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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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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월 26일 13시 02분 등록

<아이를 기다리는 시간>,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과 사랑을 나누는 일이 이 되지 않아도 계속 할 수 밖에 없는 활동이라면 밥은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그러니까 2016년 이후의 시간들은 바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시간들이었다. ‘현실만으로 이루어진 삶과 사랑만 좆으며 사는 삶 모두를 너무나 뼈져리게 체험했기에 더 절실했을 것이다.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한 과정은 다음과 같았다.

 

먼저 을 끝까지 파보기로 했다. 도대체 이란 것이 무엇이길래 내 삶을 이리도 철저히 휘두르고 있는지를 살피기 시작했다. 책을 통해 돈의 역사, 구조, 원리를 공부하는 동시에 현재 자산상태, 수입과 지출현황, 원하는 삶을 위해 필요한 돈의 크기, 필요한 돈을 조달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 등 내 삶의 구체적 현장에서 실제로 작용하고 있는 돈을 또박또박 점검하고 실행해 나갔다.

 

그 과정을 통해 새로 알게 된 가장 충격적인 진실은 내게 은 단순히 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침착하게 숨을 고르고 살펴보니 아무리 보수적으로 계산해 봐도 혹시나 이러다 정말로 굶어죽게 되는 것은 아닐까, 아이들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뒷바라지도 할 수 없는 것 아닐까하는 최소한의 생존을 걱정해야할 단계는 이미 넘어서 있었다. 나를 괴롭히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구현될 가능성이 한도 끝도 없이 희박하다는 것이 그리 맹신하던 숫자로 명백히 확인이 되는데도 이상하게도 불안의 먹구름은 쉬이 가시지를 않았다.

 

학교를 졸업한 이후 은 나의 가치를 입증해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었다. 머리로야 돈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이없는지 모를 리 없었지만, 존재가 아닌 성과로 가치를 재단 받아온 오랜 세월의 관성을 넘어서는 것은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었던 거다. 그렇다면 돈을 얼마나 벌어야 나의 가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있을까? 아니 나는 정말로 돈 때문에 충분히 존중받지 못하는 걸까? 여전히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지만 돈은 더이상 답을 주지 않았다.

 

이번에는 한동안 밀쳐두었던 사랑에게서 답을 구해보기로 했다. 작정을 하고 가장 해보고 싶었던 사랑에 도전하기로 한 것이었다. 무슨 조화인지 때마침 내가 스승에게 받은 바로 그 사랑을 세상에 되돌려 줄 기회가 주어졌다. 스승이 돌아가신 이후에도 선배들의 공헌으로 유지되던 연구원 과정을 이끄는 것이었다.

 

스승의 역할을 할 자신은 없었다. 당시의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스승과 함께 걸었던 그 길의 지도(커리큘럼)를 다시 정비하고, 스승을 대신해 자기혁명의 각 단계를 안내해줄 선배님들을 모시는 것 뿐이었다. 솔직히 12기 연구원 과정은 다른 누구보다 나 자신에게 가장 절실한 과정이었다. 마지막으로 내게 과연 사랑을 주는 사람으로 살 수 있는 재능이 있는지를 가늠해보고 싶었다인솔자이자 여행자로서 두 가지 역할에 모두 후회없는 최선을 다하고 싶어 요가를 뺀 다른 모든 활동을 정리하고 연구원 과정에 몰입했다. 있는 힘을 다해보고 아니라면 미련없이 포기할 작정이었다.  

 

결론적으로 그 1년 덕분에 어제보다 더 아름다운 자신을 찾아가는 자기혁명의 길이 내가 남은 삶을 보내고 싶은 현장임을 더 이상 의심하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 빛이 보이지 않던 어둠 속에서 조금씩 자신의 빛을 발견해가는 순간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 그 숭고한 과정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다. 이 현장이 내게 그리 소중하다는 것을 알고 나자 기대했던 충만함은커녕 가슴 속에 뚫린 구멍이 점점 커져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안도감에도 불구하고 나를 괴롭히는 본질적인 결핍감이 좀처럼 해소되지가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앓고서야 나를 힘들게 한 것은 돈도, 사랑도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정반대 방향이라고 믿었던 의 길과 사랑의 길이 실은 타인의 평가로 자신의 가치를 재단하려는 자들이 함께 빠져있는 늪이었음을 깨닫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그 늪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더 많은 돈과 사랑을 얻으려고 있는 힘을 다해 노력하면 할수록 몸은 그 늪 속으로 더 깊이 빨려들어 갈 뿐임을 온 몸으로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


IP *.140.208.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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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27 19:13:09 *.52.45.248

? ...   한 번에 모든 것을 다 알 수는 없는 거 같아요 !  그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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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02 09:24:44 *.130.115.78

그래서 시간이 이리 넉넉히 주어진 것이겠지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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