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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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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월 26일 11시 26분 등록


두 세계가 있다. 노인들의 세계와 아이들의 세계. 눈에 보이는 차이가 뚜렷하니 노소(老少)는 쉽게 구분된다. 차이가 눈에 드러나지 않는 세계도 있다. 인정의 세계와 만족의 세계. A는 외부로부터의 인정을, B는 내면으로부터의 만족을 중요시한다. A는 인정의 관점으로, B는 만족의 관점으로 세상을 본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전혀 다른 두 세계다. 그런 세계는 또 있다. 감각의 세계와 직관의 세계. C는 세상의 본질을 물질이라고 보지만, D는 정신이 본질이라고 믿는다. C는 유물론자가 되고, D는 관념론자가 된다.

 

눈에 보이는 차이보다 보이지 않는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어렵고, 그래서 중요하다. 그들은 서로 다른 관점을 가졌다. 자신의 관점으로 해석하거나 판단하고, 나름의 관점대로 세상을 본다. 두 사람이 만난다는 것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만남이다. 다시 말하면, 비슷한(우리는 모두 눈, 코, 입을 가졌다) 몸뚱이의 만남과 전혀 다른 두 관점의 만남이다. 관점은 눈에 보이지 않기에 처음에는 놀라지 않는다. 가까워지면서 관점의 엄청난 차이를 발견할 때 놀라거나 괴로워한다. 처음부터 다름이 눈에 보였더라면, 힘겨움을 얼핏 예상할 텐데... (만난 사람이 코가 두 개라면 처음부터 놀라고, 둘의 앞날에 대해 무엇이라도 생각하지 않겠는가.)

 

서로 다른 관점이 조화를 이뤄 시너지를 창조하면 좋으련만, 시너지는 고귀한 가치다. 다른 관점에 대한 존중, 차이에 대한 이해, 장애물을 넘어서려는 근성까지 갖춰야 시너지를 얻는다. 철학자 알랭 바디우는 그러한 이상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낭만주의적 철학자다. 그냥 ‘낭만주의자’가 아닌 ‘철학자’이기에 이상을 실현할 방도를 촘촘히 사유한다. 그는 『사랑예찬』에서 ‘사랑은 진리를 생산하는 절차’라고 했다. 사랑은 두 사람의 관점이 충돌하는 현장이고,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을 재구성하는 체험이기에 그렇다.

 

사랑이 없으면 충돌과 재구성이 없으니 삶이 편안해질 테지만, 지혜의 속살에 다가서는 과정도 멈출 것이다. 사랑은 해야겠고 충돌과 대립은 힘겨울 때, 타협주의자는 생각한다. 비슷한 두 사람이 만나면 어떻겠냐고. 서로 비슷하니 충돌이 없을 거라는 예상이다. 이것은 창조주를 만만히 여긴 착각이다. 창조주는 그야말로 세상 모든 사람들을 다양하게 만들었다. 멀리서는 비슷해 보여도 밀착 관계가 되고 나면 완전한 차이을 발견할 것이다. 좋아서 결혼하고서, 좋아했던 그 이유로 헤어지기도 한다.

 

이상주의자는 생각한다. 둘의 만남을 하나의 관점으로 승화시킬 수 있을 거야! 서로의 관점을 이해하면 잘 소통할 수 있을 거라는 예상이다. 맞는 얘기지만 도달하기 지극히 어려운 경지다. 이것은 사람들의 관점이 얼마나 고착되어 있는지를 모르는 순진한 생각이다. 사람들은 그야말로 자기 관점으로만 생각한다. 상대방과 관점이 다르다는 것을 인식해도, 얼마나 철저하게 다른지를 파악하기까지 또 엄청난 세월이 걸린다. 윌리엄 제임스의 말처럼, 우리는 생각한다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자기 편견을 재배열하는 것에 불과한 경우도 많다.

 

바디우주의자라면 어떨까? 아마도 바디우의 말부터 쫓으리라. “사랑은 개인인 두 사람의 단순한 만남이나 폐쇄된 관계가 아니라 무언가를 구축해내는 것이고, 더 이상 하나의 관점이 아닌 둘의 관점에서 형성되는 하나의 삶이다. 최초의 장애물, 최초의 심각한 대립, 최초의 권태와 마주하여 사랑을 포기해 버리는 것은 사랑에 대한 커다란 왜곡일 뿐이다.” 바디우에 따르면, 사랑은 삶의 재발명과 세계관의 재구성을 이끈다. 바디우주의자라면, 사랑은 삶의 도약을 이끄니, 장애물을 만나더라도 사랑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바디우는 대립, 권태를 만나더라도 사랑을 포기하지 말라고 했다. 의지의 강조인가. 그렇다면 에리히 프롬의 사랑관과 맞닿아 있는 셈이다. 프롬에 따르면, 사랑은 자신의 선택을 의지적으로 책임지는 것이다. 순진한 청춘은 서로 한 눈에 반해 격정에 빠지는 것을 사랑의 척도로 보지만, 그것은 그동안 얼마나 외로웠는지 또는 자신이 (의지와는 거리가 먼) 감정적인 사람인지를 입증할 뿐이다. 감정이 식었다는 이유만으로 선택을 철회하지 않는 사랑, 나는 이것이 진정한 사랑의 모습 중 하나라고 믿어왔다. 바디우도 사랑을 향한 의지적 추구를 언급했다. 먼 나라 철학자에게서 나의 믿음을 만나니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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