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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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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월 14일 10시 45분 등록

중년을 다른 말로 하면  끝이 보이는 나이가 아닐지요? 젊어서는 널널하게만 느껴지던 시간이 시시각각 줄어드는 자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고, 가까운 분들의 죽음에 접하는 빈도가 늘면서, 어쩔 수 없이 내 삶의 끝을 떠올리게 됩니다. 이 세상에 내가 없다는, 기가 막힌 상황이 언제고 오고야 말리라는 것! 가끔씩 죽음이 떠오르면 입이 씁니다. 순간적이나마 공포에 사로잡히기도 하고 울적하여 기분이 한없이 가라앉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실지요? 저는 그러다 조금 진정이 되면 어김없이 한 가지 질문에 봉착하게 되는데요.  제대로 살고 있지도 않으면서 이렇듯 죽음을 두려워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하는 것입니다.

 

죽음 앞에서 한껏 슬퍼하려면 삶이 죽음에 비해 절대적인 의미와 가치가 있어야 하는데, 저는 어제도 마냥 게으르게 최소한의 일만 하면서 시간을 허비했거든요. 더 이상 내가 존재하지 않는 시점이 온다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그토록 무섭고 가슴 아픈 절대소거의 순간! 그렇다면 좀 더 삶에 치열해야 하는 것 아닌가? 최대한 게으르고 안일하게 살고 있는 자세를 바꾸어 20년간 할 수 있는 일을 10년에 해 낸다면 적어도 뼈아픈 회한이 덜하지 않을까? 살자. 내가 할 수 있는 한 있는 힘을 다 해 살아보자. 시도 때도 없이 떠오르는 죽음 앞에서 대답은 이것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하여 새해, 몇 년간 마음에 담아 온 일을 하나 저지르기로 했습니다. 해외여행을 가서 공저를 쓰는 계획이지요. 간간히 마음편지에 그 로망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는데요,  그것은 제가 아는 최상의 놀이 두 가지, 여행과 공저를 합체한 것입니다. 여행을 가면 나는 다른 사람이 됩니다. 우리 사회를 고밀도사회라고 하던가요, 70%에 달하는 산악지형을 제외하면 사실상 세계최고라는 인구밀도 만큼이나  당위와 규범으로 얽힌 정도가 강하지요. 거기에서 파생된 과열경쟁은 이미 위험한 수준에 처한 것 같고, 어느 분야든 뭐가 하나 떴다 하면 모두가 그걸 향해 달려가는 냄비근성은 참으로 얄팍합니다. 온 국민이 딱 포털 수준으로 평균화되는 것 같아 진저리가 쳐집니다. 여행지에서는 이 모든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져 그냥 아무개가 됩니다. 역할이나 조건, 통장 잔고와 과거, 심지어 나이에서도  자유로워져 그야말로 벌거벗은 존재 자체로 서 있을 수 있게 됩니다. 이 경험은 너무 강력하고 참신해서 세상에서 가장 좋은 보약으로 샤워를 한 것 같아요.

 

공저는 또 어떻구요. 살면서 딱 한 가지 단어만 택하라면 저는 창조를 택하겠습니다. 작은 소품을 뜨개질하든 별식 한 접시를 요리하든, 전에 없던 것을 만들어내는 행위에는 무한한 즐거움과 의미가 있습니다. 취미로 시작해서 예술로까지 번져가는 창조라는 행위는 라고 하는 존재의 편린을 담아 세상을 좋게 만드는, 말하자면 이 축약된 핵심행위인 것이지요. 여행과 공저, 이 좋은 것을 합해 놓으면 얼마나 좋을지 그저 상상만 하다가 기어이 해 보기로 한 겁니다.

 

오랫동안  품고 있었던 일인데도 막상 공지하고 나니 떨립니다.  인원이 모이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그래서 쪽팔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가장 크겠지요. 실패했다는 기억이 저를 움츠러들게 해서 다음 도전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거구요. 그러자 문득, 무엇이든 내가 그것을 가질 수 있게 되었을 때 갖게 된다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연애든 사업이든 지혜든(심지어 실패와 좌절까지도) 내 것이 아닌 것이 내게 오지는 않지요. 내 품이 넉넉해지고, 내 간절함이 상대에게 전달되고, 내 역량이 충분해진다면 나는 이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내게 기회가 오지 않는다면 그것은 내가 준비가 덜 되었다는 뜻이고, 그것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일진보 한 것이니 쪽 팔릴 것도  후유증에 시달릴 것도 없다는 것을 다시 깨달은 거지요. 저는 비로소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최소인원이 모인다해도 그 분들과 함께 계획대로 실행할 것입니다. 그러면 제게 한 번의 경험이 생길 것이고 다음 번에는 좀 더 쓸모 있고 믿음성 있는 계획을 내 놓을 수 있겠지요.

 

결과가 어찌 되었든 승복하고 다음 도전을 위한 자료로 활용한다! 이만한 자세에 도달하기까지 참 오래 걸렸네요. 이제 저는 할 수 있는 준비를 다 하며 결과를 기다릴 것입니다. 어떤 결과가 펼쳐질지 가슴이 쫄밋거릴 정도로 기대됩니다. 이번 컨셉은 <천국의 실험>인데요, 살짝 거창하지요? 여행지에서 느끼는 자유와 행복감에 공저라는 창조행위가 더해 지면 제가 상상할 수 있는 최고의 경험이 될 꺼라는 생각에 그리 붙여 보았습니다. 저는 어디까지 행복할 수 있을까요? 감히 천국이라는 단어에 비견될 만큼의 절정경험에 도달할 수 있을까요? 내 한계를 밀고 나가며, 한 번도 가 보지 않은 땅에 도달할 생각에 사실 요즘은 죽음을 떠올리려고 해도 어렵네요. 이 글의 서두에서  두려움에 대해 쓸 때 애먹었답니다. 바로 이것이 잘 사는 방법이었구나, 또 한 가지 깨닫는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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