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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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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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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3월 19일 09시 22분 등록

어제 반가운 비가 오더니 오늘은 청명한 봄날이 열렸습니다. 봄비치고는 비가 제법 내렸지요? 주룩주룩 내리는 빗속에서 우산을 들고 숲으로 들어갔습니다. 숲 바닥은 전진하는 기운들로 가득했습니다. 그들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해갈은 좀 되었니? 생강나무야, 어느새 이렇게 피었니? , 회잎나무! 너도 벌써 터져 나오는구나. 두더지야, 놀랍다. 도처가 네가 뚫어놓은 땅굴 투성이야! 산마늘아, 너는 사흘 전과 비교할 수 없이 자랐구나. 다음 주부터는 잎 한 장씩은 네가 거두어 생계에 보탤 수 있겠구나.’

 

숲을 거닐기 전, 빗속을 가르고 찾아온 손님을 만났습니다. 그는 내가 좋아할 것 같다고 생각한 두어 권의 책을 선물로 내밀었습니다. 종이봉투에 담고 다시 투명한 비닐봉투에 담아온 책 두 권은 정말 내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밀린 인사를 나누며 가져온 책을 뒤적였습니다. 그 중 한 권인 슈만, 내면의 풍경의 절반 쯤 되는 쪽을 무심코 펼쳤습니다. 문장 한 구절이 내 눈을 확 사로잡았습니다. “고통은 초대받지 않았으나 찾아와 문을 두드리는 가면이다.”

 

나는 얼른 그 페이지의 귀퉁이를 접어 표시하고 책을 덮었습니다. ‘고통은 몇 개월 째 나의 화두였고 고통이라는 화두의 문에서 내가 이미 넘어서고 정리해둔 그 사유가 다른 작가의 표현으로 그렇게 나를 찾아온 것이 신기했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아마도 아직 읽지 않은 뒷 구절에는 슈만에게 찾아온 고통에 대한 이야기가 있겠구나, 슈만이 그 고통을 어떻게 마주하고 다루었을지도 기다리고 있겠지.’ 나는 아직 그 뒤의 구절들을 읽지 않았습니다. 내가 먼저 그에 대한 내 답을 정리해 둔 뒤 대조하며 읽고 싶었습니다.

 

그 책의 저자가 언명한 것처럼 고통은 누구도 초대하지 않고, 초대하고 싶지 않은 것이지만 찾아옵니다. 그만큼 고통은 생래적인 것이고 심지어 삶을 구성하는 본질적인 요소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삶에서 이 고통을 넘어서거나 회피하거나 제거하고 싶어 하며 그 방법을 찾고 싶어 합니다. 나는 최근에 그것이 어리석은 짓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오히려 고통이 삶에 깃든 필연이자 모든 생명이 자기 성장을 위해 필요한 하나의 과정임을 알아챘습니다.

 

먼저 한 선생님의 이야기로 고통이 어떻게 스스로를 성장시키는 자극이 되는지 배워보겠습니다. 그 선생님은 언젠가 내가 사막에서 꽃을 피워낸 선생님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썼던 분입니다. 우리는 이틀 전에 다시 만났습니다. 다음 달 초부터 매달 여우숲에서 열게 될 12일 동안의 인문 공부 모임에 선생님도 동참하시기를 청하는 자리였습니다. 실로 몇 년 만의 해후였습니다. 선생님은 그 사이 교감 연수를 받았고 곧 교감선생님으로 발령을 받게 될 예정이라 했습니다. 지금은 교사 생활에서 마지막 담임을 맡아 아이들과 뒹굴고 계시다 했습니다. 여전히 미술을 가르치고 계신데, 어느날 학생 한 명이 선생님께 선생님 수업은 정말 재미가 없어요. 아주 지겨워요!”라며 야유를 했답니다.

 

가르치는 사람에게 그것처럼 고통스러운 피드백은 없을 것입니다. 식당 주인이 당신 음식은 형편이 없다는 말을 듣는 것, 딸에게 엄마가 당신 딸로 사는 건 끔찍해라는 말을 듣는 것, 누군가와 사랑을 나누는데 당신은 나무토막과 다르지 않은 느낌이야라는 말을 듣는 것처럼 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상처가 되는 피드백일지 짐작이 가고도 남았습니다. 나는 선생님이 이 고통을 어떻게 마주하고 다루었을까 궁금했습니다.

 

선생님의 대답은 이랬습니다. “밤잠을 설쳐가며 모색했어요. 어떻게 아이들이 내 미술 수업에 기쁘게 참여할 수 있게 할까? 정말 절치부심하며 고민했어요.” 지면이 짧아 길게 소개할 수 없으나 선생님은 ‘Rolling Ball’이라 명명한 프로젝트를 고안해 냈다고 했습니다. 아이들이 팀을 이루어 어느 팀이 가장 느리게 공이 낙하할 수 있도록 보드지를 자르고 배치하는지를 미션으로 준 수업은 요즘말로 대박이 났답니다. 아이들은 열정적으로 도전했고 그 속에서 자연스레 미술과 물리와 수리, 커뮤니케이션 등의 융합적 성취를 이끌어낼 수 있었답니다. 내가 감히 사막에서 꽃을 피워내는 선생님이라 표현했던 그 선생님은 이번에도 고통을 꽃으로 피워내고 계셨습니다.

 

고통이 존재하는 이유를 자연도 가르쳐 줍니다. 두어 주 전엔가 빽빽하게 모여서 자라는 나무가 겪는 밀식의 고통에 대해 보낸 편지 기억하세요? 자기 앞자리에 서서 자기에게 들어오는 햇빛을 차단하던 나무가 성가셨을 텐데, 그 나무가 우연히 베어져 사라지자 빛은 찬란해졌지만 몇 년 뒤 불어 닥친 폭풍에 결국 자신도 쓰러지게 되었다는 이야기 말입니다. 사람에게서든 자연에게서든 살아있는 존재를 찾아드는 고통의 사례는 수도 없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일찍이 동아시아 자연철학에서는 음양과 오행 속에 ()만이 아니라 ()이 함께 배치돼 있음을 갈파했던 모양입니다. 단순하게 말해 삶의 운행 속에는 나를 일으켜 세워주는 인연이 있는가 하면, 나를 두드리고 제압하고 꺾으려드는 인연이 늘 함께 한다는 것이지요.

 

돌이켜보니 나는 나를 ()하는 것이 없기를 바란 적이 많았습니다. 그것은 늘 내가 뜻대로 나가는 것을 막아서는 요소였고, 나를 주저앉히려는 모습으로 찾아왔습니다. 피하고 싶고 겪지 않고 싶었습니다. 왜냐하면 기쁨보다는 고통을 주는 요소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제 나는 분명히 알게 되었습니다. ‘고통은 모든 살아있는 삶이 겪어야 하는 과정이구나. 초대하지 않아도 찾아드는 그 고통을 통해 신은 우리에게 말을 걸고 계신 것이구나. 고통이 없는 삶을 목표로 삼는 것 자체가 어리석음이구나. 고통이 삶에 필연적 과정으로 배치된 까닭이 바로 나를 살리기 위해서구나. 나를 멈추게 하는 것만이 아니라 더 깊게 성장하게 하고 꽃피우게 하고 향기롭게 하기 위함이구나.’ 자연 만물과 우리 삶을 구성하는 관계적 법칙 속에 ()만 있지 않고 ()이 함께 하는 이유를 알아채면 고통스러운 삶도 훨씬 껴안을 만합니다. 그 알아챔, 그대에게도 함께 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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