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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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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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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3월 26일 08시 56분 등록

오랫동안 일찍 잠들고 일찍 깨어나는 사람들이 신기했습니다. 청년시절부터 나는 늘 늦게 잠들고 느즈막이 일어나는 것이 편했습니다. 자정 이전에 잠드는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숲으로 들어온 초기에 그 흐름이 뒤집혔습니다. 낮에 노동을 하고 밤이 되면 할 일도 없고 몸도 고단해서 스르르 잠이 들고 솟구쳐 퍼지는 햇살에 눈이 부셔 깨어나는 리듬으로 살게 되었지요. 하지만 강연활동 때문에 다시 세상으로 출타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찾아드는 손님들과 밤이 늦도록 이야기를 나눠야 하는 날이 많아지면서 다시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삶으로 회귀했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몸이 그런 리듬을 허락하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날은 밤 열 시가 되기 전에 벌써 잠이 쏟아지고 해가 뜨기도 전에 가볍게 눈이 떠지기는 날도 잦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나이가 들면 초저녁 잠이 많아진다던 어른들 말씀이 진실임을 내 몸이 증명하는 구나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내 몸에 확실히 변화가 오고 있다는 증거는 더 있습니다. 지난 해 하반기부터는 여섯 시간 연속 강의를 꼿꼿이 서서 하는 것이 버거워졌습니다. 이제는 네 시간 연속 강의를 할 때도 마지막 시간에는 잠깐씩 책상에 걸터앉고 싶어집니다. 더 큰 변화는 운전입니다. 특히 밤 운전이 불편합니다. 불빛이 산란을 일으켜 전에는 느껴보지 못한 피로감을 겪습니다.

 

변화 중에 책을 읽는 것이 자유롭지 않게 된 변화가 가장 당황스럽습니다. 예전에는 방바닥에 배를 깔고 엎드려서 책을 봐도 편했고 반대로 천정을 보고 누운 상태로 책을 읽어도 편했는데 이제는 초점이 맞는 거리가 멀어져서 그렇게 책을 읽는 것이 쉽지가 않습니다. 지금 이 편지를 쓰고 있는 12인치 노트북 화면이 전혀 불편하지 않았는데, 지금 겨우 15분을 사용하고도 눈이 불편해집니다. 스마트폰을 보다가 다른 대상을 볼 때도 초점에 짧은 혼란이 있습니다.

 

한마디로 나의 몸 전체에는 노화가, 나의 눈에는 지금 막 노안현상이 찾아오고 있는 것이지요. 이런 현상이 처음 느껴졌을 때는 조금 당황스러웠습니다. 소년 시절 우연히 아주 조금 야한 사진을 보았는데 내 몸의 일부가 어느새 벌떡 일어서서 팽팽해지더니 쉽게 사그라지지 않던 그 첫 경험의 당황스러움만큼 신기하고 당황스러웠습니다. 그 소년 시절에는 이러한 변화가 내 삶의 무엇을 향해 문을 열고 있는 것인지 생각해 보지 못했습니다. ‘질풍노도의 시기어쩌구 하는 교과서의 가르침 따위는 내 몸에 발생한 그 당황스러운 변화를 제대로 설명해주지 못했습니다. 나는 의지와 상관없이 자주 뜨거워졌고 힘겨웠습니다.

 

지금 내 몸과 눈에 찾아든 변화에 대한 생리적 설명 역시 인터넷을 검색하기만 해도 넘치게 찾아볼 수 있을 것입니다. 소년 시절의 그것처럼 교과서다운 설명이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나는 요즘 생리적 진실 너머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는 중입니다. 이러한 변화가 곧 내 몸을 지배하는 하늘의 이치인 바, 몸의 변화를 통해 내 스스로 알아채고 다다라야 할 정신과 영혼의 이치에 대해 헤아려보려는 중입니다.

 

노안을 맞으며 내린 잠정 결론은 이렇습니다. ‘이제 눈으로 보는 일을 줄이라는 요구이구나. 눈 말고 가슴과 몸으로 보라는 것이구나. 더 많이 느끼며 살라는 지시구나. 또한 너무 가까운 시야에 갇히지 말라는 요구이구나. 멀리, 확연한 경계가 사라지고 뒤섞여 빚어내는 풍경의 아름다움, 그것 속에 있는 진실도 함께 보라는 것이구나. 이제 힘을 빼고 부드러운 리듬 위에 올라타라는 의미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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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우숲 인문학 공부모임으로의 초대

꽃 피기 시작한 봄날, 산마늘 이파리 파랗게 숲 바닥을 물들이기 시작한 이 봄날, 여우숲에서 인문학 공부모임을 시작합니다. 앞으로 매달 한 번 이 공부모임을 계속할 예정입니다.

 

1. 기본방향

몇 차례 가진 준비모임에서 정한 방향은 이렇습니다.

우리는 한 달에 한 번 사람답게 사는 삶을 고민하고 그것을 지식 또는 문화와 예술, 혹은 삶 그 자체로 정리해 오고 계시는 인문주의자 혹은 인문학자를 모셔 12일 공부하고 놀기로 한다. 두어 시간 강연으로 어떻게 한 사람의 사유나 사상, 혹은 삶을 배우고 공유하겠는가? 어떻게 일방 강연 형식으로 깊게 공부할 수 있겠는가? 함께 밥 먹고 술 먹고 잠자면서 자유로운 질문과 대답이 펼쳐지는 공부를 해보자!

 

2. 4월 첫 모임 안내

*강사 및 주제 : 김용규(숲학교 오래된미래 교장) _ 참된 공부란 무엇인가?

*일시 : 2015. 4. 3 저녁 630분에 만나 저녁 먹고, 8시부터 술 마시며 강의 듣고 묻고 답하며 논다. 다음 날 아침 먹고 다시 자유롭게 공부하고 놀다가 헤어진다.

*장소 : 여우숲

*참가 : 이런 공부에 관심 있는 사람

*참가비 : 1인당 7만원(숙식비, 강사료 포함) 현장 결제

*참가신청 : 010-2833-7180 (여우숲 핸드폰)에 문자메시지로 신청 (이름, 전화번호) 혹은 여우숲 홈페이지 안내한 글에 댓글로 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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