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오늘의

마음을

마음을

  • 알로하
  • 조회 수 1538
  • 댓글 수 2
  • 추천 수 0
2021년 1월 17일 08시 53분 등록


당연히 사람인데 어지럽죠. 어지러워도 참고 도는 거에요."

- 김연아


초심으로 돌아가 처음부터 다시 배우는 과정은 지루했지만 뜻 밖의 재미도 있었습니다. 마야(Maya)라는 동작을 할 때 였습니다. 마야는 골반을 옆으로 최대한 빼서 위에서 아래로 다시 안 쪽으로 원을 그리듯이 만드는 동작입니다. 양쪽을 번갈아 가면서 하는데 마치 옆으로 세운 ‘8(∞)자를 그리듯이 움직이는 것이죠. 저에게 마야는 그리 어려운 동작이 아니었습니다. 초급반 학생들이 저를 보며 잘 한다고 감탄했던 동작 중에 하나가 마야였습니다. 마야는 어렵지만 벨리댄스의 독특한 특징을 잘 보여주는 동작이기 때문에 어느 안무든지 반드시 들어가는 동작이기 때문입니다. 이 동작을 잘했기에 부러워했던 것인데요. 제가 잘하는 것처럼 보였던 건 골만이 아니라 발을 이용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골반 근육을 이용해서 위로 올렸던 것이 아니라 발꿈치를 이용해서 골반을 들어 올리고 내렸던 것이지요. 무대 위에서는 큰 동작을 보여주기 위해 발꿈치를 사용해야 하지만 골반 근육을 쓰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저는 선행 작업 없이 꼼수만 쓰고 있던 거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취미가 아닌 지도자가 되기 위한 과정에서는 당연히 고쳐야하는 나쁜 습관이었습니다.


나쁜 습관을 고치기 위해 아예 발꿈치를 바닥에 붙이고 연습을 했습니다. 골반 근육만 이용하려다 보니 동작이 작아서 답답했습니다. 거울 속의 제 모습은 무슨 동작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을 정도였지요. 그저 근육이 자극되고 정확한 부위가 아프다는 느낌을 통해서 제대로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을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연습을 계속하다 보니 점점 동작이 커지면서 제대로 구사할 수 있게 되었는데요. 문제는 몸이 아픈 거 였습니다. 몇 년 전 첫 수업 후에 온 몸이 아팠던 것처럼, 아니 그것보다 더 심하게 골반과 허벅지가 아팠습니다. 선생님은 근육을 정확하게 사용하기 때문에 그런 거라며 좋은 현상이라고 하더군요. 아프지 않으면 제대로 하는게 아니라면서 말이지요. 익숙해지면 괜찮아질 거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몇 날 몇 주가 지나도 골반을 사용하는 동작을 할 때면 또 아팠습니다. 익숙해질 거라더니 어떻게 된 걸까요? 뭔가 문제가 있는 것 같아서 다시 한번 물어봤습니다.


마야를 제대로 할 수 있게 된 것 같은데 여전히 골반을 옆으로 움직일 때 아파요. 제가 뭔가 잘못하고 있는 건가요?”

아니요. 제대로 잘 하고 계신 거예요. 저도 지금도 마야를 할 때면 골반이 아픈 걸요.”

선생님도 아프다고요? 익숙해지면 안 아픈 거 아니었어요?”

당연히 아프지요. 다만 참고 안 아픈 척 하는 거죠.”


익숙해진다는 것 아프지 않게 된다는 것이 아니라 아픔에 익숙해 진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이었지요. 10여 년 전 피겨 스케이팅 김연아 선수도 그렇게 말했습니다.


당연히 사람인데 어지럽죠. 어지러워도 참고 도는 거에요."


TV 쇼에서 스핀을 그렇게 많이 하면 어지럽지 않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대한 답이었지요. 김연아 선수가 아름답게 스핀을 하는 모습은 너무도 편안하고 우아해 보여서 인간의 모습이 아닌 것 같았습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이 그 진행자처럼 프로 선수들은 어지럽지 않을 거라 여겼는데요.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그들도 사람인지라 어지럽다고 했습니다. 다만 연습으로 극복하고 참는 것 뿐이지요. 그 즈음 그녀가 스핀을 하는 모습을 정지화면으로 캡쳐한 이미지가 인터넷에서 돌아다녔습니다. 이를 악물고 얼굴이 빨개진우리가 알고 있던 그녀의 우아한 얼굴과는 다른 모습이 담긴 이미지였습니다. 평소와 다른 모습 때문에 웃기는 사진으로 악용되기도 했지만 그녀의 인간다운, 그리고 프로페셔널한 모습이 잘 담긴 사진이었지요. 그처럼 세계적인 선수도 어지럽다는데, 선생님도 매번 아프다는데, 제가 아픈 건 너무도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아니 아프기 시작했다는 것으로 저도 이제 프로가 될 수 있는 싹이 보였다고 할까요. ^^


이번주도 건강하고 행복한 한 주 보내세요. ^^


 


IP *.226.157.137

프로필 이미지
2021.01.18 08:09:08 *.134.131.135

저도 아직도 힘들고 지겨운 기본적인 훈련을 하지요 ^^ 40년이 넘었는데... - 이제 46년이네요... ㅎㅎ - 

똑 같은 질문을 받습니다. "아직도 그런 걸 하세요 ! 몇 백만 번 했을텐데요...!"

저의 대답이 이렇죠 ^^ 

" 칼을 놓기 전에는 멈춰서는 안되는 것이지, 

그게 싫다면 칼을 놓아야되지, 왜냐고, 누군가 내 목을 베어갈테니까 말야 "

 정확한 것도 중요하지만 계속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거든요 ^^ 

프로필 이미지
2021.01.24 09:39:38 *.226.157.137

46년 동안 매일 연습이시라니...

저는 범접하기 힘든 경지인 듯 합니다.


늘 훌륭한 인사이트에 감사합니다. ^^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136 [월요편지 122] 아내와 유튜브를 시작한 이유 [6] 습관의 완성 2022.09.18 685
4135 [라이프충전소] 인생의 방향을 다시 설정하고 싶다면 [2] 김글리 2022.09.17 601
4134 케미가 맞는다는 것 [1] 어니언 2022.09.15 476
4133 [수요편지] 명경지수 [1] 불씨 2022.09.13 590
4132 화요편지 - 이토록 은밀하고 스펙타클한 [1] 종종 2022.09.13 562
4131 [변화경영연구소] 추석의 바이브 [1] 어니언 2022.09.08 507
4130 [수요편지] 가을, 그리고 마흔, 나를 사랑할 적기 [1] 불씨 2022.09.06 560
4129 화요편지 #따로또같이 프로젝트 - 가을단상, 일과 나, 그리고 우리 [1] 종종 2022.09.06 540
4128 [라이프충전소] 꿀잠 프로젝트를 가동합니다 [4] 김글리 2022.09.02 586
4127 질문의 힘 [1] 어니언 2022.09.01 513
4126 [수요편지] 수오훈 [1] 불씨 2022.08.30 605
4125 [월요편지 121] 탈모지만 괜찮아 [2] 습관의 완성 2022.08.28 625
4124 [라이프충전소] 어떻게 이 순간을 잡을 건가요? [4] 김글리 2022.08.26 617
4123 하찮지만 하고 싶으니까 [2] 어니언 2022.08.25 554
4122 [수요편지] 대체 뭐가 문제야 [1] 불씨 2022.08.24 640
4121 화요편지 - 음식은 힘이 셉니다 [3] 종종 2022.08.23 665
4120 [월요편지 120] 임원이 되고 싶었던 나의 꿈을 짓밟은 사람들 [1] 습관의 완성 2022.08.21 776
4119 [수요편지] 사막이 아름다운 이유 [1] 불씨 2022.08.16 735
4118 화요편지 - 회의를 좋아합니다만 [1] 종종 2022.08.16 601
4117 [라이프충전소] 생각으로 힘들어 질 때 기억할 한가지 [1] 김글리 2022.08.13 4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