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오늘의

마음을

마음을

  • 한 명석
  • 조회 수 2188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15년 1월 21일 10시 53분 등록


2011년의 송년회, 그다지 크지 않은 카페였다. 그 해 처음으로 시도되는 순서가 있었으니, 한창 인기를 얻고 있는 <나는 가수다> 포맷을 올해의 연구원상선정에 적용한 것. 구선생님께서는 무엇이든 재미있는 것을 보면 즉각 따라 하곤 하셨거니와 점점 책을 내는 연구원들이 많아지니 선정하기도 골치아프셨을 것이다. 하지만 전에 연구원상을 받은 적이 있는 K와 나를 제외하고 첫 책을 쓴 사람들 중에서 선별해도 되었을 터인데, 나는 한동안 그 사람들에게 미안함을 느껴야 했으니..


 

드디어 <나는 연구원이다> 순서가 되었다. 그 해 출간한 4명 중 내가 몇 번째였더라, 홀의 불을 끄고 내가 서 있는 자리만 조명이 강해서 사람들 얼굴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10, 어렴풋이 실루엣이 느껴지는 쪽을 향해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시선을 어디로 두어야 할 지 몰라 잠깐 당황했지만 구선생님이라고 짐작되는 곳을 향해서 마치 보이는 것처럼 시선을 집중시켰다. 내 이야기의 주제는 막 출간한 글쓰기책에 대한 것.


 

글쓰기는 나를 드러내는 일입니다. 머리에 떠돌던 생각도 글로 써 놓고 보면 분명해지기 때문에 점점 더 나에 대해서 잘 알게 됩니다. 내가 누구인지 알게 되면 그 길을 따라가기만 하면 되니, 내가 아닌 나로 사는 것이 불가능해지지요. 이렇게 삶과 글 사이에 연결고리가 생기면 무슨 일이든 경험한 것을 글로 써 놓아야 비로소 살아낸 것 같은, 선한 중독이 이루어집니다. 오정희작가가 아버지의 죽음을 지켜보며 문장을 만들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어떤 작가가 이혼한 직후, “이제 이혼에 대해 쓸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는 것처럼, 모든 삶의 현장이 글로 치환됩니다. 그런데 어떤 끔찍한 일도 글로 쓰여지면 극복할 수 있습니다. 그 일이 내게 어떤 의미인지가 분명해지기 때문에 딛고 넘어갈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글쓰기가 삶에 대한 맷집을 키워주고, 나의 새로운 근육을 끄집어 내 주니 글을 쓰면 쓸수록 나는 점점 최선의 내가 되어갑니다. ‘최선의 나가 될 수 있다면 최고의 삶도 멀지 않겠지요. 이것이 바로 글쓰기를 통한 삶의 혁명입니다.”


 

그 때의 발표내용과 백프로 일치하지는 않겠지만 대략 이런 취지의 말을 했다. 그리고 마지막 문장 이것이 바로 글쓰기를 통한 삶의 혁명입니다.”를 말하는 순간 시간이 멈추는 듯했다. 딴짓을 하고 있는 사람이 한 명도 없으며, 그들이 내 말을 완벽하게 삼켰음을 나타내는 정적이 공간을 가득 채웠다. 그야말로 꽉 찬 침묵이랄까, 영화 속 정지화면 같은 긴장이 몇 초 동안 흘렀다. 내 말이 그 방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일으킨 공명이 짜릿했다. 되겠구나 ……


 

그렇게 나는 '올해의 연구원' 2관왕이 되었다. 크든 작든 경합한다는 것은 신경이 쓰이는 일이라 마음을 내려놓고 임했지만 내심 욕심을 내고 있었으니, 스몰토크에 취약한 내게 그건 내가 잘 할 수 있는 영역이었기 때문이었다. 무슨 일을 잘 하고 싶을 때 역설적으로 결과에 대한 욕심을 내려 놓고 임하는 것이 성과가 좋다는 것을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우리의 무의식이 귀신같아서 욕심을 내는 순간 정작 핵심 몸짓은 흐트러진다. 사람의 마음에 스며들 수 있는 것은 진정성 뿐인데 거기에 균열이 생기는 것이다.


 

나는 막 터키 저술여행을 기획했다. 오래 꿈꿔 온 것이라 도전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신경 쓰이는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그럴 때 잘 해 내고 싶다는 목표가 일순위면 감정이 널을 뛰고 불안과 초조에 사로잡힌다. 번듯하게 잘 해 내고 싶다는 욕심에서 벗어나 애초에 이걸 왜 하고 싶었는지를 다시 떠올려 본다. 그러면 감히 <천국의 실험>이라고까지 명명한 일에 이렇게 신경증적인 반응을 보여서야 되겠나 하는 생각을 회복할 수 있다.


 

이것은 머무는 여행이고, 글 쓰는 여행이다. 일정에 강약을 두어 관광으로 스칠 곳은 스치고, 어떤 곳에서는 며칠이라도 머물며 느긋하게 이국의 향취를 흡입할 것이다. 댕댕댕댕 소리를 내며 휘어지는 트램이 내다보이는 이스탄불의 카페에서, 차르르차르르 파도소리가 일품인 몽돌해안에서 글 쓰는 모습은 생각만 해도 황홀하다. 나부터 즐길 것! 내가 누리고 싶은 최고의 경험을 나누는 마음으로 준비할 것!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꾸준히 계속하여 언제고 떠나고 싶은 사람들이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준비할 수 있게 할 것! 이런 진정성 만이 궁극적으로 내가 원하는 목표에 닿게 하리라는 것, 내가 이것을 알게 되어서 참 좋다. 




 

*** 터키로 저술여행 가요, 설명회 안내 ***


일시: 124() 오전 1030~ 1230

장소: 홍대입구역 카톨릭청년회관 45번 세미나실http://www.scyc.or.kr/new/hall/map.asp


장소사정으로 좀 이른 시간에 잡혔네요. 관심 있는 분들을 모시고 좀 더 자세하게 브리핑하고

궁금한 사항에 대해 심도있는 답변을 하겠습니다.

설명회 회비 10000원을(장소비, 점심식사) 국민은행 737301-01-024922(한명석)로 납부해 주시면

접수가 됩니다. 현장접수는 받지 않으니 미리 접수 부탁드립니다.





IP *.230.103.185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116 『불황을 이기는 월급의 경제학』에 대한 A/S 차칸양(양재우) 2015.02.10 2956
2115 최고의 자기경영 신간들 [1] 연지원 2015.02.09 2500
2114 이곳에 온 이유 書元 2015.02.06 2191
2113 고독과 고통을 통해서만 이룰 수 있는 것 김용규 2015.02.05 2226
2112 이번 설날,스토리있는 전통주 한 병 팔아주시지요? 한 명석 2015.02.04 2530
2111 "공부를 선택"한 고3 아들 [3] 차칸양(양재우) 2015.02.03 2750
2110 자기이해 첫수업의 말말말 연지원 2015.02.02 2254
2109 22명의 사람들과 감사일기를 쓰고 있습니다. 당신도 같이 쓰지 않을래요 file 로이스(旦京) 2015.02.02 2390
2108 저것이 아무것도 아니라면 김용규 2015.01.29 2352
2107 좋은책을 쓰려면 내삶부터 베스트셀러가 되어야 한다 [1] 한 명석 2015.01.28 2377
2106 바르샤바 단상(斷想) [2] 차칸양(양재우) 2015.01.27 3129
2105 사랑은 삶의 재발명이다 연지원 2015.01.26 2422
2104 오늘, 달달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書元 2015.01.24 2206
2103 숲의 길을 보며 사람의 길을 생각하다 김용규 2015.01.22 2145
» 수단이자 목표이고 전부인 것 한 명석 2015.01.21 2188
2101 당신이 조직형 인간이라면 차칸양(양재우) 2015.01.20 2447
2100 탁월한 해석의 첫 걸음 연지원 2015.01.19 2367
2099 이만하면 족하다 김용규 2015.01.15 2624
2098 나는 어디까지 행복할 수있는 인간일까? file 한 명석 2015.01.14 2069
2097 외환위기, 그때 그랬더라면... 차칸양(양재우) 2015.01.13 2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