다. 전후 연계가 되지 않으면 홀로 빛나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사람간의 관계성과 유사합니다. 개인의 특질과 개성이 조화 속에 어울려야 하듯이 글은 삶의 단면을 나타냅니다.

꼬리를 문 세월. 어느새 그려진 인생의 그림자. 아쉬운 마음이 솟습니다. 글은 뒤돌아서 잘못됨을 수정할 수 있지만 인생의 돌아봄은 때늦은 후회를 불러일으키기에 그렇습니다.

‘왜 그런 말을 했었지. 왜 그랬을까요. 그때 그렇게 살았더라면 …….’

영화 <박하사탕>에서 배우 설경구의 대사가 멋있다한들 다시 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더디더라도 느리게 적어나가야 합니다. 빠르거나 허튼 발걸음은 알아보지 못하게 하거나 조급함에 실수를 하게 만듭니다. 고요속의 글은 보는 이의 마음을 울리게 하지만 재촉은 읽는 이마저 호흡을 가쁘게 합니다.

비어져있는 종이. 무딘 칼로써 글을 새겨나가는 것은 고통입니다. 생각이 나지 않거나 연결이 안 될 때면 되씹고, 그럼에도 좋은 글귀가 감감 무소식일 때면 재능에 대한 한탄이 쌓입니다. 어떡해야하나. 시간 낭비라는 자괴감도 듭니다. 이리도 좋은 봄날에 무어 그리 큰 작품을 남기겠다고 머리 쥐어뜯는 자신이 한심해 보입니다. 늘지 않는 글 솜씨.

그럼에도 한 땀 한 땀 꿰어나갑니다. 막막하고 주저앉고 싶지만 멈출 수 없듯이 발자국이 동행을 함께합니다. 걷는 이 길이 바라던 그곳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행보를 쉬지 않고 계속하고 있다는, 현실에 주저앉지 않겠다는 결심이자 의지입니다. 그것이 오늘도 생명이 얼마 남지 않은 몽당연필 한 자루를 통해 고백의 채움을 써나가게 하는 까닭입니다.

 

걸음은 향합니다. 노년에 나의 궤적이 누군가의 꽃이 될 수 있듯이 글도 그러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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