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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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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월 21일 08시 06분 등록

요즘 제 기분이 오락가락합니다. 홀가분했다가 침울해지고, 다시 기운을 차렸다가도 이제 변해버린 것들을 생각하며 씁쓸한 기분이 듭니다. 제가 10년 가까이 일해왔던 회사가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바뀔지는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았지만, 최소한 이전처럼 일하기는 어려울 것처럼 보이네요. 정들었던 동료들과도 뿔뿔이 흩어지게 될 거라 생각하니 많은 상념들이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옵니다.


이런 날에는 앤 셜리를 만나고 싶습니다. 아니, 저 자신을 위해 그녀를 만날 필요가 있습니다. 그녀가 가장 믿고 의지하던 매슈의 죽음이라는 고통을 딛고, 학생에서 선생님으로 부임하는 등 변화의 시기에 섰을 때 앤이 가졌던 마음가짐이 나를 진정시키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제가 어렸을 때는 앤의 엉뚱하고 종잡을 수 없는 개성을 좋게 보지 않았습니다. 그녀의 상상력이 현실감각이 떨어진다는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아름다운 세계를 바라보아도 내가 살고 있는 현실이 그렇지 않으니 그녀의 상상력을 신뢰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저 또한 현실감각이 약한 사람이라 이런 부분이 더 의심스러웠던 것 같아요. 그러나 현실이 내가 생각했던 대로 풀리지 않을 때, 특히 내가 소중히 했던 것과 헤어져야 할 때, 그녀의 상상력은 빛을 발합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런 상상을 해내는 것보다자신의 마음에 깃든 상상을 믿는 것이 앤 셜리의 가장 큰 강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유년기부터 오랫동안 어려운 시간을 보내며 앤이 터득한 믿음이 그녀의 기행(?)으로 가득한 학창 시절보다 더 중요한 핵심이구나 하는 깨달음이 들었습니다. 제가 어린이였을 때 TV 애니메이션으로 만났던 빨강 머리 앤은 앤의 에피소드 중심으로 꾸려져 있어서 이런 부분까지 파악하기는 어려웠지만, 서른 살이 넘어 책으로 읽었던 그린 게이블즈의 앤은 이전에는 알 수 없었던 부분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런 부분에서 오랜 시간 사랑받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


"이제 전 길모퉁이에 이르렀어요. 그 모퉁이에 뭐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가장 좋은 것이 있다고 믿을 거예요. 길모퉁이는 그 나름대로 매력이 있어요, 아주머니. 모퉁이를 돌면 무엇이 나올까 궁금하거든요. 어떤 초록빛 영광과 다채로운 빛과 어둠이 펼쳐질지, 어떤 새로운 풍경이 있을지, 어떤 낯선 아름다움과 맞닥뜨릴지, 저 멀리 어떤 굽이 길과 언덕과 계곡이 펼쳐질지 말이에요."


유발 하라리는 '존재하지 않는 것을 상상해낼 수 있고, 그게 실재(實在) 하는 것처럼 믿는 힘이 호모 사피엔스의 능력 중 하나'라고 말합니다. 그는 보험, 신용대출 등 문명 내에 제도화된 부분을 그 예로 들었지만 저는 여기서 한 번 더 개념을 확장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 자신의 미래, 나에게 닥친 변화에 대해서도 두려움의 목소리보다는 새로이 만나게 될 기대의 목소리를 좀 더 귀 기울여 들어보는 것입니다. 미래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 것이지만, 삶의 모퉁이를 돌아나갔을 때 거기서 만나게 될 새로운 풍경 속에는 분명 내가 좋아하는 부분이 있을 거라고 믿어보는 것이지요.

 

어디에 있든 무슨 일을 하든 하루를 잘 들여다보면 자신이 좋다고 생각했던 것, 마음을 주는 부분이 존재합니다. 이것은 어떤 현실 앞에서라도 인간이 가질 수 있는 힘입니다. 저는 제 오랜 벗, 앤 셜리를 생각해 보며 제 자신에게 이 글을 보냅니다. 한결 마음이 편해지는 것 같습니다. 이 편지를 읽고 계신 분 중에도 저와 비슷한 상황이신 분이 계시다면,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IP *.187.144.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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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22 06:37:28 *.134.131.135

그래서 앞 번의 글도 무거운 글이였군요. ...

많이 힘드시겠군요 ! 10년 씩이나 일하셨던 곳이니... 


"믿음은 바라는 것의 실상이요 보이지 않는 것의 증거다 "(히브리서 11 장 1~3)

믿음은 본능이 아니죠, 그렇다고 저절로 주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믿음은 인간이 노력과 의지를 통해 창조적이고 통합적으로 이룩할 수 있는 최고의 정신적인 산물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선생님 ! 저희가 할 수 있을까요 없을까요 !"  선수가 고심 끝에 심각하게 질문합니다. 

저는 묻자마자 바로 대답합니다. 

" 할 수 있어! " 

나의 반응에 선수가 망설이다 심각하게 되묻습니다. 

"선생님은 어떻게 그렇게 간단하게..."

" 훈련에 집중해 ! 미래에 일어날 일은 아무도 몰라, 하나님 빼고... 그러니 알 수 없는 일에 생각과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할 수 있는 일에 충실해" 

" 그래도 선생님 ! 제 생각은... " 

" 어~허~ !   밥먹을 때 밥먹고 잠잘 때 잠자는 거라니까 그러네, 오늘 할 수 있는 훈련이나 열심히 하라고 ~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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